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준/강진군청 한우산업팀장

한우사육과정에서(모든 가축을 포함) 도체등급이나 번식능력이 특히 우수한 개체가 있을 때, 사육하고 있는 모든 한우를 그 개체의 형질을 가진 개체들로 채워 넣기 위해 근친교배를 시행(그 개체의 자손들끼리 교배)한다면 사육하는 전체 소들이 우수한 형질을 그대로 이어 받아 최상의 한우사육농장을 이룩할 수 있을까?

이것은 수년째 한우개량의 필요성을 강조해왔기 때문에 이미 불합리성이 알려진 사실이긴 하지만, 자칫 가볍게 생각할 소지가 있어 한우사육농가의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해 다시한번 거론하고자 한다.

가축의 육종방법에서 특정한 혈질의 순수성을 높이기 위해 어버이와 자식, 형제자매 등 혈연이 아주 가까운 근친간에 시행하는 교배방법을 ‘근친교배’라고 한다(근계교배, 근친교잡이라는 말을 같이 쓰기도 한다).

그러나 근친교배는 반복할 경우 열성유전자가 나올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연구·육종기관 등에서나 제한적으로 사용되어야 할 교배방법이다. 예를 들어 근친교배를 계속하면 기형이나 질병에 약한 개체가 많아지고 생명이 짧아지며, 체구가 작아지기도 하고 유전병이 증대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난다.

따라서 가축개량에서 ‘근친교배’는 가장 경계해야 할 번식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과 비교한다면 근친혼과 같은 것으로 근친혼이란 사촌 간을 포함한 친척끼리의 결혼을 말하며, 혈족결혼  또는 근친결혼이라고도 한다.

다음의 ‘세계사에서 들어난 근친혼의 폐해’를 예로 들어 근친교배의 불합리성을 설명하는 것에 대하여 ‘사람과 가축을 비교해서 되겠느냐?’고 못마땅해 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나, 근친교배의 심각성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어 예를 들어 설명하는 것이므로 이해를 바란다.

오스트리아와 스페인 왕실은 모두 합스부르크 가문에서 갈라져 나왔다. 합스부르크 왕가는 11세기에 스위스에서 시작되어 유럽에서 가장 긴 역사와 전통을 지닌 대표적인 가문으로 자신들이 유럽 최고의 가문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들은 이 귀한 혈통을 순수하게 보존하기 위해 자녀의 배우자를 모두 가문 안에서 정했다.

그런데 합스부르크가에는 부정교합, 즉 위턱보다 아래턱이 더 돌출되는 현상(이른바 주걱턱, 하악전돌증)이 유전되고 있었다. 합스부르크가는 근친혼이 계속되면서 이 주걱턱의 정도가 심해졌는데, 스페인 합스부르크 왕가의 마지막 자손이었던 카를로스는 극심한 부정교합으로 음식을 씹어 삼킬 수조차 없었다. 오죽했으면 하악전돌증을 합스부르크 립이라고 부를까?

또한, 합스부르크가는 자신들끼리의 결혼으로 가문의 유전자 조합에 강한 유전자를 더할 기회를 상실함으로써 자손들이 허약해져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나기도 하였다. 펠리페 4세는 두 번 결혼해서 13명의 자녀를 얻었으나 그 중에서 열 살을 넘긴 아이는 세 명뿐이었다. 마르가리타 공주도 열여섯살에 결혼해 아이 4명을 낳았지만 세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죽었고, 공주 자신도 스물두 살의 젊은 나이에 죽었다.

일본도 근친혼에 대하여 관대한 나라로 2차 대전 이전에는 사촌간의 결혼을 금지하지 않았고, 3촌까지도 결혼이 가능하였는데, 금혼의 대상이 되는 것은 부모, 형제자매 등 2촌 이내의 근친에 국한되었다고 한다. 그 결과 기형아를 배출하는 병인 세계 워너증후군의 80.5%가 일본인이라고 한다.

사육두수의 70%정도를 암소가 차지하고 있는 우리 군에서는 한우농가의 소득향상을 위하여 개량사업을 최우선시 할 수밖에 없으며 한우개량사업의 1차 과제는 ‘근친교배’를 피하는 것이다. 근친교배를 피하기 위해서는 인공수정용 정액을 선택할 때 반드시 암소의 혈통을 확인하여야 한다.

아비, 조부, 외조부, 증조부, 가능하면 그 이상의 조상까지. 그런 다음 육질 또는 육량의 향상 등 개량의 방향에 어울리는 정액을 선택해야 한다. 한국종축개량협회나 농협한우개량사업소에서 스마트폰 앱을 통해 지원하고 있는 계획교배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한우개량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우산업을 담당하고 있는 실무팀장으로서 바라고 또 바라는 것은 강진군 한우산업 발전의 초석을 다지기 위해 ‘한우개량과 근친교배의 최소화’라는 어구(語句)를 한우농가 모두가 가슴에 새기고 실천했으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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