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집권적 경찰 체제 지방분권적 체제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

복잡한 경찰 개혁 사안 원칙적인 법철학 정신으로 해소
국민의 인권과 권익을 보호하는 미래 경찰상 정립 노력

박재승 경찰개혁위원장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지난 1년 반 동안 경찰에서는 개혁위원회가 구성돼 강도 높은 경찰 개혁이 진행됐다. 경찰개혁위원회는 정부부처 최초로 외부전문가 중심으로 발족됐다(2017년 6월 16일). 이후 1년 반 동안 전체회의 28회, 분과 소위원회 119회, 간담회 28회, 현장방문 12회를 실시하면서 권고한 30건을 발표하는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총 16명의 위원들은 치열한 토론을 거듭하며 경찰개혁을 추진해나갔다. 이 열정적인 위원회를 이끌면서 중심을 잡아나간 원로가 강진출신의 박재승 경찰개혁위원회 위원장이다. 짙은 감색 양복에 밝은 퍼플색 넥타이를 맨 ‘유니폼’ 패션으로 회의를 주재했다. 꼭 필요한 진행 발언 이외에는 말을 아끼는 과묵한 위원장이었지만, 토론이 격렬해질 때나 새로운 방향 모색이 필요할 때는 결정타를 날려 해결하는 과단성을 보였다. 갈등을 해결하는 박재승 위원장의 멘트는 길거나 복잡하지 않았다. 법 철학에 충실한 ‘촌철살인’ 멘트는 경찰 개혁의 정신과 의미를 되새기게 만들었다.

개혁위내에서 경찰개혁 단장을 맡았던 민갑룡 차장은 신임경찰청장이 됐다. 민 청장은 개혁위원회 차장을 맡았을 때 경찰개혁의 실무를 총괄했다. 박재승 위원장에게 경찰개혁의 의미를 되짚어 보았다.

-더위에 어떻게 지내시는지?
“참 무더운 여름이다(웃음). 원래는 8월 초에 2박 3일 일정으로 아들과 손자를 데리고 고향에 가서 청자축제도 구경하고 하려했는데 날씨 때문에 가지 못했다. 집에 있으면서 개혁위원회 회의나가고 틈틈이 고등학교 동창생들 만나며 생활하고 있다. 서늘해 지면 고향에 갈 예정이다.

-경찰 개혁 위원장으로서 경찰개혁의 의미는 무엇인가?
“주권재민의 헌법정신에 따라 지향점을 국가에서 국민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경찰은 세계적인 수준의 치안을 유지하지만 정권의 하수인의 위치에서 공권력을 남용해왔다는 문제점을 노출해왔다. ‘촛불’의 힘으로 시작된 국민주권시대에 맞게 경찰도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경찰개혁위원회가 구성된지 1년반이 됐다. 위원장으로서의 소회는?
“먼저 위원들의 열정적인 활동이 감동적이었음을 전하고 싶다. 새벽부터 밤늦게 까지 스스로 찾아다니면서 활동을 했다. 회의시간에도 논리 정연한 발언들로 뜨거운 논쟁을 이어나갔다. 난 주로 들었고 많이 배웠다. 어디에도 이런 위원회 없을 것이다. 개혁과제들이 잘 수행되도록 점검하고 추가 논의를 해나갈 것이다.”

-주요 권고안 내용을 설명해주신다면?
“경찰개혁위원회는 경찰권 행사의 원칙을 치안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대안을 만드는 데에 집중해왔다.
무엇보다 과거 잘못된 공권력 행사에 대한 구조적인 문제점을 밝히고 깊은 반성과 성찰을 거친 뒤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인식을 함께 하고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 설치를 최우선으로 권고했다. 아울러 △경찰 인권·감찰 옴부즈만 △개방직 인권정책관 등 경찰권 남용 방지를 위한 민주적 통제방안을 마련했다. 

 경찰권 남용과 인권침해 지적을 가장 많이 받았던 수사·경비 분야에서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경찰권 행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집회 시위의 자유 보장 방안 △피의자 보호 및 변호인 참여권 실질화 △피해자 보호 △체포·구속 최소화 △유치인 인권보장 강화 등의 궤적 대안을 마련했다. 경찰 내부의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경찰의 노동기본권 보장 △경찰 내 성평등 제고 방안도 제시했다.

 미래 경찰의 발전 모델을 찾는 것도 중요한 과제였다. 국가 수사체제를 국민의 인권과 권익을 위해 재설계해야 한다는 공감대 하에 경찰과 검찰 양 기관이 상호 견제·협력하는 수사·기소 분리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지방자치시대에 맞춰 중앙집권적인 경찰체제를 지방분권적인 체제로 발전시켜 나가고 경찰활동의 민주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하여 주민친화적인 경찰을 만들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광역단위 자치경찰제를 도입하고 기존 국가경찰의 사무와 권한을 자치경찰에 대폭 이양하는 논의를 진전시켰다.”

-향후 과제는?
“경찰이 창립 72주년을 맞는 시점에서 경찰개혁 논의가 시작됐다. 앞으로 100년을 지속할 수 있는 밑그림을 그리는 시도로 개혁위원회 활동이 기억되길 바란다. 개혁은 끝없는 과정이다. 진정한 국민의 경찰이 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리라 믿는다. 그래서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 최고의 경찰이 되길 바란다.”
                                     

저작권자 © 강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