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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헌시인의 세계기행]중세로의 시간여행, 길 위에서 길을 묻다 -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 후다닥 둘러보기유럽 남부 이베리아반도에 위치한 지평선의 나라 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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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2.14  11: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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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일보에서는 지구촌, 글로벌시대를 맞아 <유헌 시인의 세계기행>을 싣습니다. 첫 번째 순서로는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 기행 편입니다. 여행을 준비하고 계신 독자나 다녀오신 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첫번째로 13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많은 성원 바랍니다./편집자주

연재순서
① 열정의 나라 스페인, 그 심장부에 첫발을 딛다
② 중세로의 시간 여행, 그 첫 여정
③ 바람의 언덕에서 돈키호테를 만나다
④ 살라망카 플라자 마요르광장에서 중세를 읽다
⑤ 유라시아 대륙의 최서단, 그 지구 끝으로
⑥ 플라멩고와 투우의 본고장 세비야
⑦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 북아프리카로
⑧ 낯선 모로코에서도 태양은 떠오르고
⑨ 파랑으로 물든 그곳, 쉐프샤우엔에서 길을 묻다
⑩ 검은 대륙 아프리카의 눈물
⑪ 유럽의 발코니 프리힐리아나로
⑫ 발렌시아 왕국의 흔적을 찾아
⑬ 사그리다 파밀리아, 그 감동 속으로

연간 7천만명 관광객 방문 … 전세계 관광수입 미국에 이어 2위
숙박수입 비중 높아 … ‘머무르는 관광’ 이뤄지는 나라


   
스페인 마드리드의 프라도미술관 전경
몇 차례 자다 깨다를 반복한 후 눈을 떴다. 창가에 앉은 아내가 창문을 살짝 밀어 올리자 주홍빛 햇살이 훅 덮치듯 빨려 들어왔다. 어느새 창밖 구름 아래로 빨갛게 동이 터 오고 있었던 것이다. 어둠을 털어낸 은빛날개는 그렇게 가슴을 붉게 물들이며 페르시아만 상공을 날고 있다.

카타르 항공의 실내 수상기 화면은 우리가 페르시아만 상공을 날고 있음을 표시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을 이륙해 9시간 20분을 날아 우리 시간으로 오전 10시 40분, 도하 현지 시간으로는 시간이 멈춰 버린 듯 새벽 4시 4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도하 국제공항은 복잡했다. 일정표상으로는 이곳에서 2시간 정도의 여유 시간이 있는 것으로 돼 있었지만 현지 사정은 달랐다. 입국장에서 환승장 까지 가는 길이 간단치가 않았다. 일행은 행여 길을 놓칠세라 인솔자 뒤를 졸졸 따라서 미로 같은 길을 오르내려야만 했다.
 
20여분을 걸어 도착한 출국장. 면세점 등을 둘러볼 시간적 여유가 없어 보딩타임을 기다리며 주변을 맴돌았다. 공항 안 기도실을 화장실로 잘못 알고 들어가는 해프닝을 몸으로 체험하며 마드리드행 비행기를 기다렸다.

열정의 나라 스페인, 그 심장부에 첫발을 딛다 
6월 26일 오후 4시 45분, 스페인 마드리드 바하라스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도하공항을 출발한지 7시간 30분만이다. 하얗게 또는 잿빛으로 하늘을 잔뜩 덮고 있는 구름들이 땅 끝 까지 이어져 있다. 가이드가 마이크를 잡는다. 호리호리한 모습이다. 유럽 남부 이베리아반도에 자리한 스페인은 지평선의 나라라고 소개한다.
 
   
카타르 항공 기내에서 바라본 페르시아만. 동이 터오고 있다.
스페인을 찾는 관광객은 연간 7천만 명에 이르고 관광 수입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란다. 의외였다. 날고뛰는 유럽 여러 나라 중에서도 1위가 되는데 그게 다 숙박수입 때문이라고 했다. 머무르는 나라, 머무를 수밖에 없는 나라 그 스페인 일주를 시작한다.

일행이 서로 인사를 나눌 틈도 없이 찾아간 곳은 마드리드 시내에 있는 프라도 국립미술관. 실내에서는 사진촬영이 금지돼 있어 눈으로 담아야 하는 불편이 따랐다. 자동차 안에서 가이드의 설명이 있어 어느 정도의 예비지식은 갖고 들어갔지만 현장에 도착해 보니 전시작품이 워낙 많고 관람자들도 많아 처음부터 정신이 없었다.

