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처음 의심 신고가 접수된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소규모 농가를 중심으로 급속도로 확산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정부는 전국의 살아있는 가금류의 유통을  전면 금지하는 등 AI 확산 차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히나 이번에 발생한 AI는 예사롭지가 않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AI는 날씨가 추운 계절에 발생한다는 것이 상식이었다. 국내에서 발견된 AI 바이러스는 고온과 습도에 약해 겨울과 봄에 걸쳐 확산되다가 여름이 되면 수그러지는 현상을 되풀이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2014년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여름철에 AI가 발생해 큰 피해를 낸 데 이어, 이달 들어 고병원성 AI가 발생해 ‘여름철=AI 안전시기’라는 등식이 이제 깨지고 있다.

AI의 여름철 발생에 더 긴장해야 하는 이유는 바이러스의 토착화 가능성 때문이다. 예전에 유입된 AI 바이러스가 근절되지 않은 채 국내 어딘가에 잠복해 있다가 발병한 것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여름철에 AI가 발생했다는 것은 중‧소규모 농가와 종계 농장 간의 ‘순환 감염’이 일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일 AI가 토착 전염병으로 변이됐다면 100% 살처분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선택은 AI 방역에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AI가 가금류 가축은 물론이고 사람에게도 치명적일 수 있는 인수공통전염병이기 때문이다.

중국이나 베트남 등 동남아국가처럼 AI가 토착화됐다면 살처분에 전적으로 의존하기보다 가금류 백신의 제한적 사용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는 전문가 지적을 정부는 귀담아 들어야 한다.
 
일단 단기적 대응에 총력을 기울여 이번의 AI 확산을 차단하되, 장기적으로는 관행과 기존의 접근 방식을 벗어난 근본적 해결책도 함께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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