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유라/강진군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

‘농촌지도사’라고 하면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농촌지도사는 농가의 농업소득 증대를 위한 시험·연구와 교육훈련을 담당하는 공무원으로 농업분야 교육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농업인들과 살을 부대끼며 그들에게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고 그것을 실천하도록 도와줄 뿐만 아니라 농업인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여름철 현장 영농기술교육은 농촌지도사의 고유 업무로 30여년의 전통이 있는 교육이다. 연간 교육 중 가장 중요한 교육이다. 새벽영농기술지원, 현장지도능력배양교육, 새벽앰프방송 등 다양한 현장 업무를 진행하지만 여름철 영농교육만큼 농업기술센터 전 직원이 바쁘게 움직이는 일이 없다.

여름철 현장 영농기술교육은 농업기술센터의 농촌지도사와 농업연구사가 마을의 현장을 직접 찾아가 품목별로 재배시기에 맞는 핵심실천 기술을 전달하는 교육이다. 특히 일방적인 강의 형식이 아닌 소통과 공유로 농업인들의 고충과 애로사항을 해결해주며 영농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기 때문에 호응 및 농업인 참여도가 아주 높다.

필자 또한 농촌지도사로서 본연의 지도·교육 업무를 수행해야하지만, 행정업무가 많은 귀농업무를 맡으며 현장업무가 드물어 농업기술을 잘 모른다는 이유로 강사가 되는 것을 두려워했었다. 하지만 올해는 현장으로 나아가 농업인들과 함께해보고자 바람으로 세 곳의 마을을 다녀왔다.

뭐든지 처음 한다는 것은 어렵지만 여름철 현장 영농기술교육은 나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교육을 해주기보단 줄곧 교육을 받아 왔던 입장으로 ‘어떤 말로 시작해야 되지’부터 ‘어떤 말로 끝맺음을 해야 할지.’ 처음부터 마무리까지 모든 것이 고민이었다. 한 해 풍년농사를 위한 영농교육이기에 내 실수로 인해 한 해 농사가 잘못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앞섰다.

이러한 고민을 알고 계셨던 것인지 여름철 현장 영농기술교육을 하기 전 근 한 달간 선배님들과의 야간 정보 배움방을 운영했다. 배움반은 매주 2회 저녁식사 후 근무시간 외의 시간을 통해 이루어졌다. 현장 영농지도 경험이 많은 선배님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신규 지도사들에게 전문기술과 지도기법을 전수해주시고 교육 할 때의 노하우를 알려줬다.

선배님들의 30년 노하우를 놓치지 않기 위해 눈을 반짝이며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필기를 하며 공부했다. 이 시간을 통해 현장 영농기술의 중요성과 현장지식을 차근차근 배워나갈 수 있었다.

배움방이 종료된 후  나의 첫 교육장소는 도암면 송학마을이었다. 직원들 앞에서 가상교육을 했었지만 실제로 교육을 진행하니 긴장을 해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당혹스러웠다. 선배로서 함께해준 농촌지원과장님의 추가 설명이 더해진 후에야 강의가 무사히 마무리 될 수 있었다. 이장님께서 다음엔 더 잘 할 수 있을 거라며 열심히 준비했다고 격려해주셨지만 ‘역시 경험이 중요하고 농촌은 현장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두 번째 작천면 갈동마을은 아버지의 고향인 만큼 직접 교육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자원해 간 마을이었다. 첫 강의를 하고나서 부족했던 부분을 보충하고 선배님들과 현장에 몇 번 더 다녀온 후라 그런지 갈동마을에서는 떨지 않고 준비해간 것을 모두 말씀드릴 수 있었다. 특히 김영수 이장님과 마을주민분들이 가족같이 예뻐해주시고 교육을 잘 들었다고 칭찬해주셔서 뿌듯하고 감사했다.

마지막 옴천면 계원마을까지 교육한 후에야 짜릿했던 첫 여름철 현장 영농기술교육은 끝이 났다. 모든 마을에서 많은 분들이 나와주시고 집중력 있게 교육을 들어주셔서  감사했다. 어렵다고 생각 했던 교육을 마치고 보니 조금 더 성장한 나 자신을 보았고, 앞으로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농업인분들께 친근하게 다가가며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 참 고마웠고 도움이 되는 한 가지라도 더 알려드려야겠다고 욕심이 생겼다.

여름철영농교육은 비록 짧은 기간동안 이루어졌지만, 함께 도와주신 선배님들과 마을 농업인분들 덕분에 앞으로 남은 35년 농촌지도사 생활의 큰 밑거름과 원동력이 될 것 같다. 첫 영농교육을 발판삼아 혁신적이고 과감히 도전하는 지도사업을 펼쳐나가며 농업인들의 친근한 조력자 또는 든든한 전문가인 농촌지도사가 되고 싶다.
 

저작권자 © 강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