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영체/전라남도의회 교육위원장

요즘과 같은 스마트 시대에 수많은 디지털 기기의 등장은 손가락만 몇 번 움직이면 기기가 알아서 모든 문제를 척척 해결해줍니다. 복잡한 숫자를 외우고 다닐 필요도 없고, 길을 몰라도 목적지 주소만 알면 어디든지 찾아갈 수도 있습니다.

이런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는데 점점 익숙해지면, 눈앞의 자극적인 영상에 반응하고 빨리빨리 변화하는 영상에만 길들어진 뇌는 차분하게 책을 읽고 대화하거나 무엇인가를 기다리기가 점점 어려워지게 됩니다. 원래 인간의 두뇌는 생물학적으로 생각하기 싫어하고 편하게만 생각하도록 진화되어 왔기 때문에 우리 두뇌가 좋아하는 이런 현상은 가속화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인간이 뭔가를 고민하고 호기심 있게 바라보고 느끼면서 깨달음을 통해 희열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이성적으로 사고하는 방향으로도 함께 진화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인간의 이성적 사고 능력이 있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활용하지 않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우리는 이미 주어진 정보와 지식이라는 홍수 속에서 원하기만 하면 무엇이든 얻을 수 있지만, 정작 그것들의 기원이나 의미는 무엇인지,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거의 생각해보지 않습니다. 전문적 지식의 양은 늘어나는 데 비해 통합적 이해력은 갈수록 떨어져 현대사회는 지식의 풍요 속에서 오히려 암흑기를 맞고 있습니다.

어쩌면 모든 정보와 지식이 널려 있는 이 편한 세상에서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우리에게 깊은 통찰과 사고를 빼앗아 갈지도 모릅니다.

우리 대한민국도 지금까지 산업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경쟁을 통한 발전지향적인 성장을 해왔지만, 그 이면에는 정확한 답을 요구하는 교육방식과 규범에 얽매인 전체주의적 사고방식 속에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기르지 못하도록 제약을 받아왔습니다.

지금 우리가 미래사회를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은 기존 지식을 어떻게 활용하고 통합해 혁신적인 새 지식을 창조하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독서와 토론을 통해서 ‘생각의 힘’을 키우는 것입니다. 

책 읽기 즉 독서는 글 속에 담겨진 작가의 생각에 다가가면서 그 내면에 담겨진 사상을 이해하고, 내가 가진 생각을 서로 나누는 행위입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많은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성적 사고력을 길러 보다 폭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게 됩니다.

여기에 더 중요한 것은 읽었던 내용을 마음속 생각에만 머물지 않고 자기가 만들어낸 언어로 논리적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유대인의 하브루타 교육의 핵심은 책을 읽고, 친구와 서로 질문하고 토론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토론을 거치며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아이디어가 만들어 질 수 있고, 타인을 배려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합리적으로 주장할 수 있는 의사소통 능력을 배양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전라남도교육청에서도 ‘생각의 힘’을 키우는 대표적인 교육정책인 시베리아 횡단 독서토론 열차학교를 해마다 추진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열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를 함께 하고, 항일 운동 유적지를 직접 탑방 하면서 느낀 생각을 이야기하고 의견을 나누는 과정 속에서 자기의 미래를 설계하고 꿈을 만들어 갑니다. 이렇듯 우리는 꿈을 꾸고 상상을 하고 재미를 추구하는 인간이기에 그러한 인간의 능력을 기르는 교육이 실천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존경하는 인물들 중 독서와 토론을 즐기면서 생각의 힘을 키우고, 창의력과 상상력을 발휘하여 훌륭한 업적을 이뤄낸 세종대왕부터 디지털 혁명의 선두 주자인 애플의 스티브 잡스에 이르기까지 어느 누구보다 ‘생각의 힘’의 중요성을 깨달았던 그들의 정신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까운 미래에 인간을 대신하여 인공지능이 모든 것을 주도하게 되면 우리 인간은 더 이상 생각을 할 필요가 없는 시대가 올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그럴수록 우리는 인간만이 가진 ‘생각의 힘’을 키우는 교육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깨닫게 될 것입니다.
 

저작권자 © 강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