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귀한 술병, 물병 한자리에 모였다… 고려청자박물관 주자 특별전 9월 16일까지

고려청자박물관 특별전시실 내부 모습이다. 중앙에 놓인 주자가 시가 적인 주자이다. 이번 특별전은 지난해 매병에 이어 청자에서 가장 많이 생산된 것중 하나인 주자를 주제로 열리는 전시회이다. 9월 16일까지 관람이 가능하다.
인류가 음료를 마시는 데 필요한 그릇의 형태는 맨 처음에는 오목하게 들어가 있어서 액체를 담을 수 있기만 하는 정도였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음료의 종류가 물뿐만 아니라 차, 술 등이 개발되었고 그릇의 재질도 다양하게 발달했다. 도자기는 물론 금, 은, 청동 등의 금속제 주자도 제작되었다.

강진군 고려청자박물관이 청자축제를 맞아 인류의 주자 역사를 음미해 볼 수 있는 전시회를 마련했다. 전시공간은 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이며, 청자 주자 특별전은 개막일인 18일부터 9월 16일까지 계속된다. 주제는 ‘흥과 향에 취하다’이다.

중국 내몽고 오한기하만자5호묘 동남벽화의 모습으로 주자를 확인할 수 있다.
주자중에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진귀한 형태의 주자들을 모아 마련된 전시다.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해 청주박물관, 전주박물관,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목포대박물관 등에서 전시유물을 대여해 왔고, 고려청자박물관 소장품을 포함해 총 21점이 전시됐다.

주자의 기본적인 기능은 차와 술같은 액체를 담아서 잔에 따르는 것이다. 때문에 우선 주자의 몸체에 손잡이가 부착되어 있고, 주자를 기울였을 때 액체가 흘러나오는 주구가 기본 형태를 구성한다.

또 액체를 담는 주자의 입구는 뚜껑이 얹혀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기에 승반이라고 하는 발(鉢) 형태의 받침까지 세트를 이루는 경우도 있다. 승반의 역할은 따뜻한 물을 넣어 술이나 차가 식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다. 주자의 초기 형태에서는 주구가 매우 짧고 직선으로 곧게 뻗은 형태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잔에 액체를 따를 때 주변으로 새거나 흘러내리지 않고 절수가 잘 될 수 있도록 주구가 ‘S'모양으로 휘어지는 형태로 발전했다.

청자사자유개주자승반
중국에서는 주자를 주주(酒注), 탕호(湯壺)라고 했었으며 오늘날에는 집호(執壺)라고 한다. 승반을 온완, 주자와 승반 세트를 주완, 탕주호라고도 했다. ‘선화봉사고려도경’에는 고려인이 다구를 갖추었는데 그 중에는 위에 뚜껑, 아래에는 받침이 있는 탕호가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고려시대 기록에는 주자, 주기, 수병 등의 명칭이 확인된다. 일본에서는 현재 수주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담기는 내용물에 따라 주자의 용도가 구분되었는지, 아니면 그 반대로 주자의 형태에 따라 다른 액체를 담아 사용했는지는 불분명하다. 드물게 남아 있는 국내외 문헌자료나 고분벽화 등에서 유추해 볼 수 있는 정도이다. 용도가 분명한 예로는 주자 몸체에 술과 관련된 시가 새겨진 경우가 있어 술을 담아 사용했음이 분명하다.

고려초기에는 주자에 별다른 문양이 없거나 주자의 몸체가 참외모양으로 골이 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려중기 12~13세기에 들어와서는 문양의 종류와 표현방법이 다양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모란과 연꽃, 국화를 비롯해 버드나무, 참외, 포도 문양이 등장하고, 드물게 여뀌나 갈대가 단독으로 주문양이 되는 경우도 있다.

동제주전자
주자의 형태 자체를 어룡, 거북, 오리, 석류, 연꽃, 참외, 죽순, 사람 등의 상형으로 만드는 것도 고려 중기의 특징이다. 고려 12~13세기에는 다양한 시문기법의 문양과 함께 주자의 몸체가 몇 가지 형태로 구분되기도 한다. 몸체가 참외모양처럼 골이 져 있는 과형, 몸체 어깨가 꺾여 있고 뚜껑에 상형 조각장식이 있는 견신유개상형, 표주박 모양의 표형, 병 모양의 병형 등이 있다.

특히 몸체 어깨가 꺾여 있거나 상형 조각의 뚜껑이 있는 주자는 금은기 또는 청동으로 제작된 금속기 주자의 형태를 모델로 하여 제작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상형 주자는 당시 중국의 정요, 경덕진요, 요삼채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석류, 죽순과 같은 모양의 주자는 고려청자에서만 볼 수 있는 형태이며, 타원형의 벌어진 껍질 사이에 흰색 점을 찍어서 석류 알갱이를 표현한 부분에서는 고려시대 청자 장인의 뛰어난 미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은제금도금주자
특히 자연의 소재를 변형시키거나 왜곡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원형을 살리면서 비색 청자 유약과 조화를 이룬다는 점이 특징이다. 고려후기에는 주자의 생산량이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중국 원대 자기의 영향으로 용, 봉황, 쌍어 문양이 새롭게 등장하게 되며 몸체가 양쪽 면으로 편평한 편병형태도 이 시기에 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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