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애자 / 주부. 강진읍 서성리

나의 영적인 어머니이자 선생님으로 모시는 김영 목사님의 시 한편을 소개하려고 한다. 

열흘 전쯤 몸도 마음도 비우고 침묵하는 수련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선생님은 5일 동안 효소 단식을 하셨다. 칠순을 훌쩍 넘긴 몸으로 감잎차와 생수와 효소만으로 거뜬히 단식을 마치고 더 맑고 기쁨에 겨운 목소리로 먼저 소식을 전해 주셔서 얼마나 감사하고 죄송하던지. 

다음 시는 이번에 단식하던 중 야채효소를 마시며 영감을 얻어 쓰셨다고 한다.
선생님께 이 시 전문을 쓰겠노라고 허락을 받아 여러 사람과 나누고 싶어 여기에 소개한다.

인격의 발효
                                                                     
마음은
다채로운
풀잎 같아
둥그런 잎, 뾰족한 잎,
모난 잎, 매끈한 잎,
뻣뻣한 잎,
껄끄러운 잎
난 대로
신맛, 단맛,
쓴맛
떫은 맛 ···

가진 맛 꽁꽁
봉해서
푸-ㄱ 푸-ㄱ
삭힌다.

발효되기 전에는
뚜껑을 열지
말 것이다.
남은 독소에
사람 해칠라.

기다려!
좀 더 기다려
숙성되면
입을 열어라!       

  -나의 스승 김영 목사님의 최근 시-


이 시를 선물로 받고 사람의 인격과 말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사람에게 상처 받는다는 것은 바로 덜 발효된 상태에서 나오는 독한 기운 때문 아닐까?

상처를 받는 사람도 그렇고, 또 원인 제공을 하는 사람도 그렇고.
푸-ㄱ 삭혀 잘 익으면 맛도 좋고 몸에도 좋은 것을.
잘 삭는 다는 것은 단시일에 되는 일은 아닌 듯하다.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하고 믿고 기다리는 끈기도 있어야 할 것 같다.

강진일보 창간을 기뻐하고 축하하며, 사람에 대한 굳건한 믿음으로 정성을 기울이는 강진일보, 잘 발효된 맛있고 멋있는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강진일보를 꿈꾸며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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