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학생 1천여명 타대학으로 편입

성화대학의 넓은 캠퍼스가 지나는 사람 하나없이 썰렁하다.
요즘 성화대학 인터넷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각종 안내문이 많이 걸려 있다. 학교 폐쇄를 앞두고 학생들에게 공지사항을 띄우는 것들이다. 그 안에 이런 말이 있다.

‘그 동안 성화대학을 아껴주시고 격려해 주신 모든분들께 감사드리며, 마지막까지 함께 하지 못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

성화대학이 폐쇄 초읽기에 들어갔다. 1996년 희망과 격려 속에 개교했던 성화대학은 교과부의 폐교조치란 수모를 겪으며 2012년 2월 29일 영원히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지난 10일 오전 성전면 성전리 성화대학교 교정. 학교는 적막에 휩싸여 있었다. 예년 같으면 학교가 1년 중 가장 바쁜 때이다. 졸업식과 입학식이 교차하면서 학생들을 보내고 새로 신입생을 맞는 시기가 바로 이때이다.

그러나 학교는 조용했다. 골프연습장에서 간간히 공소리가 들려왔고, 본관 앞에는 10여대의 차량이 주차되어 있을 뿐이었다.

본관 1층에 있는 행정실에서는 학교의 폐교 절차가 진행되고 있었다.
학교관계자는 “학생들도 대부분 다른 학교로 편입을 했고 이제 졸업식 후에 학교가 문을 닫는 일만 남았다”며 “아쉬움이 크지만 모두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않느냐”고 한숨지었다.

성화대학의 총 학생수는 2천770여명이고 이번에 다른대학으로 편입해 간 학생들이 1천여명에 이른다. 나머지는 졸업하는 학생들이다. 


장흥법원 청산인선정
폐교후 재산처리
이사장 재산권 행사
하지 못하고 떠나

성전 상가들 폐업속출
학생들 북적이는
대학 다시 되길 바라

성화대학 골프연습장

성화대학의 폐교절차는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았다. 교과부가 폐쇄를 결정하면, 학생들을 모집할 수 없게 되고, 기존 학생들을 다른 학교로 편입시키고 나면 경영진을 비롯한 교수, 교직원들이 학교를 떠나면 그만이었다.

학교의 자산도 처리과정을 거쳐 모두 교육과학기술부에 귀속되게 된다. 이사장을 비롯한 경영진들은 아무런 재산권 행사도 할 수 없다. 냉혹한 세계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법이 그렇기 때문이다.

대학 정관에는 ‘법인을 해산하였을 때 교육과학기술부장관에 대한 청산 종결의 신고가 종료된 후 교육목적을 가진 다른 학교법인이나 교육 사업을 경영하는 자에게 귀속된다.' 고 규정돼 있다. 모든 대학이 이 같은 규정을 전제로 학교를 세우고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를 근거로 재정을 지원하는 것이다.

현재 성화대학의 법인인 세림학원에 대해서는 장흥지원이 지난 12일자로 변호사를 청산자로 선정해 학교의 모든 자산운영을 청산자가 하고 있다. 청산자는 학교건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며, 골프연습장, 학교기숙사등은 어떻게 할 것인지를 조만간 결정할 예정이다. 골프연습장은 임대를 내주는 방안이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성화대학이 종국적으로 어떻게 처리될지도 관심거리다. 학교주변 사람들의 의견에 따르면 가장 좋은 방법은 큰 대학이 부지와 건물을 매입해서 분교를 내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학교기능이 가장 빨리 되살아 난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9월경 성화대학 매입의사를 밝힌 광주의 대학이 있었으나 학교측이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까지 3~4개 단체나 개인이 학교 매입에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학교측 한 관계자는 “학교의 부채가 18억 원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그것도 기숙사를 짓느라 장기 저리로 대출받은 것이다. 재력가가 마음만 먹고 경영에 뛰어든다면 얼마든지 새로운 대학을 차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과부로부터 폐교 조치는 됐지만 학교 상황이 매우 좋다는 것이다. 실제로 성화대학은 개교 후 신입생 모집에서 미달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목포권과 서남권지역을 중심으로 학생 확보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또 전국 146개 전문대학 중에서 50% 안에 드는 대학이였고, 전남에서는 목포과학대 다음으로 잘나가는 학교였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단지 경영진의 방만한 경영과 공금유용, 문어발식 사업확장등이 문제였기 때문에 이 부분만 개선되면 얼마든지 좋은 학교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폐교조치까지 간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여전히 남는다. 

“중앙부처 사람이 그러는데 성화대학은 무진장 재수없는 학교였다고 말하더라. 대목에 걸린 것이다. 반값등록금이다, 사학비리다해서 전국적으로 비난이 들끊고 있는데 그 중간에 성화대학이 빠져 들어간 것이다. 이사장 비리가 터져 나왔고 13만원 월급 사건까지 가세했다. 교과부는 본 떼를 보일 학교가 필요했고, 그 대표적인 표적이 성화대학이 돼 버린 것이다"

학교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교과부가 성화대학을 폐교시킨 것은 정권에 대한 비난을 피하기 위한 돌파구를 만드는 것이었다고 폐교조치를 비난했다.      

성화대학이 폐교되면서 당장 불똥이 튀는 곳이 성전면 소재지 일대 상가들이다. 학생들만 바라보며 장사를 했던 대부분의 상점들이 파리만 날리고 있다. 학교 교문 왼쪽에 있는 중국집은 임시휴업을 붙여 놓고 문이 잠겨 있었다. 창문안쪽에는 정리되지 않은 집기들이 널려 있었다.

