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진/완주한별고등학교

나의 학교생활 중 두 번 째 독서캠프를 가게 됐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김영랑 시인의 생가’였다. 김영랑 시인은 교과서에서 시가 실려 있기도 하고 많이 들어보아서 나에게는 익숙했다.

하지만 김영랑 시인의 생가에 도착하고 해설사님 설명을 듣는 순간 ’나는 지금까지 김영랑 시인에 대해 잘 몰랐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해설사님 설명을 따르자면 김영랑 시인은 부유한 집 자식으로 태어나 남들이 독립 운동으로 고통 받을 때 혼자 앉아서 편하게 아름다운 것만을 추구하는 시만 썼다고 비판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어느 누구도 자신의 조국을 다른 사람이 다른 것으로 덮고 지워가고 있는 상황에서 편하게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김영랑 시인도 다른 사람들처럼 아파하고 원통해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김영랑 시인의 시가 그것을 반영한다고 생각한다. 

 김영랑 시인의 시의 대부분은 순수, 서정시이다. 섬세한 표현을 쓰고 마치 노래하듯 부드럽다. 끔찍한 일제의 갖은 만행 속에서 어떻게 이런 순수한 시가 탄생했을까 라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나는 김영랑 시인이 이런 시들을 쓴 이유가 아까 말했듯 바로 ’자신이 그만큼 아프다.‘ 라는 것을 표현한 것 같다고 생각한다. 물론 시 로는 전혀 알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 말을 이해 못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현실이 칠흑처럼 어두웠기 때문에 시는 태양처럼 밝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현실에 지쳐있는 사람들에게 순수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보여주며 희망을 주려고 노력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현실 속 자신이 아프고 고통 받는 만큼 시에서는 더 아름답고 서정적이게 표현했을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그때 썼던 시들은 지금의 현실에 지친 현대인에게도 힘이 되고 잃어버린 순수를 되찾아주고 희망이 되어주는 시들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김영랑 시인이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떤 마음이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겠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싶다.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하고 난 후 다음 일정은 바로 숙소에 가는 것이었다.  차타고 지나가는 풍경들이 이 곳은 시골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정겨운 시골 풍경들을 지나 집에 도착한 순간 아주머니가 반겨주셨다. 아주머니는 인상이 매우 동글동글 순해 보이시는 인상이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때는 할머니, 할아버지 집에 가서 마당을 뛰어다니며 놀고, 소꿉놀이도 하고 별거 아닌데도 웃으며 행복해했다. 평화로운 시골의 분위기 속에서 따뜻하게 맞아주시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행복했던 시간들이 이었다.

하지만 점차 크면서 여유가 없어지면서 발길이 뜸하게 되었고,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난 이후에는 발길이 아예 끊기고 말았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흐르고 내가 쌓아온 시골집에서의 소중한 추억들은 나의 기억에서 잊혀지고 있었다.

그런데 ’푸소 체험‘을 통해 내가 어렸을 때 느꼈던 소중한 감정들을 다시 한 번 만나볼 수 있었다. 따뜻한 분위기, 반겨주는 사람들, 논, 밭의 풍경 전부에서 그리운 익숙함을 느꼈다. 아주머니께서는 어떻게 보면 몇 시간 동안만 있다 헤어질 우리들에게 정성을 다해 마음을 전해주셨다.

이 모든 것이 익숙하기도 하고, 너무 나도 따뜻하고 그리운 느낌에 정말 울 것만 같았다.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오르며 그때는 몰랐지만 그 시절이 나에게 추억이 되고 다시 돌아가고 싶은 미련이 생겼다.

지금의 나는 어릴 때의 나와는 많이 다르다. 지금의 나는 여유가 없고 별 거 아닌 일에도 웃어줄 만한 사람은 아니다. 어릴 때의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오히려 쉽게 짜증내고 포기하고 만다.

이런 나에게 ’푸소 체험‘은 어릴 때의 나와 마주 볼 수 있게 해준 체험이었다. 무언가 손으로 얻는 것 보다 이런 감정들과 추억들을 생각할 수 있게 해준 이 체험은 어떤 체험보다 값진 체험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나에게 많은 생각을 준 1박 2일의 시간이 끝났다. 짧은 것 같은 시간이어서 아쉽기도 하고 잘 보낸 것 같기도 해서 뿌듯하기도 했다. 나에게 2학년의 독서캠프는 한 마디로 ’어릴 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서로의 소중한, 그리고 소중했던 추억을 함께 공유한 시간‘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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