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운/언론인

요즘 신문에 등장하는 기사내용의 키워드들 가운데 감정을 자극하는 정도가 섬뜩한 수준의 것들이 자주 눈에 띤다. 어떨때는 그런것들을 또 볼가싶어 신문펼치기가 싫어지기도 하다. 친박과 친문으로 양극화된 정치구도, 권력형 의혹, 근거없는 정치공세, 비선실세, 최순실과 우병우, 가계부채 위험수위, 선제타격, 김정은 죽인다등등...

경제와 안보 위기를 맞은 한국의 최악 사태를 상징하는 이러한 핵심 낱말들이 하루도 빠짐없이 언론에 등장한다. 하지만 고개를 끄덕거릴만한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되레 어거지 해명과 아직 괜찮다는 무책임한 대응만 되풀이하고 있어 국민의 분노와 피로감은 쌓여만 간다.

경제와 안보위기 중 경제분야가 얼마만큼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있는가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키워드는 백척간두(百尺竿頭)와 풍전등화(風前燈火)다. 백자나 되는 장대위에 놓여있으니 추락할 것은 시간문제이며 바람이 거세게 부는데 등불이 언제까지 지탱하겠냐는 비관적 견해가 담긴 낱말이다. 안보는 한미동맹이라는 버팀목이라도 있어 위기 타개의 희망이라도 있다. 그렇지만 자체적으로 해결해야할 경제난은 백척간두와 풍전등화의 상황임을 심각하게 인식해야한다.

먹고살기가 어렵다는 건 몸으로 겪고 있다. 그러므로 굳이 거시경제 이론과 실물경제의 구체적 사례를 들먹거릴 것도 없다. 그러나 실제 어느정도 위험한 수준인가를 확인하기 위해 한번쯤 실체를 들여다볼 필요는 있다. 우리 경제의 마지막 보루격인 수출은 두달 반짝 상승하더니 다시 곤두박질했다. ‘김영란법’시행으로 내수마저 급랭하고 있다.

청년 실업률이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경기부양책으로 부동산 활성화정책에 매달리고 있지만  이제 가계부채 급증으로 ‘광풍’을 걱정해야 할 정도다. 연 매출 기준으로 우리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도 갤럭시 노트7의 단종과 파업으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위기 상황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 대선 이후 불어닥칠 보호무역주의 돌풍은 우리 수출에 독이다. 12월 중 예상되는 미 금리 인상도 초대형 변수라고 한다. 한국경제난을 초래한 원인은 다양하지만 선두에서서 책임있는 대응책을 강구해야할 주체는 박근혜 대통령 뿐이다.
 
정부 관료들은 대통령앞에 얼씬거리지도 못하고 눈치만 살피고 있으니 국난의 책임은 모조리 대통령에게 돌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대통령제가 부여한 제왕적 권한을 안고 있는 대통령은 국민위에 군림하는 언행을 서슴치 않는다.

비선실세만 챙기면 모든 책무를 다한것처럼 비춰질정도로 특정 측근 비호하는데 급급하다. 국난을 극복하겠다는 의지가 있는지, 아니면 포기해버린것인지, 국민들은 불신과 절망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국민들은 왜 대통령을 잘 뽑아야 하는지를 깨우치는 뼈아픈 체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취임 이후 최저치인 26%로 떨어졌다. 여론의 지표라 할 서울에서는 긍정적 평가가 고작 18%에 머물렀다. 이 정도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통령이라는 말을 붙이기조차 민망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국민과 완전히 유리된 대통령, 국민 대다수의 손가락질을 받는 국가원수가 지금 박 대통령이 처한 초라한 현주소다는 혹평을 내놓은 신문사설도 있다.

‘친박 무죄, 비박 유죄’라는 냉소적 유행어는 대통령의 사적 통치를 상징하는 대표적 키워드다. 오죽했으면 친 대통령 성향이라는 선관위에서 선거법위반혐의가 있어 자신들이 검찰에 고발한 친박 두의원에 대해 무혐의 결정이 나오자 법원에 재청신청을 냈겠는가. 새누리당의 김용태 의원이 “도대체 최순실이라는 사람이 누구길래 나라를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정작 당사자는 한마디도 없는가”라고 개탄했을까 .

대통령에게서 멀리 떠난 국민들은 아직 임기가 1년 반이나 남았다며 답답한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러면서도 정작 더 큰 걱정 앞에서 한숨을 몰아쉰다. 유력 대선 후보자란 인사들이 마음에 들지않기 때문이다. 호남사람들은 보수 정당 혐오감마저 겹쳐 한숨은 깊어진다.

야당으로 눈을 돌려도 운동권세력을 등에 업고 대세론을 들먹거리는 오만함만 눈에 들어온다. 나라가 거덜날 판에 인기영합주의만 앞세우고있는 개념없는 유력 후보가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남미와 필린핀꼴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새정치만 외치는 새내기라고 기대할바 없다. 비전과 철학, 정책, 지지도 면에서 이미 검증은 끝났다.

호남사람들은 어느새 대안인물에 대해 담론을 펼치기 시작했다. 이제는 지역과 정당과 이념에 얽매지 않고 구국의 새인물을 선택해야 한다는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그렇다고 집권여당과 대통령이 미는 측이나, 종북좌파 세력을 포함시키지 않는다. 무조건적 반감이 형성되어 이성적 판단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손학규와 김부겸 이름이 합창하듯 거론되고, 그 이름석자가 아름다운 키워드가 되어 마음속에 자리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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