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운/언론인

오는 9일 자정무렵이면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어 직무에 들어간다. 19대 대선은 지방선거가 있는 내년 2월 25일 새로운 대통령의 직무가 시작되도록 일정이 짜여져있었다.
 
하지만 순실 농단과 대통령 탄핵이 대선 일정을 교란시켜 신임 대통령 출범이 8개월 앞당겨졌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조기대선 수혜의 결과라는 평가가 내려질 수 밖에 없는 대이변이다.

선거 상황은 큰 산속의 기후변화처럼 변덕스럽다. 하루가 다르게, 또는 하루에도 시차를 두고 판세가 바뀌는 경우도 있다. 탄핵에 적극동참하고 새누리당을 탈당한 후 바른정당을 만든 보수파 의원들중 13명이 다시 원대복귀할 줄 누가 예측했는가.
 
그러한 역동적인 가변성이 특정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함으로써 꿈도 못 꾸던 권좌에 오를 수 있는 길이 열린것이다. 올 장미대선에서 승리한 후보는 자신의 역량만으로 이루어낸 결과라고 자랑한다면 참 나쁜 대통령이라는 말을 들을 것이다. 가정이 현실화된다면 청산되어야할 적폐중 으뜸이다.

19대 대통령직은 하늘이 내려준 선물이라는 인식 때문인지 사람들의 무관심은 예상외로 깊다. 집권여당이 없는데다 과거 여당이 탄핵 여파로 힘을 쓰지 못한 상황에서 야야끼리의 대결이 싱거울 수 밖에 없다.

정권교체는 밥상을 받아놓은 상황과 같다. 선두를 달리는 두후보 중 누가 된들 어쩌느냐. 느긋한 심리와 냉소주의가 확산되면서 무관심도 비례해서 커져간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4월과 5월에 펼쳐지는 연휴기간에 집을 나서 보면 실감난다.

지난 29일, 광주~해남~완도~강진~광주 코스를 달렸다. 드라이브 내내 차장밖에 펼쳐지는 연초록 산야풍경이 환상적이었다. 갓난이 얼굴처럼 다가서는 연초록 새싹이 빚어낸 4월과 5월의 풍광은 봄꽃보다 더 진한 황홀감을 만들어 냈다.

정권잡겠다며 마이크 잡고 악쓰는 군상들은 불행한 사람들이라는 생각도 끼어들었다. 이 멋진 계절에 실천못할 말들을 쏟아내면서 백성을 현혹시키는 데 혼을 팔고 있으니, 어찌 불행한 사람들이 아니겠는가. 완도읍 도로는 차량들로 가득찼다.

해조류 박람회 중인데다 청산도 슬로우씨티 행사까지 겹쳐 완도경찰서 부근부터 여객선 터미널까지 체증이 계속됐다. 한동안 괜히 왔다는 후회와 짜증이 생겨날 정도였다. 차량과 인파가 뒤섞인 혼란스런 상황에서 대선 무관심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

완도읍 수산시장에서 생선 좌판을 운영하는 지인에게 물었다.
“누굴찍을 참인가”
“관심없어요”
“그래도 투표는 해야지...”
“누가되면 뭣한다요”
“ 000후보 찍으소이”
“ 투표장에 가면 그럴게요”

몰려드는 관광객들의 생선회 주문에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 판에 이런 질문을 던졌으니 성실한 응답이 나올 리 없다. 50명이 넘는 생선좌판 상인들도 자신과 같은 무관심을 드러내고 있다고 전했다.

높은 투표율 기대에 역행하는 지인의 반응에서 호남의 어두운 미래를 읽을 수 있었다. 선거때마다 특정 후보나 정당에게 표를 몰아주는 호남의 전략적 표심은 기대하기 어렵겠다는 판단이 스쳐갔던 것이다.

돌아오는 길은 강진 쪽을 택했다. 광주~완도코스를 택한 드라이브족은 대체적으로 해남보다 강진을 선호한다. 시멘트도로의 삭막함과 주변의 산야 풍광의 차이 때문이다. 해남쪽은 4차선 고속화도로이므로 신경이 더 쓰인다.
 
이와 달리 강진방향은 2차선 도로를 이용할 수 있어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하늘을 덮는 시원스런 가로수와 석문산~덕룡산~주작산으로 이어지는 산세가 상쾌감을 안겨준다. 두륜산 뒤편 산야의 풍광 또한 시원스런 눈요기감이다.

석문산 공원일대는 만원이었다. 승용차와 대형버스가 줄지어 서있고 가족단위의 인파가 계곡주변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석문공원 명물인 구름다리 위에도 상춘 행렬이 이어졌다. 대선 유세전이 펼쳐지는 대도시와 달리 강진골에서는 영랑문화제와 명품길 걷기 대회가 열리고 있었던 것이다. 대통령 선거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소리치는 상춘객들의 허상을 보았다.

후보들이 호남을 뻔질나게 드나드는 이유가 뭔가. 집권하면 호남을 우대하겠다는 공약을 되풀이한 것은 또 무슨 이유인가. 전통적인 몰표특성 때문이다. 몰표 드라마가 끊긴다면 그런 가식성 공약마저 줄어들고 집권후 인사차별과 예산 지원 약화로 이어질게 뻔하다.

뿐만아니다.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정당과 호남의원들의 영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내년 지방선거 판세에도 영향을 준다. 장미대선을 앞두고 호남인들은 이러한 결과예측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가.

호남의 몰표드라마를 연출하려면 우선 후보의 자질 정도를 알아야한다. 정직성과 4차산업혁명을 소화낼 수 있는 창의성, 일자리 창출원천인 기업 활성화 마인드, 통합적 리더십등을 고루 갖춘후보가 누구인가를 꼼꼼히 따져보아야 한다. 그런 후 예전처럼 보다더 나은 후보에게 90%넘게 표를 몰아주는 것이다.

그런 투표전략은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살리는 최상급의 것이다. 상습적인 말 바꾸기와 거짓말이 몸에벤 후보를 아웃시키는 정도(正道)이기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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