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운/언론인

사드4기 발사대를 실은 트럭이 진입하던 날, 배신과 분노의 쓰나미가 성주 골을 뒤덮었다. 주민들은 문대통령에게 투표한 손가락을 훼손시키고 싶다는 문구가 담긴 플래카드를 앞세우고 절규했다. 문정권에 성심껏 협력해 온 정의당의 배신감 넘친 성토는 하늘을 찔렀다.

정의당 이정미대표는 외쳤다. “박근혜 시대의 사드는 절대악이고, 문재인 시대의 사드는 아니냐” “사드 배치를 반대했던  대선후보 시절 약속은 어디로 갔느냐” “정부는 이번 사드 배치가 임시조치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이는 말장난일 뿐이다”

군사전문가이기도한 김종대 의원도 가세했다 “이렇게 물리력으로 국민을 제압하는 광경은 박근혜 대통령 시절과 다를 것이 없다” “어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비극이 시작된 날이다”

권위를 내려놓고 서민과 약자를 배려하려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민심은 우호적이다. 그러면서도 대통령의 언행불일치, 캠프· 코드인사, 좌편향 정책 드라이브, 재정대책 미흡한 복지정책 등의 복합요인이 국민을 불안케 한다.
 
그중에서도 언행불일치를 으뜸가는 부정 요소로 꼽는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원내대표의 국회 연설이 공감을 확산시키고 있는 것은 이러한 문제점을 정확하게 집었기 때문이었다. 언행불일치를 일반 국민들은 무감각하게, 그저 익숙한 언어로 받아들일지 모르겠다.

그들과 달리 광주사람들에겐 역겨움을 되새김시키는 혐오스런 개념어다. 지난해 총선 직전 광주충장로 1가에서 내놓은 호남이 지지를 거두면 대선 출마를 포기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이 치유될 수 없는 트라우마를 안겼다.

대통령의 언행불일치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는 인사 분야다. 문재인 대통령은 병역면탈, 부동산투기, 탈세, 위장전입, 논문표절 등 5대 비리와 관련된 자는 고위공직에 원천적으로 배제하겠다고 다짐했다. 당선 전후에 굳게 맹세한 그러한 다짐은 물거품이 됐다.
 
거의 모든 장관들이 여기에 걸려들었으나 임명을 강행해왔다. 전남출신인 이낙연 총리(영광), 박상기 법무부 장관(무안)은 모두 7건이나 드러났다. 상징적인 호남인물 중용대상인 두 인사는 가장 많은 배척 조건이 제기된 고위 공직자군에 들었다. 그런 하자를 안고도 국민의당 묵인속에 통과됐다.

언행불일치 덕을 톡톡히 본 대표적 케이스다. 문대통령은 언행불일치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을 했다가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취임사에서  “능력과 적재적소를 인사의 대원칙으로 삼겠다” “저에 대한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 삼고초려해 일을 맡기겠다”고 천명했다.

그 후 4개월이 지나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인사에 대한 셀프평가를 내렸다. “현 정부의 인사에 대해서 국민들이 역대 정권을 통틀어서 가장 균형인사, 탕평인사, 통합적인 인사라고 긍정적인 평가들을 내려주고 계신다”고 말했다. 출발할 때와 100일후의 발언이 천지간극만큼이나 어긋난 발언이다. 이런 발언직후 유체 이탈화법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노무현 청와대에서 초대 정무수석을 지낸 유인태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쓴소리를 던졌다. 문 대통령의 자평에 대해 “어떤 국민이 인사를 그렇게 인정하나”라고 반박했다. 그는 ‘자화자찬̓이라고 일축하며 “벌써부터 상당히 오만한 끼가 보인다”고 비판했다.
 
“진짜 탕평을 하려면 정의당, 바른정당, 국민의당에까지 추천을 받아 널리 인재를 구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만과 자만은 대통령이 가장 경계해야 할 태도”라고 꼬집었다. 증세 문제에 대해서도 “복지를 확대하면서 재원 걱정을 말라는 대통령의 말을 사람들이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의 언행불일치는 국민의 신뢰 상실로 이어진다. 정권이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국정운영이 어려워진다는 건 상식이다. 신뢰가 사라지면 대통령이 선을 말하고 공감 정책을 내놓아도 믿으려 하지 않는다.
 
대통령이 신뢰를 쌓으려면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한다. 일관성도 유지되어야 한다. 그런데도 자신이 한 말을 행동으로 뒤집는 국정운영패턴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역대정권이 청산하지 못한 적폐중의 적폐다. 오만으로까지 비춰지는 자가당착적 언행은 국민의 불신을 심화시킨다. 고공행진중인 긍정여론에 취해 진실이 보이지 않는 것만 같다.

긍정여론이 높은 사드배치지만 이를 받아들인 대통령은 찬반 양측으로부터 불신을 샀다. 부정입장에서 긍정으로 선회한 언행불일치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드배치에서 나온 비극의 씨앗은 사드 실존이 아니다. 언행불일치에서 생겨난 불신인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대통령의 언행불일치에 대한 우려는 커져가고 있다. 이념과 포퓰리즘적 성격이 강하게 풍겨나는 복지정책 집행과정에서도 그러하리라 믿는 사람이 적지않다. 논란이 점화된 전술핵무기 재배치 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개운치 않다. 언행불일치에 따른 대가는 결코 가벼울 수 없다. 헌법재판소장 국회 인준 부결도 협치약속 불이행 때문이었다. 불신과 오만은 전직을 무너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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