6년째 정문근처에서 분식집을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여)은 “문 닫은 식당이 벌써 5곳은 된다. 이사를 가야 할 텐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나마 이 상인은 남편이 다른 일을 하고 있어서 지금까지 버티고 있는 경우였다.

부부가 함께 장사를 하는 가계들은 학생들이 오지 않아 손님이 끊기면서 소득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한 상인은 “성전면 소재지에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부부가 함께 식당을 하는 곳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성화대학 교직원들과 학생들이 주소를 이전해 놓지 않았기 때문에 인구가 줄어들 염려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성전면의 한 관계자는 “한때 학생들이 주소를 많이 옮겼으나 다시 고향으로 이전해가서 지금은 외지학생이 성전에 주소를 둔 경우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실직한 성화대 교수들
82명 전문직들... 하소연 할 때도 없는 답답한 처지


성화대학의 빈강의실에 학생들의 실습도구들이 어지럽게 널려있다.
성화대학의 폐교로 학생들의 상처가 가장 크지만 누구 못지 않게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바로 교수들이다. 이들은 교수라는 사회적 지위에서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처지로 내려 앉았다.

성화대학의 교수는 82명이다. 현재까지 파악된 숫자로는 5~6명 정도가 다른 대학교등에 재 취업을 하거나 거의 성사단계일 뿐이고 나머지는 학교가 완전히 문을 닫는 이달 29일 이후에는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한 처지다.

이들은 교수란 전문성을 가지고 사회생활을 했기 때문에 다른 직종에서 적응이 쉽지 않은데다 교수 자리를 찾기도 어려운 입장이다.

‘문제 있는 대학’으로 전국에 각인된 성화대학 출신 교수들은 다른 대학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는게 교수들의 설명이다.

교수로 들어가기가 워낙 문이 좁기도 하지만, 각 대학 운영자들이 시끄러운 대학에 있던 교수들을 받으면 또다른 문제에 휘말릴 수 있다는 선입관 때문에 마음을 열지 않는다는 것. 특히 교수협의회 활동경력이 있는 교수들은 아예 대학 문조차 두드리기가 어려운 처지라고 교수들은 설명했다.

성화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친지 12년째인 한 교수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성화대학 교수로 간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그렇게 말렸지만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설레임으로 이곳에 왔었다”며 “학교가 문을 닫은 상황이 되니 그저 허망할 뿐”이라고 아쉬워 했다.


졸업생 학적부 서류 관리는 담양도립대학으로

지금까지 성화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은 약 1만7천여명에 이른다. 이들도 성화대학교가 폐교되면서 모교를 영원히 잃은 처지가 됐다.

그럼 이들의 학적부 기록은 어떻게 될까. 졸업생들의 학적부는 3월부터 담양도립대학에 인계돼 관리된다. 학적부나 성적증명서 기타 성화대 졸업관련 서류를 떼려면 담양도립대학을 이용하면 된다.

요즘에는 인터넷 증명서 발급이 일반화됐기 때문에 졸업생들이 직접 담양도립대학까지 가야하는 불편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학교측 관계자는 2월말에 공식적인 학적부 인계가 끝나지만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이기 때문에 당분간 성화대에 와도 각종 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민 A씨의 사연... 고향 모교 모두 사라져

주민 A씨는 군동이 고향이다. 고향에서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졸업한 A씨는 모교를 모두 잃게 됐다고 한숨지었다. A씨의 사연은 이렇다.

A씨의 초등학교 모교인 군동관덕초등학교는 90년대 중반 폐교됐다. 지금은 그 자리에 노인요양원이 들어서 있다. 2008년 2월에는 30년 역사를 자랑하던 군동중학교가 문을 닫았다.

그리고 2007년 3월 들어 강진농고가 갑자기 이름을 바꿔서 전남생명과학고가 됐다. 모교가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이름이 바뀌어 여간 아쉬운게 아니다.

이번에는 대학 모교인 성화대학이 문을 닫게 됨으로써 A씨의 모교는 모두 사라진 모양이 됐다고 했다. 

 
성화대학 개교에서 폐교까지

1997년 1월 학교법인 세림학원 설립 인가
1997년 1월 4개학과 320명 첫 신입생 모집
1999년 12월 중소기업지원센터 개소
1999년 5월 주문식 교육 우수대학 선정
2000년 3월  중소기업 기술지도대학(TRITAS) 선정
2001년 4월 축구부 창단
2001년 4월 창업보육센터 개소
2004년 5월 특성화 프로그램(항공계열) 추진대학(선정)
2005년 5월 주문식교육 우수대학 선정(교육부)
2007년 7월 교육부 감사중 국비유용 발견 검찰수사 시작
2008년 2월 신입생 정원 1천236명(주간 1천190명, 야간 46명)
2008년 4월 성화대학 학장 국비유용 혐의 첫 구속
2009년 2월 4년제 학위수여자 첫 배출
2009년 8월 성화대학 교수 6명 징계성 파면
2010년 3월 광주지방경찰청 총장자택 압수수색 
2010년 6월 교과부, 성화대 이총장 해임 요구
2010년 10월 성화대 이행기 총장 사퇴
2010년 10월 이행기 총장 추가 기소
2011년 6월 월급 13만원 사건 발생
2011년  교과부 ‘횡령교비 회수등’ 1, 2차 계고
2011년 11월 교과부, 성화대학 퇴출 확정
2012년 2월: 폐교(34개 학과 전교생 2천764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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