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끌고 하룻네 강진장까지 걸어왔던 농부를 기억하십니까

새벽 우시장이 만들어 냈던 수백년 풍경
3월부터 낮시간 개장, 우시장 역사적 변화


최근 강진우시장의 개장시간이 새벽시간에서 오전 낮시간대로 변경됐다. 변경이후 세번째 장날인 14일 오전, 강진우시장 경매에서 낙찰된 소들이 차량들로 실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앞으로 강진장날 꼭두새벽에 강진읍 탐진강변 우시장에서 환하게 밝혀 있는 불빛을 볼 수 없게 됐다. 우시장이 새벽에 열리지 않기 때문이다.

강진군과 강진축협은 지난 4일부터 강진우시장 개장 시간을 새벽 시간에서 오전 낮 시간대로 변경되어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육우와 임신우는 오전 8시까지 접수해서 9시부터 경매가 이루어지고, 송아지는 9시30분까지 접수해서 11시부터 경매가 시작한다.

그 동안 강진우시장은 새벽 5시까지 접수한 다음 6시부터 경매가 이루어져 왔다. 강진 우시장이 큰 변화를 맞은 것이다.

소를 파는 우시장이 우리역사에서 오일시장이 출현한 조선중엽에 생긴 것으로 봤을 때 이번 우시장의 새벽시장 폐지는 수백년만의 변화라고 할 정도로 의미심장한 일이다.

사실 그동안 일반인들도 “우시장은 왜 꼭 새벽에 열려야 하나”하는 막연한 의문은 있었지만 “원래 우시장은 그렇게 해야 하는가 보다”하며 그냥 넘어가곤 했다.     

그러나 이번에 변화가 있기까지 그 과정을 살펴보면 “그렇게 해야 하나 보다”하는 요건들이 모두 사라졌고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 세상이 됐기 때문에”우시장을 새벽에 열지 않아도 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랫동안 축산업무를 보고 있는 강진군청 환경축산과 윤경모 담당 등에 따르면 우시장은 새벽에 열리는게 당연한 일이었다. 거기에는 공급자라고 할 수 있는 농민과 소비자라 할 수 있는 소장수들 간에 나름대로 자연스런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우시장은 그 지역의 장날에 함께 선다. 그래서 새벽에 우시장을 보고 아침시간에는 장에서 다른 일을 보는게 순서였다. 또 농민들은 새벽에 소를 팔고 남은 시간은 들녘에서 보내면 그만큼 남는 일이었다. 새벽 우시장은 힘들었지만 농민들에게 어느정도 필요한 일이었던 것이다.

소장수들 입장에서도 새벽시장은 필요했다. 오래전에는 소장수들이 새벽에 소를 구입해서 그날 다시 다른 장으로 가지고 가서 이문을 남기고 파는 경우가 많았다.

소위 두탕을 뛸려면 우시장이 새벽에 서는게 유리한 일이었다. 무엇보다 새벽에 우시장이 섰던 이유는 도축장에 신선한 소를 공급하기 위해서 였다. 새벽시장에서 거래된 소는 바로 도축장으로 직행해 그날 도축됐다.

70, 80년대 강진의 생고기가 유명했던 것은 강진읍 도원리에 있었던 도축장에서 소를 당일 도축해 그날 유통했기 때문이다.

14일 오전 11시 30분 우시장에서 만난 한 축산 농민은 “아주 편하고 편리하다. 새벽에 고생할 일이 없다. 단지 우시장이 낮에 개장하는 만큼 바쁜 영농철이 되면 좀 불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새벽에 우시장이 서다 보니 이런저런 안쓰러운 일이 많았다. 누구보다도 농민들이 큰 고생을 했다. 옛날 트럭이 없던 시절, 면단위에서 소를 키우던 농민들은 강진장을 보기위해서 전날 소를 끌고 강진읍까지 걸어 오곤 했다. 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강진장 전날에 소를 끌고 도로를 걸어가는 모습은 흔했다.
 
그래서 생겨난게 ‘소하숙집’이었다. 동쪽지역, 그러니까 마량과 대구, 칠량에서 소를 끌고 걸어온 사람들은 강진장과 가까운 군동 신평마을에 있는 소하숙집에서 하루를 지냈다.

소에게 여물을 먹이고 소주인도 하룻밤을 쉬었다. 다음날 새벽에 장으로 갔다. 도암면과 신전면, 성전면 등 서쪽 지역에서 걸어 온 사람들은 강진읍 홍암마을에 있는 소 하숙집에서 하룻밤을 쉬었다. 새벽 우시장을 이용하는 일은 그렇게 고생스런 일이었다.

또 어두운 시간에 소를 거래하다 보니 눈먼 소를 가지고 와서 멀쩡한 소라며 파는 일도 있었다고 하고, 현금이 거래되던 시절에는 전문 도박꾼들이 새벽부터 설치기도 했다. 새벽에 돈을 잃어버린 사람도 많았고, 대신 우시장 바닥에서 돈을 줍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 소 유통 환경이 많이 변했다. 현금이 사라지고 온라인 입금이 일반화된지 오래고, 무엇보다 도축을 당일에 하지 않는다.

지금은 도축장에 소를 가져가면 질병감염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하룻동안 묶어 놓고 ‘임상관찰’이라는 것을 한 후에 다음날 도축한다. 굳이 소를 새벽에 가져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낮 시간에 우시장이 개장되면서 농가의 불편이 해소되고 안전사고의 위험성도 크게 줄어드는 것은 물론 출하된 한우를 좀 더 정밀하게 평가해서 낙찰 받을 수 있게 하고 있다”며 “사람도 편해졌고 소도 편해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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