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규동/강진군 다산기념관 다산교육전문관

강진은 보면 볼수록 천혜의 땅이다. 해발 439미터의 보은산이 든든히 평풍처럼 뒤를 받쳐주고 있고, 오른쪽은 고성사가 왼쪽은 금곡사가 양쪽에서 강진을 불력으로 감싸고 있다.
 
금상첨화로 강진만은 넉넉하게 오랜 옛날부터 풍성한 자원을 쏟아내 강진 사람들을 살찌우고 있다. 그리고 강진만 양쪽엔 금사봉과 만덕산이 서로를 바라보며 사랑을 속삭이고 있다.

드넓은 강진 들력은 계절따라 오곡백화 결실로 강진을 풍요의 마을로 가꾼다. 우두봉에 올라 강진들력을 바라보니 황금빛 보리물결이 넘실대고 이제 서서히 새로운 모내기를 위해서 들판은 은빛으로 반짝인다.

초파일 휴일 오후 부슬부슬 내리는 비는 우두봉을 오르는 자의 땀을 식히려는 부처님의 포근한 사랑의 비가 아닌가 싶다. 객지생활 1년으로 우두봉을 오르는 것은 휴일 나의 일상이 되었다.

건강을 위한 보약의 길이고, 기쁨과 성찰의 시간이다. 우두봉을 오르다 보면 곳곳에 많은 사연들이 쌓여 있다. 특히 우두봉 오르는 길에열두개 고개에 대한 사연은 읽어 볼만하다.

고개마다 써놓은 수많은 사연을 통해 또 다른 강진을 발견하게 된다. 그런데 유난히 눈에 띄는 고개가 하나있다.

바로 열번째 고개인 나도고개이다. 사람들이 자신의 존재를 알아주지 않아 속상해 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산신령이 나타나 이름 없는 고개를 가엽게 여겨 소원을 들어 준다고 하자 이름 없는 고개는 기다렸다는 듯이 나도 고개가 되고 싶다고 하자 나도고개라고 이름을 부르라고 해서 열 번째 고개인 나도고개가 되었다는 것이다.

세상에 이름없이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그렇다 주변을 둘러보면 우리가 조그만 관심과 배려를 한다면 서로가 함께 할 수 있는 경우가 얼마든지 있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 고독사는 물론 자살로 인한 불행한 일들이 흔치 않게 발생하고 있는 현실을 바라보며 이제는 우리가 함께 서로를 인정하며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식이 절실한 때이다.
우두봉에 올라 시원한 바람으로 땀을 식히고 고성사 길로 들어서니 아직은 다듬어진 길이 아니어서 조금은 급경사 길이 부담스럽다.

그 옛날 다산이 이 길로 우두봉을 올라 멀리 흑산도에 유배간 형을 생각하면서 시를 지었던 곳으로 다산의 흔적이 오롯이 남겨진 곳이다.

실제 마흔세 살(1804) 봄날 정약용은 보은산 정상에 올라 정약전이 유배생활을 하는 흑산도 앞 우이도를 바라보며 둘째 형을 그리워하며 다음과 같이 시를 썼다.
 
나주 바다와 강진 사이는 이백리 거리, 험준한 둘이 산을 하늘이 만드셨던가,
아득히 먼 곳을 실컷 본들 무슨 소용 있으랴. 괴로운 마음 쓰라린 속을 남들은 모른다네. 꿈 속에서 서로 보고 안개속을 바라보니, 눈은 물커지고 눈물 말라 천지가 깜깜하누나.“(다산시집)
강진의 뒷산 보은산 우두봉을 우이산이라 하고, 흑산도로 들어가는 입구에 우이도가 있어 우연히도 두곳의 명칭이 일치한다. 게다가 보은산 정상에는 두 개의 봉우리가 있는데 그 이름이 형제봉이라 하니, 우이도와 우두봉이 바다 건너 흑산도와 마주하고 강진에 우두봉의 형제봉이 마치 둘째 형과 자신을 가리키는 것처럼 생각했다.

그뿐만 아니라 고성사 보은산방은 승례 혜장을 알게 되면서 고성암과 인연을 맺었다. 이 곳은 유배생활 중 두 번째 머문 곳으로 1805년 가을부터 1년 동안 큰아들 학연과 주역을 연구하던 곳이다. 그 때 다산이 남긴 시를 보면 그때의 심정을 헤아릴 수가 있다.
우두봉 아래 있는 규모가 작은 선방, 대나무가 조용하게 짧은 담을 둘러 있네. 작은 바다 풍조는 낭떠러지와 연해 있고, 고을 성의 연화는 산이 첩첩 막았어라. 둥그레한 나물통은 중 밥자리 따라다니고, 볼품없는 책상자는 나그네 행장이라네. 청산이면 어디인들 못 있을 곳이 있나, 한림의 춘몽이야 이미 먼 옛 꿈이라네.(다산 시집)
친구따라 강남이 아닌 강진에 왔다. 다산과 인연이 되어 자칭 다산심부름꾼으로 일한지 1년째다. 나도 강진군민이 된 것이다. 강진은 나의 인생3막의 무대로 제2의 고향이 되어가고 있다. 객지인 이곳에서 인생3막의 의미있고 가치있는 일을 위해서 나의 마지막까지의 투혼을 살리고 싶다.

그 일은 다산정신의 계승발전을 통한 미래 대한민국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 할 수 있는 시스템구축 사업이다. 다산은 일찍이 행하지 않는 학문은 아무 쓸데도 없다고 했다. 현장에서 보고 배우고 가슴이 울릴 수 있는 그래서 변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절실하다.

그래서 다산이 그렇게도 애타게 꿈꾸었던 나라다운 나라 백성다운 백성의 나라를 꽃피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강진이 나아갈 길은 다산과 함께 가는 길이다. 강진은 다산의 역사와 현장을 살려야 한다. 그래서 다산이 대한민국의 다산으로 새롭게 일어서게 해야 한다.

국민모두가 이곳에서 다산정신인 애민정신과 호국정신을 배우고 느끼고 체험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산정신을 대한민국의 새시대 정신으로 꽃피울 수 있도록 강진군민들 모두가 솔선수범하여 만들어가야 한다. 그것이 강진의 미래 발전방향이고 또 강진을 강진답게 가꾸어 가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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