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운/언론인

추위에 움츠러들어 자연변화를 모르고 살다가도 춘화의 상징인 매화와 산수유를 소재로 한 이벤트 소식이 전해지면 그때야 봄나들이 충동이 인다. 올해도 그랬다. 봄비가 그치고 나면 맑은 날 잡아 꽃동네 구경가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청산도를 생각했다. 올해는 또 얼마나 많은 관광객이 몰려들까.

사람에 치어 후회하다 갯바람에 하늘거리는 유채꽃 물결을 보고 감탄하는 슬로우시티 걷기대회를 상상하니 괜스레 설렌다.

청산도는 고려시대때 현재의 강진군에 속했다가 1896년 생겨난 완도군에 편입되었다. 역사적으로 강진과 완도는 상생의 인연을 갖고 있는 형제지자체였던 것이다. 강진과 완도를 잇는 연도, 연륙교가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하나의 공동체가 분리되었다 공동번영을 위해 다시 재결합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청산도는 외롭고 가난한 섬이었다. 완도에서 청산도까지 자동차를 실은 철부선으로 40분이면 도달할 수 있으나 과거에는 여객선으로 1시간 반이상 걸렸다. 식수난이 되풀이되고 미곡생산이나 어업 활동도 영세성을 벗지 못했다.

청산도 사람들은 쌀밥 배불리 먹는 강진과 해남사람들이 부러웠다. 그곳으로 이사가는게 큰 꿈이었다. 그래도 민심은 따사로왔다. 태고적 생성된 나눔의 공동체 정신은 세월이 가도 퇴색되지 않았다. 초상이 나면 초분을 거쳐 묘에 안장시키는 인간 존엄성 넘치는 매장문화가 전래되어 오고있다.

이젠 딴세상이다. 전국 제일가는 관광보고가 되었다. 전복양식업이 번성하여 손꼽히는 풍요의 섬으로 재탄생했다. 완도군의 민선 3기 출범후에 나타난 경이로운 진화다. 해양 완도 미래가치를 내다본 3기군수는 취임직후부터 전복양식업 집중 육성과 함께 청산도 관광개발에 들어갔다. 재선때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로 공인받은 그는 12년간 청산도를 년간 3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계절가리지 않고 찾아든 세계적 관광명소로 변모시켰다. 사람들은 이를 두고 ‘청산도 기적’이라 부른다.

청산도 사람들은 성금을 모아 청산도 서편제 공원에 민선3기 군수 흉상을 새겨 넣은 공적비를 세웠다. 청산도를 부자섬으로 만들어준 군수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자자손손 전승시키고 멸사봉공(滅私奉公)뜻을 영원히 기리기 위해서다. 경쟁자를 헐뜯고 말만 앞세우며 사심만 챙기는 대한민국 지자체장들이 있다면 이곳을 찾으라. 그러면 참회의 길이 열릴 것이다.

화신의 꼬임에 빠져 엉뚱하게도 고향 예찬론으로 번지고 말았으나 진심은 그게 아니다. 상전벽해로 비유할만큼 변화한 청산도 현지와 발전상을 접할때마다 지자체장의 중요성을 떠올리게 된다. 국가 지도자가 경제발전을 좌우하듯이 한국의 지자체장도 다를 바 없다.

전남의 경우만 해도 눈부신 변화를 가져오는 지자체가 있는가하면 경제침체와 비리로 뒷걸음질하는 곳이 상당수에 이른다. 개혁성과 자질,행정역량, 포용적 리더십, 도덕성과 청렴성등의 덕목을 꼼꼼이 따지지않고 지자체장을 선택한 결과는 반드시 지역격차를 드러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 때마다 도전자들이 흔히 내세운 선거 전략이 3선 불가론이다. 마치 다선이 잘못이나 되는 것처럼 민심을 호도한다. 대신 재선고지를 넘어 3선을 앞두고 있는 것은 업적과 능력을 인정받은 결과였다는 사실을 철저히 무시한다. 이런 인사들이야말로 경계해야할 위험 인물군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의 3선 연임 제한규정은 자치단체장의 전횡과 지역 토착비리의 근절을 위해 도입되었다. 오래 한곳에 머물다보면 부패위험성이 높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그와함께 신진에게 길을 터주기위해서도 3선 연임 제한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선수(選數)가 전횡과 토착비리 위험성과 연관이 있는 건 아니다. 초임때 비리에 연루돼 감옥에 가거나 재선이전에 하차한 예는 허다하다. 이와 달리 3선을 통과한 군수들은 별 탈없이 지역발전을 획기적으로 앞당기고 임기를 마친다.
 
강진에 이웃한 지자체의 경우 5명의 군수 가운데 3명이 초임때 비리를 저질러 도중하차하고 감옥살이를 한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이를 근거삼으면 초선보다 다선이 더 안전하다는 명제 정립은 설득력을 갖는다.

청산도 관광 프로젝트는 민선 3기 군수가 3선, 12년을 연임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을 귀담아 들어야한다. 당선횟수가 문제 되는게 아니라 군수의 능력과 도덕성이 문제라는 사실을 인식시키는 좋은 사례다. 이를 통해 3선 불가를 외친다면 일단 그의 자질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는다.

6·13 전남도내 기초지자체장선거에서 3선에 도전하는 시장군수는 모두 7명이다. 이가운데 3명은 비리나 선거법위반으로 도중 하자했다가 복귀한 인물들이다. 그리고 다른 한명은 군정 프로젝트가 위법이라는 확정판결을 받았다. 나머지 강진 강진원 군수와 진도 이동진 군수만이 별다른 흠결 없이 3선에 도전하는 지자체장이 됐다.
 
마지막 3선고지를 향해뛰는 이들 7명의 지자체장들과 3선불가론을 앞세운 도전자들 중 어느쪽을 택할 것인가. 그게 관심의 초점이며 선택과 집중은 오로지 유권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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