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일까지‘다산 정약용과 다산학단’유물 특별전 개최… 제자들의 다양한 저술과 방산 윤정기의 새로운 저술 최초 공개

목민심서, 흠흠신서의 이본 공개, 제자들 활동 담겨
역의증석 등 다산 제자들의 저술도 함께 관람 가능

지난 28일부터 10월 1일까지 다산기념관에서 강진방문의 해와 제45회 강진청자축제를 맞아 특별전을 개최한다. 특별전시실 내부 전시관의 모습이다.
다산기념관이 2017 강진방문의해와 제45회 강진청자축제를 맞아 이달 28일부터 10월1일까지 66일간 ‘다산 정약용과 다산학단’이라는 주제로 특별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다산기념관에서 개최하는 12번째 특별전으로 남양주 역사박물관과 공동기획해 의미가 더 깊다.

182책 503권으로 알려진 다산 선생의 방대한 저작 활동은 대부분 강진 유배시절에 이뤄졌다. 이러한 결과는 다산 선생 개인의 뛰어난 역량과 노력이 기본이었지만 그 외에 강진에서 만난 다산 선생의 제자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 학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다산 선생의 일대기를 정리한 ‘사암선생연보(俟菴先生年譜)’를 보면 ‘제자 중에 경서와 사서를 부지런히 열람하고 살펴보는 사람이 두어 명, 부르는 대로 받아쓰며 붓을 나는 듯 내달리는 사람이 두어 명, 손을 바꿔가며 수정한 원고를 정서하는 자가 두세 명, 옆에서 거들어 줄을 치거나 교정·대조하거나 책을 매는 작업을 하는 자가 서너 명이었다. 무릇 책 한 권을 저술할 때에는 먼저 저술할 책의 자료를 수집하여 서로서로 대비하고 이것저것 훑고 찾아 마치 빗질하듯 정밀을 기했던 것이다’고 기록돼 있다.

자료 수집과 정리, 스승의 말씀 받아쓰기, 반듯하게 고쳐쓰기, 수정 및 책 엮기, 대조 및 검토 등이 정약용의 총괄 아래 일사불란하게 진행된 것이다. 하나의 저술이 완성되기까지 이 과정이 보통 다섯 차례 이상 진행되었다고 한다. 이렇듯 방대한 저작은 정약용과 제자들의 연구분업체계가 갖추어졌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윗쪽 사진은 지난 25일 개막에 앞서 문화관광해설사들을 대상으로 김대원 학예사가 다산 제자들의 서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하단 사진은 이번에 전시되는 책의 모습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러한 다산과 다산학단으로 일컬어지는 제자들의 저작 활동이 담긴 다양한 유물을 확인할 수 있다. 다산이 유배 초기에 천자문의 대안교과서로 만든 ‘아학편’과 ‘제경’을 통해 다산의 교육철학을 확인할 수 있다. 당시 천자문은 아동의 발달과정과 인지과정을 무시하였는데 아학편에서 명사, 동사, 형용사를 갈래별로 정리하여 제시했다.

1805년 다산의 큰아들 학연이 아버지에게 가르침을 받기 위해 강진으로 내려왔고 보은산방에서 머물면서 예(禮)와 역(易)에 대해 공부하고 강론을 했다. 이때 질문에 따라 대답하고 기록한 ‘승암예문’도 전시된다. 그리고 일표이서 편찬과정에 제자들의 도움이 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목민심서와 흠흠신서의 이본들도 공개된다.

다산이 제자들에게 강조했던 것 중 하나가 ‘필사’였다. 즉 보고 베끼는 것이었다. 당시에 책이 귀하고 가난한 처지에서 고전과 선배·동료의 좋은 글을 베끼고 옮겨 적는 것이 좋은 공부법이었다. 제자들은 이러한 스승의 가르침을 따라 메모하고 기록하여 자신만의 총서를 엮어 내었다. 윤종진의 ‘순암총서’, 윤종삼의 ‘춘각총서’, 황상의 ‘치원총서’, 황경의 ‘양포일록’, 이강회의 ‘유암총서’ 등 제자들의 각종 총서도 전시된다.

