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작천면 부면장

1970년대 초 초등학교에 다니기 위해서는 탐진강을 건너야만 했다. 강을 건너기 위해서는 세 가지 방법이 있었다.

밧줄에 매달린 나룻배를 이용하거나 어상보(御賞洑) 아래쪽에 놓인 노둣돌이나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징검다리를 이용해서 건너는 방법과 장흥읍이나 강진읍 쪽으로 멀리 우회해서 건너는 방법이 있었다. 그래서 비가 많이 오거나 장마철이면 학교에 가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학교로 가는 길이 강변의 자갈길과 모래밭으로 이루어져 있어 등굣길은 어린 학생들의 몸과 마음을 늘 피곤케 했다. 그래서 가끔은 책가방을 자갈밭이나 모래밭에 묻어 놓고 장흥 시장을 구경하러 다니곤 했고 그런 이유로 담임선생님으로부터 혼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지금은 골재채취와 하천 정비작업으로 강자갈과 모래밭은 찾기 어렵다. 물도 흐르지 않는다 물이 흘러야 할 자리를 잡초와 활잡목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하류의 홍수 피해 막고 생활용수 공급이라는 그럴듯한 명목하에 건설된 탐진댐(장흥댐)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탐진강의 길이는 50㎞가 넘는다고 한다.

영암군 금정면 궁성산(484m) 계곡에서 발원해 유치면 보림사 경유하여 장흥읍을 관통해 흐르다가 월출산에서 발원한 금강천과 합류해서 도암만으로 흘러든다.

하류에는 상류에서 내려온 유기물이 오랜 기간 펄밭에 퇴적되어 갈대밭이 형성되었고 미세한 플랑크톤부터 어류와 조류까지 복잡하고 풍부한 생태계가 형성되었다. 그래서 1,300여종의 다양한 생명체가 여기에 기대어 살아간다.

자연은 여러 가지 상호작용으로 유지되고 스스로 오염물질을 치유하는 능력이 있다고 한다. 사람들의 잘못된 판단으로 물길을 막고 시멘트로 처 발라버리면 자연치유의 능력들은 상실한다.

물이 흐르지 않는 강을 강이라 할 수 있는가. 위쪽은 썩고 아랫쪽은 말라 버린다. 흘러야 할 물길을 막아 댐을 건설하고 보를 설치하고 하는 행위들은 삶의 터전을 없애버리고 스스로의 숨통을 조이는 거나 다름이 없다. 이런 부작용들로 의심되는 현상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도암만 갯벌을 뒤덮었던 바지락과 낙지는 그 자취를 감춘지 오래고 겨울이면 철새들로 넘쳐났던 해변이 몇 마리의 철새들로 한산하다. 한여름이면 강가에서 은어를 잡고 다슬기를 잡던시절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지 모른다.

탐진강 주변에는 수많은 역사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오염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맑디맑은 물이 울창한 숲과 기암괴석이 함께 어우러진 곳인데 이제는 찾아볼 수 없다.

작년에 강하류 갈대밭에서 제1회 갈대축제를 성황리에 마무리하였다. 행사를 실행하고 관광자원으로 조성하기 위해서는 자연훼손이 불가피하다.

특히 갈대밭 사이로 생태 관찰로를 시설하고 인공구조물을 만드는 일은 훼손이 뒷따를 수밖에 없다. 계획된 노선의 갈대는 제거되어야 하고 데크가 설치된 노면은 햇볕이 들지 않는다.

사람들의 잦은 출입으로 이물질은 반입되고 쓰레기는 주변에 하나둘 벼려질 것이다. 인공 구조물 덕분으로 짱뚱어 어미와 새끼가 노닐고 철새들이 먹이 사냥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었지만 그들의 생활터전을 침해하고 간섭하지는 않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보존과 개발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게 하여 자연자원이 훼손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갈대밭은 자연이 우리에게 준 마지막 선물인 것 같다. 잘 보존해서 춤추는 갈대축제가 영원히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강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