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문의 독해와 요약이 논술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다

<보기2>
화장실에서 밥을 먹는 대학생들
(가)“일본에서는 5년 전부터 ‘벤조메시(便所飯·변소밥)’라는 게 화제가 됐다. 발단은 2009년 7월 6일자 아사히신문 석간의 1면 톱기사. 이 기사는 도쿄대를 비롯한 몇몇 대학에 ‘변소밥’을 금지하는 벽보가 붙었는데, 대학 당국은 붙인 적이 없다고 하는 기묘한 사실을 보도했다. 그 후 소수이긴 하나 화장실에서 식사를 하는 학생들이 있다는 사실 자체는 여러 차례 보도됐다. 한 정신과 의사는 ‘런치메이트 증후군’이라고 말을 만들었는데, ‘변소밥’을 그중 하나로 보고 있다.”

(나)마침 지난주에 ‘언론을 통한 세상보기’라는 특강 시간에 400여 명의 대학생 앞에 설 기회가 있었다. 강의가 끝날 무렵, 앞에 언급된 아사히신문 기사를 큰 화면으로 보여주고 물어봤다. “혹시 화장실에서 밥을 먹어봤거나, 그런 사실을 들은 적이 있나.” 직접 경험자는 없었으나 한 학생의 대답이 귀에 들어왔다. 그는 “화장실에서 먹을 것이니 소리가 나지 않게 단무지는 빼고 김밥을 싸 달라고 하는 친구의 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 했다. 시점은 올해. 화장실에서 밥을 먹은 경험은, 있다고 해도 선뜻 인정할 게 못 된다. 그런 점에서 비록 ‘전언’이긴 하지만, 우리나라에도 화장실에서 밥을 먹는 대학생이 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동아 2015.03.30>

(가)문단은 소주제문을 앞에 배치한 두괄식이다. 주제문을 먼저 제시하고 뒷받침 문장으로 구체화했다. 구체화 방식을 따른 것이다. 이와 달리 (나)문단은 소주제문을 끝에 배치한 미괄식이며 일반화 방식이다. 구체적인 사례를 먼저 제시하고 마지막으로 이를 바탕으로 결론을 내린 형식이다. 특강시간에 질문을 통해 화장실 밥먹는 사실이 있다는 한 학생의 전언을 듣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에도 그런 실태가 있을 것이라는 잠정결론을 내렸다. 구체적 사례를 바탕으로 일반화한 형식을 취했다. 귀납적 추론 방식이다. 위에서 보는 것처럼 일반화와 구체화의 순서는 내용은 기본적으로 같다는 걸 알 수 있다. 소주제문 배치를 앞과 뒤 어디에 두느냐를 선택하는 차이 뿐이다.

문단은 주제에 대한 하위 개념으로 소주제를 정한 후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상술, 합리화, 예시 등의 뒷받침 문장으로 구성된다. 주제를 뒷받침하는 이러한 단락들을 어떻게 순리적으로 연결시키느냐에 따라 글 전체의 초점 부각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접속사나 접속구를 동원한다. 그러나, 그런데, 한편,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뿐만아니라 따위를 적절히 사용한다. 이와함께 앞단락의 일부 단어나 구절을 인용해서 다음 단락 첫문장을 구성한다. 또는 다음 단락을 이어갈 때 앞단락의 마지막 문장에 대해 예측하는 문장을 쓰거나 이유와 원인, 부연설명, 예시를 압축한 하나의 문장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러한 방법은 단락간 유기적인 관계를 드러내고 의미를 이어감으로써 주제 파악이 한층 수월해진다. 경우에 따라서는 연결단락, 즉 전환단락을 사용하기도 하나 극히 제한적이다.

문장의 연결때도 단락간 연결방식을 활용할 수 있다. 앞문장에 대해 이유를 대거나 앞문장에서 사용된 키워드를 다시 반복사용하면 흐름이 자연스러워진다. 또는 앞문장을 수식어구로 쓰거나 이렇듯, 이처럼, 이러한과 같은 예시 접속사를 활용 연결성 효과를 높힌다. 흔히 리드미컬한 글이란 이처럼 단락간 또는 단락내의 문장사이에 순리적인 연결성이 돋보일 경우를 일컫는다.

