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하자마자
사네 못사네 하던 동서가 아이를 낳았다
어머니 걸음걸이는 바쁘다
금방이라도 만개할 것 같은
웃음을 머금은 채
호박을 구하러 이집 저집으로 다닌다
수년전에 둘째아이 낳았을 때
오일장에서 갱엿을 사와
나 혼자 호박하나를 끓여 먹던 생각에
서운한 마음 걷잡을 수 없이 켜져 가는데
어머니 웃음처럼 둥그런 호박덩이들
호박즙 다 되면 동서한테 보내라
웃음 속에 나를 감추고
집으로 오는 내내
찜통안의 호박처럼
속이 푹푹 끓었다
어머니는 그 웃음뒤에 숨어 있는 나를 보았을까
저녁 무렵
호박 즙 다 되면
느그집에 몇 개 놔두고 보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