세계 3대 미술관이라는 명성을 갖고 있는 그곳은 12세기 로마네스크 벽화에서부터 19세기 고야의 작품까지 연대순으로 전시되어 있었는데, 벨라스케스, 고야, 엘 그레코, 보쉬, 루벤스, 라파엘, 보티첼리, 렘브란트 등 교과서에서 익히 보았던 저명 화가들의 작품들을 눈앞에서 만날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보쉬와 벨라스케스, 고야의 그림 앞에서 가이드는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세계적인 화가의 주요작품을 한 미술관이 갖고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문데, 프라도미술관에서는 벨라스케스의 주요 작품 대부분을 소장하고 있다고 했다.

17세기 스페인 궁정화가로 명성과 특권을 누렸던 벨라스케스의 대표 작품인 <시녀들>은 볼수록 재미있는 그림이었다. 그림 속 시선들을 오묘하게 결합시키고 다양한 색체와 명암을 이용해 각자의 관점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어 공간구성의 극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가이드는 설명했다.

고야의 <카를로스 4세 가족>도 관심 있게 보긴 했지만 가장 얘깃거리를 갖고 있는 작품으로는 <옷 입은 마하>와 <옷 벗은 마하> 연작이었다. 똑같은 자세의 여인을 그린 이 두 점의 그림 속 주인공은 이미 고야가 여러 번 초상화를 그렸던 앨버 공작부인이라는 주장과, 당시 스페인의 실질적인 최고 권력자 고도이의 정부라는 설이 있는데, 손님이 올 때는 <옷 입은 마야>를, 혼자 있을 때는 <옷 벗은 마야>를 자신의 집무실에 걸어두고 감상했다고 한다. 그러나 고야의 연인이라는 주장도 있어 회자되는 여러 얘기들의 사실 여부를 확인할 길은 없다.

네덜란드관에서 만난 보쉬의 <쾌락의 정원> 역시 참 특별한 그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양 미술사에서 가장 수수께끼 같은 화가로 알려진 보쉬는 5세기 전의 르네상스시대 화가임에도 불구하고 그 상상력과 표현력은 20세기 초현실주의 화가들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길이가 4미터이고 높이가 2.2미터에 달하는 3편의 패널화로 이루어진 <쾌락의 정원>은 종류를 알 수 없는 새의 모양을 한 괴물이 머리에 주전자를 뒤집어쓴 채 앉아서 벌거벗은 인간을 반쯤 삼키고, 이 괴물에 잡아먹히고 있는 인간의 엉덩이에서는 끔찍하게도 새들이 연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등 그림 전체가 기이하고 파격적이었다.

   
프라도미술관 앞에서 필자
그림 속에는 수많은 인간 군상들과 이름을 알 수 없는 동식물, 세상의 온갖 피조물이 혼재해 등장하는 등 헤아릴 수 없는 이야기가 숨어 있었다.

왼쪽 제단화의 천국을 주제로 한 그림 속의 한 부분 역시 우리가 매혹적인 정원으로만 알고 있는 천국에 대한 성경의 이미지를 아주 새로운 모습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풍성한 과실나무가 있는 전통적인 에덴과는 달리 파스텔톤의 색체로 된 이상한 바위 봉우리를 표현하는 등 우리의 상식을 뛰어 넘고 있었다.

그래서 <쾌락의 정원>은 보쉬의 작품 중에서 가장 불가사의하고 서양 미술사에서 가장 많이 연구되고 다양하게 해석되는 작품들이고, 미국의 조지 루카스 감독 역시 이 그림에서 영감을 얻어 <스타워즈>를 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림 감상에 조금 관심이 있어 유심히 보고 가이드의 설명도 열심히 들었지만 워낙 많은 작품을 짧은 시간에 보았기 때문에 솔직히 남아 있는 거는 별로 없다. 몇 년 전 지중해 몇 개국을 여행하면서 이곳 프라도 미술관을 찾은 적이 있었지만 이번에도 그냥 그런 그림들을 직접 보았다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 미술관 여행이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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