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된 할아버지들 현금들여 재혼하기 유행

2~3천만원선 공식 통용“내 돈 내가 쓴다”

강진읍의 한 아파트에 사는 김모(75) 할아버지는 요즘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3년전 부인이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후 혼자 살았는데 69세된 할머니와 두달전 재혼을 했다. 김씨는 “자식들은 그냥 할머니와 알고지내는 사이로 살라고 했으나 밥하랴 빨래하랴 내가 너무 힘들어서 재혼을 하겠다고 우겼다”고 웃었다.

할아버지의 경우 전형적인 황혼 재혼이지만 그 내용은 일반 재혼과 많이 다르다. 할머니에게 공식적으로 재산을 분배해 주고 혼인 승락을 받아 재혼을 했기 때문이다. 김할아버지는 새로오신 할머니에게 춘전리에 있는 경지정리된 논 한반구를 공식적으로 이전해 주었다. 평수로 따지면 908평이었는데 한평에 4만원을 잡아 돈으로 따지면 3천600만원이 되는 액수다.

면단위 마을에서 사는 박(70)모 할머니는 일주일에 두세번씩 면소재지에 있는 복지회관에 서예를 배우러 나오면서 항상 택시를 이용한다.

읍내에서 살다가 1년전 주변 소개로 마을의 한 할아버지와 재혼을 했는데 합방하기 전 공식적으로 3천만원을 통장으로 입금을 받아 용돈이 두툼한 상태다. 그뿐 아니었다. 절대 논일이나 밭일은 시키지 않는다는 약조를 받고 혼인을 승낙했다.
 
박할머니는 “내가 이 나이에 돈을 받지 않으면 뭐가 아쉬워서 혼인신고를 하겠느냐”고 했다. 이처럼 김할아버지와 박할머니와 같은 형태의 황혼재혼이 지역사회에서 조용히 확산되고 있다. 경제적으로 부족하지 않은 혼자된 할아버지들이 공식적으로 금전을 지출하고 할머니를 들이는 경우다.

대체적으로 할아버지들이 지출하는 돈은 2천~3천만원선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할머니들의 조건도 까다로워서 생활비는 당연히 줘야하고 집 바깥일은 시키지 않는다거나, 조상들의 제사는 자식들이 모시게한다거나, 여행을 자주 보내준다거나, 매월 용돈을 얼마준다는 식의 ‘옵션’을 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강진읍의 한 주민은 “농촌에서 혼자된 남자 노인분들중에 말년에 돈을 쓰며 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며 “예전에 재산은 자식들에게 물려주는 것이었으나 지금은 마음이 많이 바뀌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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