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준/농업기술센터 원예연구팀장

대만은 우리나라와 인연이 깊은 나라다. 일제 식민지 시대의 암울한 시기에 같은 피해자 입장에서 좋은 인연으로 시작했지만 결국 국가 운영 논리에 따라 국교가 단절되었다.

국토 전체가 아열대 기후에 들어가 있어 아열대 작물의 천국이다. 지난 10월말, 아열대과일에 대한 견학 기회가 있어서 대만을 방문했는데 농산물 유통 시장을 방문했을 때 인상 깊게 느낀 점이 있다.

그때 방문한 ‘타이베이 농산물 운수 유한회사’는 1974년 10월 창립하여 타이베이시 만화지구에서 제 1과채 도매시장을 운영하고 있고, 1985년 9월 중산구에서 제 2과채 도매시장을 운영하고 있는 규모 있는 회사다.

당시 제 2과채 도매시장을 방문했을 때는 농산물 경매가 진행되지 않는 시간대여서 관계자의 설명을 들으면서 시장을 둘러보게 되었다. 시장 직원의 설명 중 놀란 것이 대만 시장이 농민의 이익을 어느 정도 대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유한회사의 설립시 정부 지분이 약 43%정도고 나머지는 개별 업체나 개인의 투자를 받았다고 한다. 회사 운영 이사진 상당수를 정부에서 추천하고 있어서 회사 운영에 참여를 하며 농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한다는 것은 굉장히 참신한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최대 판매처인 농수산물 도매시장에 농민들의 생산물을 내어 놓으면 이후로는 중매인들의 경매를 통해 팔려나가는데 가격 결정은 전적으로 상인들의 입맛에 맞게 정해지면서 농민들의 의견이나 목소리가 끼어들 틈이 없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농민들에게 불리한 가격으로 결정되고 심지어 낙찰되지 못한 농산물은 쓰레기 취급받기 일쑤다.

대만 농민들의 평균 소득이 중산층 월급자들과 비슷하다는 말이 과장이나 우연이 아닌 것 같아 부러운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우리나라 시장에도 비슷한 시스템을 도입하여 운영한다면 농민들과 소비자들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 같은 생각을 해 봤다.

청과 시장의 제일 아래층에서 소매시장이 운영되고 제일 꼭대기 층에서는 식당이 운영되고 있는 등 시장 자체의 수익구조 창출을 위해 애쓰고 있던 점도 눈여겨봤다. 직원 설명에 따르면 큰 저온창고도 운영하므로서 공급량이 많아 가격이 떨어질 때에는 자체적으로 농산물을 저장하여 가격 조절에 적극적으로 힘쓰고 있었다. 그 결과 농산물 유통 수수료를 농가들로부터 3%대의 낮은 비용을 받으면서도 회사 운영에 지장이 없다는 설명이었다.

우리나라의 기본 유통 수수료는 약 7%대로 시장 운영비의 대부분을 농민들에게 부담시키는 시스템과는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이러한 차이에 대해 국내 농업 경제 전문가들께서 정밀하게 연구하여 우리나라 농업시장에 새로운 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도록 반영시켜 주시면 좋겠다.

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점들 중에 농촌이 살기 어렵기 때문에 생기는 것들이 상당수다. 인구 도시 집중, 청소년들의 과다경쟁, 사교육비과다, 농촌 공동화 문제 등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바꿔 말해서 농촌이 살기 좋고 젊은 농업인들의 소득이 높아진다면 많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 어쩌면 농산물 유통 시스템에 열쇠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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