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읍 보은산 등산로에 구암정(鳩岩亭)에 전망대가 설치돼 새롭게 단장했다. 구(鳩)는 비둘기 구자다. 비둘기 바위 정자란 뜻이다. 이 정자는 1987년 강진청년회의소의 주도로 세워졌다.

건립당시에는 이곳에서 강진읍과 강진만이 시원하게 조망됐지만 주변 소나무들이 쑥쑥 자라면서 오랫동안 숲속에 묻혀 있었다. 이번에 청년회의소와 강진군이 정자 지붕에 전망대를 설치하고 새롭게 리모델링하면서 확트인 강진의 전망을 다시 볼 수 있게 됐다.

이 정자가 구암정이란 이름을 얻게 된 것은 정자 바로 아래쪽에 있는 비둘기바위란 지명 때문이다. 지금은 나뭇잎에 많이 묻혀 있지만 아래쪽으로 조금 내려가 보면 땅위에서 툭 튀어나온 듯한 바위가 한 무리를 형성하고 있다. 이 바위들이 비둘기를 닮아서 비둘기바위란 이름을 얻었다는 말이 있고, 이곳에 산비둘기가 많이 내려 앉아서 그렇게 불리게 됐다는 전설도 있다.

이 비둘기바위는 특별한 역사가 있는 곳이다. 1919년 강진장날인 4월4일 정오에 강진읍교회에서 울리는 종소리를 신호로 독립운동가 김후식 선생이 태극기를 비둘기바위에 꽂은 후 오응추, 김제문선생등이 선언서와 태극기를 강진읍장에 나온 군중들에게 나눠줬고 이기성선생이 선두에서 만세를 부르자 들불처럼 만세운동이 확산됐다고 한다.

이 때문에 비둘기바위는 독립기념관으로부터 국내항일운동사적지로 지정돼 종종 항일유적지 탐방단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비둘기바위가 국내항일운동사적지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강진의 새로운 전망대 탄생과 더불어 이곳에서 전해지는 역사적 사실들도 주민들에게 잘 알려져 이곳의 풍광과 의미를 즐기는 곳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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