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폭락했지만 논 1마지기당 임대료 14만원선 그대로

문중 논 임대농들 큰 고통, 일반 임대농으로 확산분위기

임대로 벼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들이 임대료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은 관내 한 농민이 광장에 있는 공공비축미 쌀포대를 바라보고 있다.
쌀값 폭락, 가뭄 등으로 농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든 한해를 보냈다. 제도를 시행한 이래 처음으로 지난해 지급한 벼 우선지급금을 환수해야 할 처지다. 대부분의 농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들보다 더 힘든 한해를 보낸 사람들이 있다. 바로 다른사람의 논을 임대받아 농사를 짓는 임대농들이다.

도암면의 김모(53)씨는 20여년째 벼농사를 짓고 있다. 자신 명의로 된 논도 일부 있긴하지만 농사를 짓고 있는 땅 대부분인 1만4천평정도 논이 임대받아 농사를 짓고 있다. 문제는 곡수라 불리우는 임대료에 있다. 일반적으로 논의 임대료는 1마지기 즉 200평당 벼 1섬(110㎏) 정도로 책정된다. 오래 전에는 수확한 쌀로 임대료를 지급했지만 요즘에는 대부분 쌀가격만큼 돈으로 지불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김씨는 대략 70마지기 정도의 논을 임대를 받아 농사를 지었기 때문에 1마지기당 14만원씩 대략 1천만원 정도를 임대료로 논 주인에게 건넸다. 지난해 같으면 시중에서 거래되는 쌀가격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기때문에 문제가 안됐지만 올해에는 사정이 다르다. 최근에 거래되는 쌀 1섬당 가격이 대략 10만~11만원 정도인데 14만원을 임대료로 책정한 탓에 3만원이상의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김씨는 지난해에 비해 올해에는 5%정도 수확량이 줄어든 데다가 쌀값과 미질마저 많이 떨어져 쌀 수매로 인한 실 소득은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논의 임대료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되면서 시중 쌀가격보다 300만원 정도를 손해보면서 자신의 인건비조차 건지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버렸다.

김씨는 이같은 어려운 사정을 논의 주인에게 이야기해봤지만 문중소유의 논이 많은 탓에 중앙 종친회에서 가격을 일괄적으로 책정했기 때문에 개개인이 일방적으로 가격을 내려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또 이 문제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항의를 할 경우 논의 주인이 임대를 주지 않겠다고 결정하면 당장 생계에 문제가 생기기때문에 책정된 대로 임대료를 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인근의 또 다른 농민의 경우도 사정이 비슷하다. 20대 초반부터 벼농사를 짓기 시작한 박모(48)씨는 올해로 30여년의 경력을 갖고 있는 농민이다. 박 씨는 120마지기 정도의 논에서 벼농사를 짓고 있는데 이 땅은 전부 임대를 받은 것이다.

임대받은 120마지기중 30마지기 정도가 문중소유의 땅을 임대를 받았고 나머지는 개인들에게 임대를 받았다. 박 씨도 1마지기당 임대료로 14만원을 책정받아 문중에 전달했다. 박 씨가 농사짓고 있는 논은 산과 인접해 있는 곳이 많아 경지정리가 안된 곳들이 다수 있다. 이 때문에 일반적인 농경지들보다 수확량은 다소 적은 편이다. 올해에는 풍년임에도 불구하고 1마지기당 4섬정도 밖에 수확하지 못했다. 이때문에 박씨는 시중 쌀가격과 비교했을 때 120만원 정도를 손해본 셈이다.

문중 소유의 논외에 개인들에게 임대를 받은 논들은 쌀값 폭락을 감안해 대부분 12~13만원 수준으로 논의 주인들이 임대료를 책정해주면서 다소 부담은 덜었지만 최근 정부에서 직불금을 줄인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당장 내년 농사준비에 걱정이 많다.

이처럼 최근 고령으로 농사를 짓지 못하는 사람들이나 문중소유의 논 등의 경우 농민들에게 임대를 주고 곡수라 불리우는 임대료를 받는 것이 일반적인데 문중소유의 논들의 경우 종친회 차원에서 임대료를 일괄적으로 책정해 쌀값 변동에 따른 변경도 어려워 올해처럼 쌀값이 크게 떨어지는 상황에서는 임대를 받아 농사짓는 농민들의 어려움이 커지는 것이다.

올해에는 풍년농사로 인해 쌀 수확량이 다소 많아 다소 나은 형편이지만 몇년 전처럼 병충해가 기승을 부리거나 태풍 피해가 발생해 수확량이 크게 줄어들게 되면 이들은 적자를 보며 농사를 지어야하는 형편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고 농민들은 하소연하고 있다.

농민 박 씨는 “남의 논을 벌어먹는 입장에서 곡수를 줄여달라고 말하기도 어려워 달라는 대로 줘야만 한다”며 “올해처럼 어려운 때에는 농민들의 아픔을 다소 감안해서 곡수를 책정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강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