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감 강하고 뛰어난 리더십으로 후배들 이끌어

김현중 센터장이 강진의료원에 근무할 때 함께 근무했던 황보양숙 간호과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초창기 강진의료원 입사하며 인연
의료원내 중요 업무 도 맡아 처리
노조파업으로 의료공백시 홀로 고군분투
당뇨로 건강악화에도 환자 돌보기 최우선


나는 강진읍 남성리가 고향이다. 중앙초등학교, 강진중, 강진농고를 졸업했다. 1983년 강진의료원이 생기면서 입사하게 됐고 2016년 6월 퇴직했다.

퇴직후에는 장애여성 교육기관인 사)내일을여는머진여성 전남협회 센터장을 맡고 있다. 퇴직을 준비하면서 2009년부터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준비해 복지관련 시설에서 일을 하게 된 것이다.

나에게 잊을 수 없는 한 사람을 꼽는다면 여러 사람이 떠오르지만 그중에서도 강진의료원에서 함께 근무했던 한 분이 떠오른다. 바로 강진의료원에서 간호과장을 역임했던 황보양숙씨이다.

황보 과장님과 내가 처음 만나게 된 것은 1984년 10월경이었다. 당시 내가 강진의료원에 입사하고 1년후 황보 과장님이 입사를 했다. 황보 과장님은 강진의료원에 오기전에 해남종합병원의 수술실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강진읍 동성리가 집이지만 해남으로 출퇴근했던 것이다. 이때 강진의료원은 개원초창기라 간호사를 확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중에서도 경험이 많아 나이가 어린 간호사들을 이끌어줄 사람이 절실했다. 이 때문에 내가 직접 황보 과장님을 만나 설득한 끝에 강진의료원으로 입사하게 된 것이다.

이때 황보 과장님은 의료원내에서 중요한 업무를 모두 도맡아했다. 의료원내에서 각종 의료도구들을 각 과별로 나눠주고 공급하는 중앙공급실과 주사실 등을 운영을 책임졌고 간호과장 업무까지 도맡아 하셨다. 여기에 수술실에도 들어가 의사들의 보조업무도 하셨기 때문에 병원내 중요한 일은 거의 황보 과장님의 몫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여러 가지 일을 하다보면 몸이 피곤할 법도 하지만 황보 과장님은 의료원을 찾은 어르신 모두에게 친절하게 응대하며 궁금한 것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해주곤 하셨다. 여기에 60명 정도되는 후배 간호사들의 리더로서 이들을 잘 이끌었다. 간호사내부에서도 리더로서 인정을 받았다.

황보 과장님은 책임감이 무척 강한 사람이다. 어느 날은 이런 일도 있었다. 1990년대 후반으로 기억한다. 이때 나는 총무과장을 맡고 있었고 황보 과장님은 간호과장을 맡고 있었다. 이때 의료원과 노조간에 임금협상을 한 적이 있었다. 양쪽의 의견이 맞지 않아 결국 파업이 결정됐고 의료원내 필수인력만 남고 모두 순천의료원으로 가버리면서 의료공백이 생겼다.

외래환자는 받지 않으면 됐지만 의료원에 입원중인 환자는 지속적으로 돌봐줘야 하기 때문에 많은 인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인력이 절대부족한 상황에서 나와 황보 과장님은 고민을 했다. 고민 끝에 강진의료원의 미래를 위해 외래환자는 포기하더라도 입원환자는 내보낼수 없다는 결정에 업무를 나눠서하기로 했다.

비상이었기 때문에 당시에 강진군에서도 보건소에 있던 간호 인력을 지원해주었지만 파업이 10일 넘게 계속되면서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이때 황보 과장님은 하루에 2~3시간 정도밖에 잠을 자지 못하는 악조건속에서도 의사와 함께 입원환자들의 진료를 도맡아하셨다. 황보 과장님이 있었기에 의료원 입원환자들은 큰 어려움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이정도로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었다.

열심히 일을 했지만 강진의료원은 전남도 출연기관이지만 내부 운영자체는 수익금으로 충당해야만 하는 구조였다. 적자가 계속되면서 업체들에게 의료용품 구입비조차 못줄 정도로 경영이 어려워진 적이 있었다. 이때 업체들에게 내가 직접 전화를 하며 사정해서 대금 지불을 연기할 정도로 상황은 어려웠다.

경영악화가 계속되자 인력감축을 해서 구조조정을 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나는 눈물을 머금고 밀린 임금 지불과 한달간 유급휴가, 퇴직금 한달내 지급 등 혜택제공을 조건으로 퇴직희망자를 모집해 인력을 감축했다.

주로 간호사들이 많이 퇴직하게 되면서 남은 간호사들은 업무가 늘어나야만 했다. 당연히 분위기는 좋지 않을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황보 과장님은 남은 간호사들을 독려하며 근무를 계속해나갔다. 이때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조가 반발하면서 파업까지 갈 위기도 있었지만 황보 과장님이 나서서 설득한 끝에 막아낼 수 있었다. 황보 과장님은 누구보다 책임감이 강하고 환자를 위하는 마음이 강한 사람이다. 옆에서 함께 오랫동안 근무해오면서 분야는 다르지만 존경하게 됐다.

몸을 혹사시키면서 일을 해오면서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 때문이었는지 2014년에 당뇨병 판정을 받게 됐다. 당뇨로 인해 건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간호사 부족으로 쉴 수 없었기에 밤에는 치료를 받고 낮에는 근무를 하는 패턴을 이어갔다. 이것이 오해로 번지면서 사건으로 번지면서 조사를 받고 법정에 까지 섰지만 결국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황보 과장님은 누구보다 강진의료원을 사랑했고 환자를 위하는 사람이었다. 또 누구보다 책임감이 강하고 후배들을 이끄는 리더십도 뛰어난 분이다. 나도 지금은 퇴직해 다른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고 황보 과장님도 지금은 퇴직을 앞두고 있지만 강진의료원에 근무하고 있는 후배 간호사들은 황보 과장님처럼 사명감과 책임의식을 갖고 일을 해나갔으면 좋겠다.       <정리=오기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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