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집 같은 편안한 분위기... 연간 200일 이상 농박체험

음식 준비하고 집안 청소하며
부부가 건강한 노년 보내 
일본 농촌마을 에토씨 부부가 노년을 보내는 법
집에서 농박체험 손님 맞으며 즐거운 ‘소통’

지난달 30일 밤 에토씨 부인 노리코씨가 강진에서 온 농박체험객들에게 간단한 저녁밥상을 차리고 있다. 뒷쪽에서 에토씨가 필담을 적고 있다.
일본의 남부지방인 큐슈 지역 오이타현 우사시의 아지무정 오비리란 곳은 아주 산골마을이다. 우리로 치면 면소재지에서 지방도를 따라 한참을 들어가는 깊은 산골의 마을이다.

이곳에 사는 에토 노리코씨 부부는 남편이 올해 74세이고 부인은 65세이다. 4대째 살아 온 150여년 된 집에 부부 단둘이 살며 노년을 보내고 있는 전형적인 일본의 노인층이다. 자녀가 셋 있지만 도시에 나가 살고 있다.

마을 풍경도 한국의 여느 산촌의 집과 다르지 않았다. 에토씨 집 주변에는 폐가가 서너채나 됐다. 모두 이사를 갔거나, 주민들이 세상을 뜬 후 공가가 된 집들이라고 했다.  이 평범한 노 부부의 삶속에는 특별한 생활이 있었다.

15년 전부터 지역 협회에서 주도하고 있는 그린투어리즘에 참여해 정기적으로 손님들을 받고 있다. 4명을 최소단위로 해서 많을 때는 7~8명까지 받고 있는데 그 일을 1년에 200일 이상 하고 있다. 거의 이틀만에 한번씩 손님들을 맞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학생 그린투어리즘 체험단에서부터 일반인 체험들이 쉴새없이 찾아오고, 외국에서도 일본 가정생활을 체험하려고 찾아오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강진군 방문단 4명이 에토씨집에 배정돼 1박 3식의 농박체험을 했다.
 
에토씨는 지난해 말에 대만에서 학생 16명이 와서 농박체험을 하고 갔다며 자부심이 대단했다. “집에 늘 젊은 사람들이 찾아오니 우리가 즐겁지요. 손님들이 찾아오지 않으면 우리 부부 단둘이만 외롭게 하루하루를 보낼 거 아니겠습니까”

에토씨 부부는 처음에는 가정집에 농박체험 손님들을 맞아 음식을 해주고 잠을 재우는 일에 걱정이 태산이었다. 일본의 전통문화 역시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가족주의가 깊은 곳이여서 살림살이를 외부사람에게 보여주는 것은 굉장히 부끄러운 일에 속했다. 그러나 손님맞이가 새로운 즐거움을 주었고, 무엇보다 하룻밤을 자고 음식을 먹고 가는 사람들이 대단히 만족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면서 큰 보람을 느끼며 살고 있다.

에토씨 부부의 농박체험단 맞이는 철저하게 자연스럽게 진행됐다. 손님을 집으로 데려오는 일은 부인 노리코 에토씨가 맡았다. 9인용 작은 자동차를 에토씨가 직접 운전했다. 집에 도착한 체험객들은 곧바로 안방으로 안내됐다. 부부가 평소에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안방이었다.

안방에는 조상님들을 모시는 각종 제단이 차려져 다소 낯선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에토씨부부의 농박체험은 손님들이 ‘마치 시골에 있는 부모님이나 고모님 집에 오는 것’ 처럼 느끼도록 여러 가지를 배려하고 있었다.

지난달 28일부터 4일간 일본 농촌의 농박집을 찾아 직접 먹고자며 현장을 체험한 강진주민들. 현재 푸소(PU-SO)에 참여하며 집에서 관광객들을 맞고 있다.
아지무정에는 약 60여농가에서 연간 1만여명의 농박체험단을 맞이하고 있다. 1992년부터 시작된 그린투어리즘이다. 2004년부터 그린투어리즘 법인을 만들어 소속 회원들을 관리한다.

에토씨 집에 도착한 4명의 강진 체험객들이 여장을 풀자 곧바로 저녁이 준비돼 나왔다. 돼지고기와 표고버섯, 야채, 낚지 볶음이 차례로 나왔다. 에토씨는 체험객들과 소주잔을 나누며 집안의 역사라든가 자식들이 하는 일 등을 자연스럽게 설명해 주었다. 언어소통은 어려웠지만 필담이 큰 역할을 했다. 에토씨는 세시간 정도를 체험자들과 그렇게 시간을 보내며 이런저런 대화를 이어갔다.

“여건이 허락되는 한 농박체험을 계속하고 싶어요. 도시 사람들은 농촌을 체험해서 좋고 우리 같은 농촌사람들은 외롭지 않아서 좋고... 세상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 거 참 좋은거 아닙니까”

아침에는 일본식 백반이 간단히 준비돼 나왔다. 식사후에 작은 티켓을 한 장 내 밀었다. 요즘 커피전문점에 가면 받아볼수 있는 용지였다. 그곳에 도장이 하나 찍혀 있었다. 이곳에서 1박을 했다는 의미였다. 용지에 도장이 한번 찍히면 먼 친척, 열개 찍히면 진짜 친척이 될 수 있다고 했다. 14회 이상이 찍힌 사람들은 그린투어리즘 대사가 된다.

에토씨 부부의 삶은 우리 강진의 가정에서도 하루 빨리 정착시키면 좋을 모습이었다.  /일본 아지무정=  주희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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