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한 권도 소홀히 하지 말고 항상 독서를 생활화 해야 한다”

이원대 영랑기념사업회 초대이사가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롤모델이었던 故 이형희 문화원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1973년대초 문화원 회원가입하며 인연
초대 문화원장 활동, 23년간 문화발전 기여
YMCA 창립, 지역에 사회교육 뿌리내려
아들 결혼식때 축하글 선물해주셔

나는 성전 월남마을이 고향이다. 성전북국민학교와 성전중학교를 졸업했고 육군헌병학교를 졸업했다.
군대를 제대하고 나서는 관공서에서 근무했다. 지금은 나주시청이지만 당시에는 나주군청이었다. 처음에 나주군청에서 요즘을 말하면 비정규직으로 들어가서 일을 하게 됐다.

일을 시작한 이후 열심히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한 결과 당당히 합격해 1970년 지방행정주사로 나주 다시면사무소에서 행정직으로 공직을 시작했다. 다시면사무소를 시작으로 세지면사무소에서도 근무를 했다.
이후 나의 고향인 강진읍사무소로 근무지를 옮기게 됐다. 이후 성전면과 대구면을 거쳐 1989년 9월 퇴임했다.

퇴임 이후에는 강진향교 장의, 강진군 문헌연구회 감사, 성전면문화회 창립, 영랑기념사업회 초대이사, 세계일보 조사위원 강진군협의회장 등을 역임하며 활발한 활동을 하기도 했다. 요즘에도 대한국인 안중근 의사 기념사업연구회 강진군회장과 강진군 민주청백연합회장, 세계일보 조사국 강진군조사위원 협의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내 인생에 있어서 잊을 수 없는 한 사람을 꼽으라고 한다면 초대 강진문화원장을 지냈던 故 이형희 원장님을 꼽고 싶다. 내가 이분을 처음 만나게 된 것은 강진읍사무소 발령을 받으면서였다.
1972년 10월 강진읍으로 발령받은 나는 몇 달후 평소에 관심이 많았던 강진문화원에 회원가입을 하러 방문했다. 지금은 청소년 문화의 집이 들어서 있는 곳에 예전 문화원 건물이 있었고 이 곳에 들렀다.

당시에 문화원장으로 근무하셨던 분이 바로 이형희 원장님이셨다. 이 원장님은 선한 인상을 갖고 계셨고 누구보다 인자한 분이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에 강진신협 2층에서 무료로 한글을 가르치고 계셨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故 이형희 초대 강진문화원장
이 원장님은 1973년부터 1996년까지 23년 동안 강진문화원장을 역임했다. 원장님은 강진읍 동성리에서 태어나 2011년 별세하기까지 강진을 떠나지 않고 강진의 문화발전을 위해 노력했던 분이다.
해방 직후 YMCA를 강진에 창립해 사회교육에 힘썼고 역도에 관심이 많아서 1947년에 국가대표 역도 선수팀의 동계훈련을 강진으로 유치하기도 했다.

또 문화원장을 맡아 문화의 볼모지나 다름없던 강진에 다양한 문화사업을 펼치기도 했다. 이 공로로 제18회 전남향토문화상을 수상했고 1975년에는 3.1운동탑과 다산과 영랑 동상을 세우는데 지역출향인사들의 모금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문화원 회원들과 함께 나들이를 갈때면 항상 나를 옆에 두고 여러 가지를 챙겨주셨고 먹을 것을 비롯해 친동생처럼 잘 대해주셨던 기억이 난다. 원장님의 여러 가지 배려에 감사한 마음에 어느 날 하루는 강진읍내의 한 식당에서 원장님을 초청해 삼계탕을 대접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30여 년 전 나의 아들이 결혼을 하게 됐다. 이 소식을 원장님에게 전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나를 집으로 부르셨다. 집으로 가보니 원장님이 직접 붓으로 쓰신 축하글을 나에게 전달해주셨다.
이 글은 아직도 액자로 제작해서 나의 서재 벽면에 걸려있다. 서재에 있는 것들중 나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잘 보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원장님을 떠올리면 기억이 나는 것은 책이다. 어느날 한번은 원장님의 집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원장님의 집은 온통 책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상당한 충격이었다. 나도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한다고 자부했지만 원장님의 집을 방문하고 나니 아직도 멀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원장님이 누워 잠을 청하는 곳 외에는 모두 책이 쌓여 있을 정도로 책이 많았고 항상 독서를 하는 모습을 자주 봤다.

이 모습을 보고 나는 깊은 감명을 받았고 나도 원장님을 본받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나도 항상 책을 가까이 하기 위해 노력했고 여러 가지 분야의 지식을 쌓기 위해 책을 많이 읽기도 했다. 아직도 누군가 나에게 책을 선물해주면 아이처럼 기뻐한다.
또 한가지 원장님에게 감명을 받았던 것은 항상 글을 쓰고 계신다는 것이었다. 원장님을 만날때마다 항상 노트에 메모를 하시거나 일기를 쓰시거나 하며 글을 쓰고 계셨다.

원장님은 강진문화원에서 총회를 할때면 회원들에게 항상 “잡지 한권이라도 소홀히 하지말고 항상 책을 많이 읽고 글을 자주 써라” “누구에게 거짓말을 하지 말아라” 등 여러 가지 말씀을 해주셨다. 원장님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나 자신도 자연스럽게 글을 남기는 것을 좋아하게 됐고 일기도 수년째 써오고 있으며 올해에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일기를 써오고 있다.

또 내가 2000년에 성전문화회를 창립할때에도 직접 방문하셔서 축하인사말씀도 해주셨다. 고령의 나이에도 나를 위해 먼 거리를 달려와주신 원장님에게 아직도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들어서 생각해보니 원장님은 내 인생에 있어서 전환점을 만들어준 분이었다.
내가 책을 가까이 하고 일기를 비롯한 생각나는 것들을 메모하는 습관 등을 갖게 해준 소중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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