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면이 미세하게 갈라지는 빙열현상

나주역 등 외부 전시품도 하자 투성이

대구면 청자촌내 한옥판매장에서 판매중인 청자합으로 균열이 발생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1천여년 전 고려시대 때 강진의 도공들은 중국, 일본과는 달리 상감기술과 아름다운 비색빛의 청자를 만들어냈다. 어느 나라도 모방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난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청자가 쇠퇴한 이후 명맥이 끊어졌던 강진의 고려청자는 재현하려는 강진사람들의 노력으로 인해 다시 우리의 곁으로 돌아왔다.

최근에는 고려청자박물관과 각종 개인요 업체에서 청자를 생산해 강진군은 명실상부 청자의 고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고려시대 청자를 재현해내고 있는 고려청자박물관에서 만들어낸 청자의 일부 제품들이 균열, 즉 빙열현상이 발견된 제품이 잇따라 발견돼 청자의 명성을 실추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 3일 찾아간 나주역. 이 곳 나주역내에는 오가는 사람들 사이로 6점의 청자가 전시돼 있다. 기차를 기다리던 몇몇 사람들은 전시된 청자를 상체를 숙여 자세히 들여다보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이 곳에는 청자상감모란당초문표형주자, 청자상감운학문매병 등 고려청자박물관에서 재현해낸 대표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멀리서 보면 그다지 이상할 것이 없는 청자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청자 전체 표면에 균열이 가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고려청자하면 떠오르는 모양인 매병과 청자상감모란당초문표형주자 등 3점의 작품에서 발견됐다. 특히 매병의 경우에는 겉 표면이 균열이 가 있을뿐만 아니라 청자 밑부분이 깨진채 방치되고 있었다. 한마디로 균열가고 깨진 청자가 역을 오가는 여러 사람들에게 전시되고 있는 셈이다.

나주역뿐만 아니라 지역내 한전, 군청, 경찰서 등 일부 관공서에도 박물관에서 생산된 청자가 전시되고 있지만 이들 제품들도 균열이 가 있는 제품들이 상당수 눈에 띄었다.

균열은 전시된 청자뿐만 아니라 판매장내에서 판매중인 청자에서도 발견됐다. 지난 3일 찾아간 대구 청자촌내 한옥판매장. 박물관에서 생산된 제품을 판매하는 코너에는 대부분 고려시대 재현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그중에는 국보 220호인 청자상감용봉모란문합을 재현한 제품과 지난 2005년 부산에서 개최됐던 제 13차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21개국 정상회담 만찬자리에 올라 인기를 끌었던 청자상감운학국화문합, 국보 95호인 청자투각칠보문뚜껑향로 재현품 등 인기제품들도 전시돼 판매되고 있었다. 이들 제품들을 가까이에서 자세히 살펴보자 곳곳에서 균열이 눈에 띄었다.

청자상감용봉모란문합에서는 받침대를 비롯한 바닥에서 균열이 눈에 띄었고 청자상감운학국화문합은 뚜껑과 받침대 전체에서 균열이 나타나 있었다. 그밖에 일부 제품들에서도 균열이 발견된 제품들이 눈에 띄었다.

나주역사내 전시중인 청자의 모습이다. 이 것 역시 균열이 발생한 채 전시되고 있어 강진 청자의 위상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고려청자의 경우 균열이 발생되는 것은 소성후 급냉할 경우나 청자작품과 유약의 수축팽창의 차이가 심할 경우, 소성 온도가 너무 높았을 경우, 유약의 주성분인 규석의 입도가 굵을 경우 균열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고려시대 강진에서 생산됐던 청자가 주목을 받았던 것은 아름다운 비취색에 균열이 발생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높은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점 때문이었다.

이에 고려청자박물관에서도 이를 계승해 균열이 발생하지 않는 청자를 재현한다는 목표아래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는 상황에서 박물관의 작품들에서 균열이 발생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를 두고 일부 주민들은 고려청자박물관에서 최근 공모사업에만 치중한 나머지 청자품질 개선 등 연구에 다소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고려청자박물관에서는 가마에서 꺼낸 즉시 균열이 가거나 모양이 제대로 나오지 않은 불량품은 그 자리에서 파기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가마에서 꺼낼 당시에는 품질에 이상이 없었지만 판매장 등에서 일정 시간이 지난 이후에는 균열이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는데 최근 판매장내에서 균열이 간 청자는 그런 경우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해명했다.

또 고려청자박물관이 공모사업에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최근 공모사업들이 대학이나 연구소 등의 경우에만 응모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군청의 행정부서는 참여할 수 없도록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모사업이 없다면 국비대신 많은 군비가 투입되어야만 하는 상황인데 재정여건이 열악한 강진군의 상황에서 어렵다는 것이다.

고려청자박물관 관계자는 “나주역 등 외부 전시품중 일부가 균열이 간 작품들이 있다는 부분은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부분인데 빠른 시일내에 작품들을 교체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박물관내 연구개발 약화부분은 최근 군의회에서도 지적된 문제였지만 앞으로는 공모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청자의 품질개선과도 접목할 수 있는 부분을 적극 찾아볼 것이고 신상품개발팀을 별도로 구성해 연구개발 분야도 다소 강화할 수 있도록 조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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