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운 / 언론인

만약 ‘내가 군수가 된다면’이라는  어귀를 우리는 자주 쓴다. 군수나 군 의원들의 전횡과 부정 부패가 극심한 경우 빌어 쓰는 가정법이다.

언론에 종사하는 인사들은 그들의 문제점을  흔하게 다루기 때문에 일반인 보다는 더 많이 사용한다. 그런데 강진에서 발행되는 신문에 게재될 글을 쓰면서 하필이면 이 어귀를 들먹거리게 됐을가?

누군가는 궁금해 할 것 같다. 그건 국회의원으로 떠나버린 전직 군수가 문득 떠오른 탓이다. 이와함께 강진일보와 연계해서 머리를 굴리다 보니 ‘내가 군수가 된다면’하고 되뇌이게 되었다.

전직 황주홍 국회의원이 군정을 어떻게 폈는지에 대해 논평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내막을 잘 알지도 못한다.  그런데 황 의원을 떠올리다보니 자연스레 강진원 군수에게까지 생각이 미쳤다.

강 군수는 이제 갓 출범했으므로 잘잘못을 가려 낼 대상이 아니다. 더더욱 전횡과 부정 부패를 논할 전제나 근거도 없다.

그러므로 강 군수에게 ‘내가 만약 군수가 된다면’이라는 말을 전제로 무슨 주문을 하든 오해는 없어야 할 것이다.  그런 가정은 생존해 있는 동안 실현되지 않을 것이므로 조금도 경계 할 게 못된다.

내가 군수가 된다고 전제를 깔아보자. 그러면 국록 외에는 전혀 금품을 받지 않겠다는 결론을 우선적으로 제시하겠다. 금품은 주로 인사나 공사와 관련해 거래된다.

아무 대가 없이 금일봉을 건네는 경우도 물론 발생한다. 그런 케이스도 ‘노’라고 단호히 말 할 것이다. 그럴수도 있는 것이 군수의 연봉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군수 연봉은 살림을 잘하면 4년간 꽤 돈을 모을 수 있는 액수다.

공적인 활동에 들어가는 비용은 모두 공금 처리된다. 관사에 살면 상당 부분의 주거비도 들지 않는다. 과장된 표현을 쓰면 월급을 고스란히 저축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살아있는 선출직 예를 들어보자. 장휘국 광주시 교육청 교육감이 실감나게 하는 케이스다. 교육감에 당선된 뒤 취임 전에 추석을 맞았다. 소문으로 들었던 것 처럼 선물이 밀려 들어 산더미 처럼 쌓였다.

장 교육감은 선물 포장을 뜯지 않고  전부 택배를 통해 본인에게 되돌려 보냈다. 그 안에는 무엇이 들어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것도 있었지만 수상쩍은 것도 섞여있었다고 한다.

이를 소문으로 듣고 후배에게 직접 확인해보았다. 사실이었다. 조그마한 선물을 보냈는데 돌려보내왔더라는 것이다. 얼굴이 화끈 거리고 창피스러웠다. 그런 감정이 상당 기간 지속됐다. 그런 꼴을 당한 후 다시는 선물을 보내지 않는다.

그랬어도 인사 상 불이익이 없었고 되레 영전 혜택까지 받았다.  장교육감이 펼치고 있는 촌지와의 전쟁이 실효를 거두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솔선수범의 결과다.

장교육감의 사례가 존재한다는 건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실천할 수 있다는 점을 일깨워준다.금품 거부 미덕은 상생의 덕목이다. 자신을 위해서 필요하다. 인사와 공사 관련 금품을 받았다가 신세 망치는 자치단체장들을 수도 없이 보아왔다.

가까운 해남군을 떠올려 보면 금품 욕망이 순간이나마 사라져버릴 것이다. 과거 여수 시장은 또 어떠했는가. 업자로부터 거액을 받았다가 들통이 나서 경찰 소환 요구를 받자 도망다니는 신세가 됐었다. 지금은 시장실 전용 화장 실 만도 못한 감방에서 신세를 한탄하고 있다.

최근에 구속 기소된 장만채 전남도 교육감의 경우도 금품으로 신세 망친 대표적 케이스다. 그랬으면서도 정치적 희생양인양 뻔뻔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금품 거래는 상대적이기 때문에 당연히 주려는 쪽에게도 큰 혜택이다. 금품 없이 인사가 이루어지고 공사를 따낼 수 있으니 하늘 같은 은전이 아닐 수 없다.

상상 속으로 빠져들다보변 전율이 느껴진다. 감격스럽기 때문에 나타난 반응이다. 이보다 더한 천국이  어디에 또 있을 것인가. 이 얼마나 멋있는 군수인가. 강진원 군수는 멋진 군수일 것이므로 금품 거부 주문은 아예 하지않겠다. ‘내가 만약 군수가 된다면’이란 가정은 이미 금품 수수 후 양심의 가책을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만 해당된다.

금품 멍에를 짊어지고 감옥에 있는 군수들에게 까지 가혹한 주문을 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강군수만이라도 강진에서 살았던 정약용을 한번 쯤 새길 것을 주문한다.

“청렴은 수령의 본무이며 모든 선(善)의 원천이며 덕의 근본이니, 청렴하지 않고 능히 수령 노릇할 수 있는 자는 없을 것이다”  정약용이 목민서에서 갈파했던 한 대목이다. 그의 저서에는  목민관의 정기(正己) : 자기 자신을 바르게 함)와 청백사상이 전편에 걸쳐 강하게 관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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