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운/언론인

문재인 대통령 지지도가 하늘을 찌른다. 재임 중 역대 최고 지지율 기록을 세운 김영삼 대통령보다 기대 지지율이 더 높다. 어느 대통령이나 취임직후면 지지율이 치솟는다. 그러다 막바지에 접어들면 한결같이 추락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의 지지율 유형 틀에서 벗어날지가 국민적 관심사가 되었다. 그러한 관심은 초심이 지켜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소망의 발로일 것이다. 지금까지 초심을 이어간 대통령은 없었다.

초심 이탈은 지지율하락을 불러온다. 김영삼 대통령 지지율은 최고 83%, 최저 6%였다. 김대중은 최고 71%, 최저 24%, 노무현 60%,  12%, 이명박 52%,  21%, 박근혜  60%,  5%를 각각 기록했다. 이 가운데 가장 높은 지지율은 김영삼 정부 초기의 83%, 가장 낮은 지지율은 박근혜 정부 4년차의 5%였다. 지지율이 가장 높은 대통령이 임기말에는 꼴지수준으로 추락한 사실에 주목해야한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90%에 육박한다. 임기 말에는 60%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 급상승은 탈권위와 속도 붙은 위민 행보에서 나온게 아닌가 싶다. 청와대 참모들과 격의 없이 대화하고 식사 후 야외에서 티타임을 갖는 모습은 과거 권위적 집권자들과 대조적이다. 일자리창출, 탕평인사, 적폐청산 등 국민이 바라는 쪽으로 국정 속도를 내고 있는 것도 다른 모습이다.

4대강비리감사와 순실게이트와 우병우 집권남용 재수사 등 적폐청산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렇다고 지지율 고공행진이 임기 말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낙관할 수 없다. 싹수가 놀놀해지려는 전조증상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판단한 탓이다. 만사형통의 초입인 인사부문에서 첫 번째 증상이 나타났다. 고위공직 배척 원칙이 무너져 내린 결과다. 공통적인 결격사유는 ‘위장전입’이다.

호남 우대 신호탄격인 이낙연 총리 후보자를 비롯 외무장관, 장관급인 공정거래위원장 후보 모두 위장전입 사실이 드러났다. 앞으로 청문회 대상인 공직자 임명과정에서도 위장전입은 되풀이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과거 청문회에서 밝혀졌듯이 고위직의 위장전입은 관행처럼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공약으로 고위직임명 배척 5대원칙을 내걸었다. 내용은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 전입, 논문 표절이다. 이중 하나라도 걸리면 고위 공직에서 배제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런데 총리, 여성외무장관, 공정거래위원장 후보 3인이 대통령 입장을 곤란케하는 5대원칙에 위배된 하자가 드러났다.

청와대는 하자인물 3명중 외무장관에 대해서는 사전에 위장전입 사실을 공개했다. 이와 달리 다른 2명은 청와대 검증과정에서 스크린 됐는지 의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언론과 야당검증과정에서 위장전입사실이 불거졌다.

인사 청문 절차 파행은 원칙 파기 시도가 근본 원인이다. 어떤 경우에도 인사 배제원칙은 지켜져야 옳다. 국민과 약속한 사안이므로 준수의무 대상이다. 국정파탄을 몰고온 인사시스템이 무용지물로 전락한 전철을 밟아서도 안된다. 그런데도 밀어붙이려 한다. 호남출신 총리 후보여서 국회인준은 국민의당이 협력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다른 고위직은 청문보고서가 부적합으로 나오더라도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면 그만이다. 원칙파기 시도의 전제가 된 이러한 계산을 깔고 무리수를 두고 있는 듯하다. 탄핵을 맞은 전직처럼 원칙을 짓밟는 대통령, 거짓말하는 대통령이라는 인식의 씨앗을 뿌린 것과 다를게 없다. 전직 데자뷰는 백성과의 간극을 만들어낸다.

총리 후보 임명을 강행하려면 사과는 필수 과정이다. 청와대는 국무총리 후보자 위장전입부분에 대해서는 비서실장을 통해 공개 사과 했다. 그러면서도 야당의 대통령 직접 사과 요구는 거부했다. 인사권자가 정한 원칙을 파기하려한다면 인사권자가 나서 사과하는 게 정도다. 더구나 대통령이 사과하면 풀릴 수 있는 정치현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대원칙은 원칙에 불과하고 세부지침을 마련 중이라고 대응했다.

원칙이 다섯가지로 세분화되어있는데 어쩌자는 것인지 헷갈린다. 총리 임명이 늦어진 것은 야당 탓이라는 취지의 말도 했다. 위장전입 문제와 관련 양해를 구하면서도 국민에게 직접하는 게 아니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내놓았다. 소통과 협치를 강조한 정권의 정체성을 흐리게 한 대응이다. 수석회의에서 국회를 탓했던 전직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고공행진후 추락이라는 역대 정권의 지지율 패턴 틀에 갇힐 전조증상들이다.

이제 국민이 답답해졌다. 총리만은 통과시키자는 여론이 조성됐지만 여론이 심판의 잣대가 될 수 없다. 위장전입은 주민등록법 위반이다. 관련 형법은 징역 3년이하 또는 1천만원이하의 벌금형을 내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장전입은 대통령 자신이 대선 공약으로 내건 인사 배척원칙중 하나다.

법과 원칙을 위반한 인사를 고위직에 앉히는 건 역리다. 그러고도 법과 원칙에 따라 통치하겠다고 다짐한다면 위선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이다. 법과 원칙을 무시할려면 고개를 떨구어야 한다. 국민을 향한 사과한마디가 그토록 어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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