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연고도 없는 도암 옥전마을에 귀농… 가족처럼 살갑게 대해줘

강인선 강진군귀농인협회장이 도암 옥전마을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마을출신 기업가 윤재갑씨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마을에 정착할 수 있게 경제적 도움
집안의 찜질방에서 자주 만나
조건없이 자신의 토지 무상임대
미니밤호박 가공, 체험장으로 활용

나는 아무런 연고도 없는 강진으로 귀농해 살아온지가 횟수로 4년째를 맞았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시간동안 나는 많은 강진사람들과 인연을 맺었고 기쁜 일과 슬픈 일들을 겪으며 즐겁게 살아가고 있다. 내가 고향도 아닌 도암 옥전마을에 자리잡게 된 것은 정말 우연한 기회에서 비롯됐다.

서울에서 자영업을 하다가 바쁘고 시끄러운 도시생활에 지쳐 나만의 시간을 갖고 여유있는 삶을 즐기기 위해 가족들과 상의한 끝에 농촌으로 귀농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귀농을 결심하면서 나와 아내는 시간이 날때면 여행을 다니며 귀농할만한 곳을 직접 보러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녹차로 유명한 보성과 장흥을 거쳐 해남으로 이동하기 위해 길을 달리고 있었다. 이때만 하더라도 나는 강진이라는 곳이 있는지 조차 알지 못했다. 당연히 강진으로 귀농할 계획도 전혀 없었다.

하지만 장흥에서 해남으로 가기 위해서는 강진읍과 도암을 지나야 했다. 아무런 생각없이 차를 타고 해남으로 향하던 중 우연히 ‘다산초당’ 이정표를 보게 됐다. 당시에 나는 다산초당이 어떤 곳인지 전혀 몰랐지만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했던 아내는 정약용과 다산초당이 어떤 곳인지 잘 알고 있어 구경하기 위해 우연히 다산초당을 들르게 됐다. 밤이 늦은 시간이었던 탓에 근처에서 하룻밤을 묵고 다음날 오전에 다산초당에 올랐다. 다산초당에 오르니 강진만까지 훤히 내려다보이는 풍경에 한눈에 반해버렸다.

이 때문에 다산초당 근처 마을을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옥전마을로 향하게 됐고 마침 이 곳에 매매중인 빈집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 즉시 계약을 체결했고 2012년 서울생활을 정리하고 도암으로 귀농했다. 바로 우연히 발견한 다산초당 이정표가 강진으로 귀농하게 만든 것이다. 내가 옥전마을에 반하게 된 것은 바로 조용한 마을분위기와 집 앞에 서면 덕룡산과 주작산, 바다가 보이는 빼어난 경치 때문이었다.

이렇게 도암 옥전마을로 귀농하게 되면서 이 마을출신인 사업가 윤재갑 대표님을 만나게 됐다. 지인의 소개로 윤 대표님을 처음 알게 됐는데 한 기업을 이끄는 오너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윤 대표님의 첫 인상은 차갑다고 느꼈다. 소개이후 여러번 만나 친분을 쌓게 되면서 내가 고정관념에 사로잡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고 가슴이 따뜻하고 정이 많은 분이라는 걸 알게 됐다.

제이마스터 윤재갑 대표
윤 대표님은 연고가 없는 데도 옥전마을로 귀농한 나에게 마치 가족처럼 따뜻하게 대해주셨다. 최근에는 사업을 대부분 동생에게 맡긴 탓에 마을에서 부모님과 함께 머물고 있어 시간이 많으셨다. 이때 항상 나를 집으로 초청해 차도 마시고 함께 음식도 나눠먹으며 친분을 쌓았다.
 
윤 대표님 집에 초청받아 놀러가면 집내에 숙성실과 찜질방이 있었는데 그 곳에서 주로 술을 마시며 담소를 나눴다. 특히 숙성실에는 복분자주를 비롯한 각종 약초술과 과일주가 있어 나에게 대접하곤 하셨다. 하지만 정작 윤 대표님은 술을 많이 못하셨다.

이렇게 친분을 쌓아가던 중 내가 미니밤호박 농사와 체험장을 만들려고 한다는 계획과 함께 근처에 넓은 부지가 없어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을 털어놓았고 윤 대표님은 흔쾌히 나에게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땅을 무상으로 임대해주겠다고 하셨다.

귀농이후 나는 미니밤호박 농사를 시작했는데 농사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던 탓인지 생각보다 수확량이 많지 않았다. 또 친환경농업을 접목시키고 싶었지만 현실은 쉽지 않았다. 이런 어려움을 겪으면서 농사일과 함께 친환경체험장과 일년연중으로 미니밤호박을 생산해야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문제는 땅이었다. 현재 마을주변에 구입할 수 있는 땅은 분할돼 있거나 규모가 작아 나에게 맞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표님이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땅을 선뜻 나에게 무상으로 임대해준 것이다. 건물을 지을 땅은 내가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해주셨고 그 외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을 나에게 아무런 조건도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셨다.

만약 내가 이 땅을 구입할 수 없었다면 내가 귀농을 하면서 세웠던 농업으로 6차산업에 대한 계획이 모두 물거품이 됐을 것이다. 윤 대표님덕분에 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었고 강진에서 살아가는데 큰 용기를 얻게 됐다. 이 모든 것이 윤 대표님의 배려 덕분이다. 항상 윤 대표님이 베풀어주신 배려를 가슴속에 새기고 살아가겠습니다.     <정리=오기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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