연재순서
① 열정의 나라 스페인, 그 심장부에 첫발을 딛다
② 중세로의 시간 여행, 그 첫 여정
③ 바람의 언덕에서 돈키호테를 만나다
④ 살라망카 플라자 마요르광장에서 중세를 읽다
⑤ 유라시아 대륙의 최서단, 그 지구 끝으로
⑥ 플라멩고와 투우의 본고장 세비야
⑦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 북아프리카로
⑧ 낯선 모로코에서도 태양은 떠오르고
⑨ 파랑으로 물든 그곳, 쉐프샤우엔에서 길을 묻다
⑩ 검은 대륙 아프리카의 눈물
⑪ 유럽의 발코니 프리힐리아나로
⑫ 발렌시아 왕국의 흔적을 찾아
⑬ 사그리다 파밀리아, 그 감동 속으로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 지정된 곳 톨레도
266년만에 완성된 대성당, 스페인 가톨릭 총본산


따호강변에서 바라본 스페인 고대도시 톨레도 전경
스페인에서의 첫 밤을 마드리드 근교의 호텔에서 보내고 이제 본격적으로 스페인 일주에 나섰다. 오늘은 스페인의 옛 수도이기도 했던 톨레도와 돈키호테의 배경이 됐던 콘수에그라를 둘러보고 다시 마드리드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전날 17시간 이상 비행기를 탔고 시차에 적응하기도 전에 강행군을 했던 거에 비하면 오늘은 조금은 여유가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아침을 먹고 느긋하게 호텔을 출발한 리무진은 중세를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날씨는 청명했고 플라타너스 가로수 잎들은 내 마음처럼 가볍게 춤을 춘다. 가이드의 얘기가 계속된다.

한때 국민의 75%가 귀족이었던 나라 스페인, 요즘 관광객이 폭증해 대사님만 빼고 스페인 교민 모두가 가이드로 나설 정도로 바쁘단다. 스페인으로 유학 온 지 한 달도 안 된 유학생까지 가이드로 나설 정도라고 하니까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의 스페인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나는 ‘꽃보다 할배’라는 TV 프로그램을 본적이 없어 모르고 있었는데 그 영향 때문이란다.

버스 안 가득 그레고리오 성가가 흐른다. 이국의 풍경도 차창 너머로 함께 흐르고 있다. 톨레도는 마드리드에서 남쪽으로 70킬로미터 지점에 위치한 스페인 중부도시이다. 스페인의 옛 수도이기도 했던 톨레도는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는 도시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가 끝나갈 때 쯤 해서 톨레도에 입성했다. 마드리드를 출발한지 50여분 만이다.

톨레도 대성당으로 오르는 길이 예전과 달라졌다. 99년도에 스페인, 그리스, 터키, 이집트 등 지중해 4개국을 여행 한 적이 있어 그 당시 톨레도에 왔을 때는 언덕을 올랐던 것 같은데 지금은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돼 있다. 몇 단계의 에스컬레이터를 오르고 나서야 톨레도 대성당으로 가는 골목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유대인들이 살았던 골목을 지나 먼저 찾은 곳은 성토마스 성당이다. 그곳에서는 꼭 볼 것이 하나 있다고 했다. 어제 프라도미술관에서 귀가 아프도록 들었던 엘 그레코의 작품 외에 또 다른 명화가 소장돼 있단다.

티켓을 끊고 들어가자 <오르가스 백작의 장례식>이라는 작품이 우리를 맞았다. 16세기 후반에 그려진 이 그림이 유명한 이유는 천상의 세계와 지상의 세계를 확실하게 구분해 그렸는데 천상은 모던이즘 양식이고 지상은 고전주의 양식이라는 것이다. 그림 한 장에서 두 가지 양식을 비교해 볼 수 있어 미술사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엘 그레코의 그림의 뿌리는 비잔틴 종교 미술에 있지만 그는 베니스 화가들의 풍부한 색채와 자유로운 붓질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어제 가이드가 프라도미술관에서 엘그레코를 가리켜 붓 터치의 대가라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톨레도 대성당을 배경으로 따호강 알깐따라 다리에서 아내와 함께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돌아 나와 톨레도 대성당으로 향한다. 자갈이 박혀 울퉁불퉁한 좁은 골목길에 승용차들이 자주 오간다. 성안에 사는 현지 주민들이라고 했다.

마드리드에서 남쪽으로 70km 떨어져 잇는 스페인의 중부도시 톨레도는 스페인의 옛 수도이기도 하며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톨레도에는 특이하게도 기독교와 유대교, 이슬람교 유적이 공존한 곳이라고 가이드는 말한다.

톨레도 대성당은 1227년 건설을 시작하여 266년이 지난 1493년에 완성되었는데 현재 스페인 가톨릭의 총본산이란다. 본당 우측의 보물실에 있는 성체현시대는 전체가 금과 은으로 만들어졌고 5,000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졌으며 무게만도 180kg이라고 했다.

프랑스 왕 생 루이가 기증한 '황금의 성서'는 물론 본당 중앙에 있는 성가대실의 의자 하나하나에 새겨진 정교한 목각 역시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어 가이드의 긴 설명이 이어졌다. 대사원의 성기실은 미술관으로 되어 있어 엘 그레코 불후의 명작 <엘 에스폴리오>(그리스도의 옷을 벗김)와 고야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대성당을 둘러보고 따호강변으로 나왔다. 햇살이 몹시 따갑다.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무심히 떠간다. 강변에서 톨레도의 지나온 세월을 바라본다. 따호강을 사이에 두고 이슬람 시대의 성벽이 톨레도 구 시가지를 감싸고 있다. 유럽에서 가장 뛰어난 고딕 양식으로 평가를 받고 있는 톨레도 대성당, 성곽 곳곳 가톨릭 왕국에서 전해지는 이슬람의 향기들.. 나는 지금 따호강변 두 지역을 이어주는 알깐따라 다리 난간에 기대 가톨릭과 이슬람의 만남을 지켜보고 있다.<계속>
유헌(시조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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