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현강/강진군청 미래산업과

관객 호응에 있어서만큼은 어느 유명 가수 부럽지 않은 뜨거운 분위기, 커다란 천막을 치고 온 마을 사람들이 함께 모여 울고 웃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을 자극하는 특별한 공연이 무대에 올랐다. 지역민들을 위한 강진군청의 찾아가는 문화공연, 악극‘사랑해~ 순애야!’다.

낡은 전축에서 구성진 가락이 흘러나오고 분위기가 무르익어 흥이 정점에 이른 순간, 환호의 박수와 함께 배우들이 무대에 오른다.

배우과 관객이 서로 눈을 맞추고 대화하며 진행되는 자유로운 공연. 대중가요와 연극이 결합된 이 특별한 악극은 때로는 눈물샘을 자극하고 때로는 웃음꽃을 활짝 피우며 작은 읍면의 마을 회관을 열정적 공연의 장으로 탈바꿈 시킨다.

현재 나이롱 극장의 무대에 오르는 악극 ‘사랑해 순애야~!’는 1910년대 소설 ‘장한몽’을 원작으로 하여 1960년대 연극과 영화화 됐던 ‘이수일과 심순애’를 현대적 감성에 맞게 재해석한 작품이다.

“김중배의 다이아몬드 반지가 그렇게도 좋더냐~”란 국민대사를 만들어내며 초유의 히트를 기록했던 고전신파극의 명성은 이곳 나이롱 극장에서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배우들의 대사 한 마디 한 마디에 어르신들은 실시간으로 뜨겁게 반응한다. 웃음과 탄식, 눈물과 환호가 함께 하는 나이롱 극장의 공연은 고단한 농사일과 무료한 일상에 지친 어르신들께 추억과 향수를 자극하며 특별한 즐거움을 안겨주고 있다.

특히 공연의 가장 큰 매력은 관객 참여가 더욱 확대됐다는 점이다. 극이 진행 되며 배우들은 자연스럽게 관객인 어르신들께 말을 걸고 대화를 나눈다. 극에 몰입해 집중하던 어르신들에게 이러한 작은 돌발 상황과 자유스러운 공연의 분위기는 예상치 못한 즐거움이 되어 웃음의 기폭제가 되어준다.

공연이 벌어지는 날은 항상 마을 잔치다. 손수 마련해온 음식들을 한상 가득 펼쳐 놓고 마을 축제처럼 함께 즐긴다. 나이롱 극장이 더욱 의미 있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음악과 공연으로 이웃과 이웃이, 군청과 지역민들이 소통하고 돈독해지는 교류의 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렇듯 툭 터놓고 하나가 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통해, 화합하고 서로 돕는 지역 공동체의 따뜻한 울타리를 느낄 수 있다.

닷 새 만에 한 번씩 서는 시골 장날, 시장 뒤편이나 사람이 모일만 한 곳에 으레 약장수가 즉석 무대를 차려놓고 약을 팔던, 이른바 나이롱 극장. 번듯한 무대는 없어도 자리는 언제나 만석, 화려한 출연진은 없어도 구수한 입담 하나로 사람을 웃기고 또 울리던 이 신나는 놀이 한마당은 세월의 흐름과 시대의 변화에 휩쓸려 그 모습을 감추었다.

하지만 매월 둘째, 넷째주 목요일 저녁 5시, 작은 시골 마을의 마을 회관은 잊혀진 추억을 재생하는 영사기가 되어 사라진 줄 알았던 나이롱 극장을 즉석에서 재현하며 특별한 공감과 화합의 장을 펼쳐내고 있다.

앞으로 작천 상평마을, 신전 사초마을, 군동 문화마을 등 다양한 지역에서 남은 공연을 앞두고 있다. 보다 많은 어르신들이 마을 회관을 찾아 공연을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더불어 강진군청의 찾아가는 문화공연을 통해 힘든 삶과 지친 일상을 버텨갈 큰 힘과 웃음을 얻고 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스스럼없이 소통하고 더욱 화합하는 강진군에 있어 나이롱 극장의 특별한 공연이 든든한 한 축이 되어주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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