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운/언론인

나도 성적 피해를 입었다는 ‘미투’운동 확산과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북핵폐기 미북 정상회담이 한국사회를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 3개월여 남은 지방선거 열기까지 끼어들어 개인과 사회 활동영역 전반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을 만들어낸 빅 이슈들이다. 그만큼 국민 관심의 여백이 협소해졌다. 그러나 아무리 비좁은 의식 공간이라 하더라도 여론조사만큼은 힘차게 비집고 파고드는 괴물같은 존재감을 발휘한다.

청와대는 국정 수행 동력으로서의 여론을 살펴야하고 정치권은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전략 수립을 위해 여론추이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덩달아 유권자들까지 여론전에 편승하여 분위기를 달군다. 불경기와 고용절벽앞에서 신음하고 있는 취약계층과 달리 여론조사기관만은 호황을 누리고 있는 듯이 보여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

‘미투’와 핵폐기 정상회담은 건국후 최대 국가 이슈이지만 정치권을 향한 국민 여론형성에는 이슈 강도만큼 영향을 못미친다.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와 정당 지지도는 놀라울 정도로 시기에 따른 편차가 미미하다. 요즘들어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평가가 71%을 기록하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60%대에서 소폭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정당지지도의 경우도 예전과 거의 비슷한 추이다. 민주당은 50%안팍, 자유한국당 13~20%,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은 한자리에서 순위가 매겨진다. 하지만 지역별 지지도조사에서는 편차가 크게 벌어진다. 지역여론간극 확장을 주도하는 지역은 단연 광주, 전라다.

3월 첫째주 갤럽조사결과 대통령 국정수행긍정평가에서 호남은 91%를 기록했다. 수도권과 충청은 73.4%, 부산‧울산‧경남 64%, 대구‧경북 47%와 대조적이다. 같은 기간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대통령 국정 수행긍정평가가 65.8%였으며 호남은 77.1%로 가장 높았다.

3월 첫째주 정당지지도는 갤럽의 경우 민주 49%, 한국 12%, 바른미래당 6%, 정의당 5%, 민평당 1%였다. 이 가운데 호남에서는 민주당 74%, 정의당 6%, 민평당 3%, 바른미래당과 한국당이 2%로 나타났다. 리얼미터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는 민주 48.1%, 한국 19.2%, 바른미래당 8.4%, 정의당 5.2%, 민평당 2.6%였다. 호남에서는 민주 59.8%, 한국 7.4%, 바른미래당 7.9%, 정의당 5%, 민평당 4.3%를 기록했다. 호남에서 바른미래당과 민평당이 한자리수에 머물며 순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

탄핵 1년이 지났지만 사회가 달라진 게 별로 없다는 평가가 나온 데도 그렇다. 야당은 국정운영의 동반자라 했지만 청산되어야 할 적폐 세력으로 몰렸다. 탕평인사 대신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 민주당)’ 중심의 인사가 노골적으로 이루어진다. 최저임금 급격 인상 강행, 비서실장이 두바이행 상황에 대한 소통노력이 미흡했다. 이미지 여론조성은 성공했을지 모르나 진정한 소통의 국정운영이라 하기엔 크게 부족하다.

여권의 높은 지지도 행진은 대통령 탄핵으로 몰락한 보수 정치권이 구태를 벗지 못한 탓이 크다. 개혁을 주도해온 소장파도 보이지 않고 기울어진 운동장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전혀 없다. 이름만 바뀌었을 뿐이다. 지난 1년 동안 당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진보 진영에 주로 가해진 미투 타격에도 불구, 지지율이 10%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광주, 전라지역의 여권 독주현상은 6월 지방선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한층 강해졌다. 민주당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일부의원, 예비후보들의 성스캔들에도 불구하고 지지도 등락폭은 미미하다. 상대적으로 야당지지도가 바닥세에 머물고 있는데다 앞으로도 크게 호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호남에서는 거의 제로다. 게다가 3월 남북화해 무드조성, 4월 남북판문점 정상회담, 5월 북미 정상회담 등 여권에 유리한 빅이슈들이 선거전까지 이어져 민주당의 호남독주는 계속될 전망이다.

그래서인지 호남 광역단체장 경쟁은 여권에서만 벌어지고 있다. 전남북지사와 광주시장에 나서겠다는 야당인사가 보이지 않는다. 전남지사의 경우 민주당 이개호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했고 대타로 신정훈 청와대 농수산 비서관이 거론되고 있지만 야당에서는 선뜻 나서려는 인사가 없다.
 
민평당 박지원 의원의 행보도 아리송하다. 주승용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사 출마뜻을 접었다. 광주시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민주당 예비후보들이 난립, 경합을 벌이고 있는 것과 달리 야당 후보 이름은 들려오지 않는다. 국민의당에서 쪼개져 나온 두 당은 한자리수에 갖힌채 도토리 키재기식 순위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호남선거판은 열리기도 전에 파장분위기에 빠져들었다. 6.13호남지방선거는 민주당 독주속에 다자 구도가 확실해졌다. 호남에서 선거해보나마나다는 한탄이 나돌만한 구도다. 보수가 힘을 쓰지 못한 호남에서 진보성향의 야당마저 맥을 못추다 분열하여 상호 비방을 주고 받는다.

호남 유권자가 꿰뚫고 있는 그들의 자기손익계산은 감춘 채 지역민과 국가를 위해 분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강변한다. 야당발 반사이익을 고스란히 챙기는 민주당의 호남여론 독점은 당연한 귀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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