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 출수기에 태풍피해 영향 커

1마지기당 4섬 안돼, 감소뚜렷

강진읍 농협RPC 광장에 농민들이 내놓은 벼들이 톤백자루에 담겨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들녘의 벼의 수확작업이 마무리단계에 접어들면서 본격적으로 쌀 수매작업을 앞두고 있다. 농민들의 일년동안 땀흘린 결과를 손에 받아드는 시점이다.

최근 들어 쌀 가격이 지난해보다 1만원이상 크게 오르면서 각종 매스컴에서는 ‘쌀값 폭등’이라고 표현하며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실상 농민들의 현실은 지난해 쌀값 폭락 상황에서 회복단계라고 입을 모아 말하고 있다.

도암면의 농민 이모(61)씨는 대농에 속한다. 벼 경작면적만 200마지기로 4만8천여평에 이른다. 이 씨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확실히 수확량이 줄었다고 말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평균적으로 1마지기당 4섬반정도 수확량을 봤다. 1섬이 160㎏으로 계산해보면 1마지기당 720㎏ 정도 수확한 셈이다. 평작을 4섬정도로 보는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에는 풍작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올해에는 평균적으로 1마지기당 평작수준에 그쳤다. 이는 여름까지는 작황이 좋아 지난해 못지 않게 대풍이 올 것으로 예측했으나 벼가 한참 익어갈 때에 태풍 피해를 입으면서 수확량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태풍피해가 있었음에도 벼멸구와 같은 병충해 피해가 거의 없었다.

현재 쌀 가격을 살펴보면 지난해 가을 수확기에 20㎏당 3만7천원 수준이었지만 올해에는 4만8천원에서 5만원대로 1만원 이상 가격이 올랐다. 지난해보다 높은 소득이 예상되지만 이 씨는 지난해 쌀 가격이 폭락했기 때문에 이제 겨우 2년전 가격을 회복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2년 전에는 5만원대를 기록했다.

또 이 씨는 올해 정부에서 쌀 공급과잉을 막기 위해 총채벼를 재배할 것을 권유하면서 올해 벼 재배 면적을 줄이고 총채벼를 재배했다. 총채벼의 경우 소 사료용으로 사용하는데 이 씨는 소를 사육하지 않기 때문에 소를 사육하는 농민들에게 팔지 않으면 총채벼는 무용지물인 상황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 사육농가들은 자체적으로 벼 등 사료작물을 재배하는 경우가 많아 총채벼를 팔기도 어려운 상황에 곤란을 겪고 있다. 정부에서 총채벼 재배를 권유하기만 하고 수매나 특별한 대책은 세워주지 않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이 씨는 “나는 경작면적도 많은 편이고 농기계도 대부분 보유하고 있는 데다가 인력도 쓰지 않아 비용을 줄인 덕분에 어느 정도 소득을 올리고 있다”며 “올해 쌀값을 폭등이라고 표현하지만 대부분의 농민들은 농기계 임대비, 인건비, 각종 농자재 등을 포함하면 1마지기당 2섬 이상은 비용으로 포함돼 남은 것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마량면의 또 다른 농민은 이씨보다 사정이 더욱 좋지 못하다. 마량의 김모(61)씨는 약 1만9천평의 논에서 벼를 재배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마지기당 40㎏ 쌀 12~3개 정도 수확했지만 올해에는 9~10개 수준으로 수확량이 크게 줄었다. 평작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는 태풍이 상륙하면서 강한 바람으로 인해 백수현상이 나타나 수확량이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수확량이 크게 줄어든 탓에 쌀값이 지난해보다 오르긴 했지만 태풍피해로 인해 쌀 품질 저하와 수확량 감소로 오히려 소득이 지난해보다 줄어들었다.

지난해에는 5천만원정도 소득을 올렸지만 올해에는 이보다 못할 것으로 보여 걱정이 많다. 농약대와 인건비, 육묘비용, 농기계 비용 등 각종 고정 지출비용을 감안하면 남은 것은 거의 없다고 봐야할 상황이다.

김 씨는 “이제는 벼농사만 지어서는 가족들과 생계조차 유지하기 힘든 상황에 나도 소 사육을 하고 있다”며 “소 사료용이 아니면 벼 농사를 짓지 않고 싶을 정도로 들어가는 노동력과 비용에 비해 소득이 너무 떨어져 경쟁력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큰 폭으로 하락한 쌀값이 올해 2년전 수준의 쌀 가격을 회복해가고 있는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각종 중앙 언론에서는 쌀값 폭등이라고 표현하며 부정적 여론을 형성해가고 있는 상황에 농민들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또 쌀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농정 정책 마련과 농민들에 대한 처우개선 등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아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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