다산 제자중 한명인 윤종진이 기록한 순암총서이다. 이 책은 선현들의 글을 보고 옮겨적은 각종 학습노트라고 할 수 있다.
순암총서는 다산의 제자중 한명으로 해남 윤씨인 윤종진이 선현들의 글을 보고 옮겨 적은 각종 학습 노트이다. 또 역의증석은 윤정기의 ‘주역(周易)’에 관련한 저술이다. 기존에 ‘역전익(易傳翼)’과 함께 윤정기의 ‘주역’ 연구는 물론이고 다산 주역학의 계승이란 측면에서도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책의 서문에는 윤정기가 지냈던 ‘백학산려(白學山廬)’ 등의 내용도 있어 강진 향토자료 연구에도 도움이 되는 자료중 하나이다.

선암총서는 서문이나 발문없이 2권 1책이다. 본래 24책이었지만 1책만 남아 전하고 있다. 이 책에는 ‘목민심서’의 일부가 씌어 있다. 현전하는 ‘목민심서’의 체제가 다른 초기 형태이다.

다산 제자 황경이 기록한 ‘흠흠신서’는 여러 경전에서 관련 사항을 조사형 발췌한 부분이 실려 있다. 현재의 흠흠신서와 체제가 달라서 흠흠신서의 편찬과정 초기 형태를 보여주는데 다산의 일표이서 저술 활동에 강진의 제자들이 도왔음을 알 수 있는 자료로 평가받는다.

양포일록은 황경이 선배 문인과 학자들의 서적을 보고 옮겨 적은 것이다. 이중에는 다산이 잃어버려 애석해한 ‘거가사본(居家四本)’이 실려 있다. 다산은 집안에서 지켜야 할 네가지 근본으로 제가(효도, 우애, 자애), 치가(근검, 성실), 기가(독서, 혼인), 보가(순리, 순응)로 나누었다.

다산 선생은 네가지 근본을 책상 위에 놓아두고 항상 읽기를 강조하였다. 두 아들뿐 아니라 제자들에게도 이 네가지를 강조했는데 제자들과의 인간적인 관계도 엿볼 수 있다.

다산 선생은 제자들의 개성에 맞게 학습동기를 유발하고 자신들의 역량과 취미를 살려 장점이 있는 분야에 집중하는 능력이 탁월했다. 그 결과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들만의 성과를 이루게 된다.

19세기 조선의 천문역산 문헌 중에서 가장 체계적이고 방대한 이청의 ‘정관편’, 다산의 ‘아방강역고’를 계승한 윤정기의 역사지리서인 ‘동환록’, 우리나라 선박을 개량하기 위한 방안을 기록한 이강회의 ‘운곡선설’, 홍어장수 문순득의 표류생활을 기록한 ‘표해록’ 등이 대표적으로 이번에 특별전에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상반기에 다산기념관에서 구입한 ‘역의증석’은 다산학의 마지막 계승자로 평가 받는 다산의 외손자 방산 윤정기의 주역에 관한 저작으로 이번 전시를 통해 최초로 공개돼 눈길을 끈다.

이번 특별전은 8월 4일까지 열리는 청자축제 기간에는 전국의 많은 관람객들이 관람할 수 있도록 무료 입장이 가능하며 그 이후에는 입장료를 내야한다. 전시기간은 10월 1일까지이며 그 이후부터는 남양주 역사박물관에서 이번 전시 유물을 관람할 수 있다.

임준형 다산기념관장은 “이번 다산유물특별전은 다산과 제자들의 인간적인 면모와 그들이 이룩한 업적, 그리고 다산학에서 차지하고 있는 강진의 위상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전시회로 기획했다”며 기획의도를 밝혔다.

한편, 지난해 다산기념관은 청자축제기간동안 다산금속 윤영상 회장의 소장유물 특별전으로 ‘다산과 강진, 다산을 품은 귤동’을 주제로 특별전을 개최한 바 있다. 이 유물들은 다산이 귤동마을로 들어오게 된 과정과 해배 이후 다산의 후손들과 귤동마을 해남윤씨와의 지속적인 교류, 두 집안의 관계를 뒷받침할 수 있는 3대에 걸친 다산 집안 간찰을 전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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