<보기1>
(가)어릴 적 읽었던 옛날 이야기가 떠올랐다. 도시에 사는 효자가, 시골 마을에 더 대단한 효자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효를 배우러 찾아간다. 그런데 이 ‘시골 효자’가 집에 돌아오니 어머니가 안마에 발까지 씻어주는 게 아닌가. ‘도시 효자’가 어이가 없어 너무 하는 것 아니냐 따져 물었다. 시골 효자 왈 “ 제가 무슨 효자겠습니까. 딱 하나 해드리는 일은 어머니가 하자는 대로 하는 것뿐입니다”. 도시 효자는 무릎을 치며 깨달음을 얻어 진정한 효자가 됐다는 이야기다.
(나)나도 뒤늦게 깨달았다. 억지로 최신 전자기기를 쥐어 드리고, 일류 레스토랑에 데려다 드리는 게 부모님께 스트레스라는 사실을. 또 하나, 부모님이 패키지로 가신다고 할 때 “그것도 괜찮네요. 재밌겠네요”하는 것이 내가 편한 방법이라는 것도. 다시 패키지 여행으로 바꾸면 이 또한 불효일까.
                       <중앙2015.03.27>

(가)의 마지막 문장에 들어있는 깨달음 낱말을 (나)단락 첫 번째 문장에 연결하여 소주제문을 만들었다. 단락 이어짐이 자연스럽다. 앞단락 마지막 문장의 어구나 낱말을 인용한 사례다.

<보기2>
(가)누구는 바닷물을 가두기만 하면 소금이 생기는 줄 알지만, 어림도 없는 소리다. ①복잡한 과정을 거치고 땀방울이 섞여야 소금 몇 말을 얻을 수 있다. ②저장지로 끌어들인 바닷물은 1차 증발지에서 어느 정도 졸인 다음 2차 증발지로 보낸다. ③이곳에서 염도가 정점에 오른 소금물을 마지막으로 보내는 곳은 결정지. ④맑은 날 새벽 결정지에 도착한 소금물은 하루 종일 졸여져 저녁 무렵이면 하얗게 엉기기 시작한다. 이런 상태를 두고 소금꽃이 핀다고 한다.

(나)소금꽃은 저절로 피어나는 게 아니다. ①햇볕은 물론 적당한 바람과 사람의 땀을 품어야 피는 꽃이다. 염전에서는 바닷물뿐 아니라 시간도 함께 졸인다. ②‘시간의 뼈’가 순백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소금은 계절, 햇볕, 바람은 물론 만들어지는 시간에 따라 굵기와 맛이 달라진다. ③북서풍이 부는 날 엉긴 소금은 단단하고 굵으며, 동풍이 부는 날 거둔 소금은 밀가루처럼 곱다고 한다. ④환경에 따라 맛이 쓴 소금도 생산되고, 짜기만 한 소금이 있는가 하면 짜면서 향기로운 소금도 나온다.             <서울2016.07.05>

(나)문단에서 (가)문단의 마지막 문장인 “소금꽃이 핀다”는 문장을 이용 “소금꽃은 저절로 피어나는 게 아니다”는  첫문장을 만들었다. ‘소금꽃’이라는 낱말을 사용문단을 연결함으로써 리듬감을 준다.
문장간의 연결도 자연스럽다. (가)문단의 경우 ①문장은 앞문장중 어림도 없다는 표현을 받아 어려운 절차가 따른다고 추상화한 뒤 다음문장에서 구체화한다. ②문장은 소금이 만들어지는 첫 번째 과정인 ‘저장지로 끌어들인 물’이라는 표현으로 문장을 이어받았다. 시간적 배열방식이다. ③의 ‘이곳에서’는 앞의 2차 저장지를 지칭한 것이다. ④번째 문장도 앞의 마지막 낱말 ‘결정지’를 형용사를 붙여 그대로 받아 표현했다.

(나)문단 ①문장은 앞문장을 구체화형식으로 이어갔다. ②문장도 앞문장 ‘시간도 함께 졸인다’를 변형하여 ‘시간의 뼈’로 썼다. 긴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의미다. ③은 앞문장에서 거론된 ‘바람’에 따라 소금형태가 달라지는 사례로 이어받았다. ④문장은 앞문장에서 나타난 계절, 햇볕, 바람을 ‘환경’으로 추상화해서 문장을 이어받았다. 이처럼 단락과 문장을 이어갈 때 앞단락과 문장의 표현을 이어받거나 구체화 형식으로 이어나가면 문장이 매끄럽게 느껴지고 이해도 빨라진다.

논술문제를 꼼꼼히 파고들면 몇가지 유형으로 간추려진다. 요약, 공통점, 비교와 대조, 평가, 설명을 기본 조건으로 내세우는 문제들로 가닥이 잡힌다. 문제 조건이 다른 형태의 논술문제라도 결국은 독해력을 바탕으로 한 요약이 해법의 핵심요소다. 요약을 거쳐 관점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밝히고 비판하거나 옹호하는 평가를 요구하는 단계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결국은 독해와 요약이 논술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독해와 요약이 논술의 전부라고 강조되기도 한다. 제시문의 완벽한 이해와 이를 문제 조건에 맞게 요약하는 능력이 논술문제의 해답의 문을 여는 키역할을 한다. 논술문제가 제시문을 통해서 문제를 푸는 형식이기 때문에 독해와 요약이 논술해법의 전부라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는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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