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패류 넘쳐나던 황금어장 강진만 황폐화 가속… 대책 마련해야

해역환경변화 조사후 강진만 패류 피해원인조사 따로해야
패류피해 원인조사 기간도 2~3년 소요, 피해 누적은 계속
장흥댐 건설이후 민물유입 줄어 강진만 서식환경 변화
꼬막, 맛조개 등 패류 자연산 찾아보기 어려워

예전부터 강진만 일대는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 각종 어패류가 맛과 품질이 좋기로 유명했다. 특히 칠량 봉황마을 인근에는 꼬막, 바지락 등 패류가 많이 서식하고 있어 황금어장이라 불리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환경변화로 인해 자연산 패류는 거의 사라져버렸다. 사진은 황금어장이라 불렸던 칠량 봉황마을 앞 갯벌.
강진만 어패류 감소의 원인을 찾기 위한 용역조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원인이 나오는 데에만 2~3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시간이 지나갈수록 어민들의 피해만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용역비 문제로 시간을 끌어오다가 해양수산부가 강진만 어업피해 보상의 첫 단추라고 할 수 있는 ‘강진만해역환경변화조사’를 지난해 4월부터 실시하면서 어려운 첫발을 내딛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강진만해역환경변화조사의 경우 올해 6월까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이 조사가 끝나더라도 강진군과 한국수자원공사가 용역비를 부담해 ‘강진만 패류 피해 원인 조사’ 용역을 실시해야 한다.
 
이 조사에서 정확한 원인이 나오면 원인에 따라 각 기관에서 보상액을 계산해 어민들에게 지급하도록 되어있다.

하지만 문제는 시일도 오래걸릴 뿐만 아니라 정확한 원인규명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현재 강진만 패류 피해 원인 조사에만 최소 2~3년 정도가 소요될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결과가 나오더라도 한국수자원공사를 비롯한 기관에서 이 조사를 인정하고 보상금을 지급할 지는 미지수이다.

또 여기에 법적 소송까지 하게 된다면 시일은 언제가 될지 아무도 모르게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현재 강진군은 1차 조사인 해양수산부의 강진만해역환경변화조사의 결과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강진만은 예전부터 탐진강에서 유입되는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기 때문에 어패류와 수산물의 맛과 품질이 좋기로 유명했다. 특히 꼬막, 바지락, 맛조개 등 패류는 맛이 좋기로 유명해 인근의 장흥, 해남 등지에서도 유명세를 떨칠 정도였다. 물론 장흥과 해남에서도 어패류는 잡혔지만 그 맛에서 강진산을 따라올 수가 없었다. 1978년에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청정해역으로 지정될 만큼 깨끗한 환경을 자랑했다.

강진만의 수산물은 맛도 좋았지만 꼬막, 바지락 등 패류는 손으로 갯벌을 긁어내면 모두 꼬막과 바지락이 잡힐 정도로 양이 많았다. 특히 칠량 구로와 봉황, 송산마을 등지는 황금어장이라 불릴 정도였다.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여름철이면 종패장이 무료로 개장됐다. 일주일가량 개장해 주로 2~3일정도는 장흥, 해남 등 타지역 주민들과 도시에서 방문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들은 모두 갯벌에 들어가 바지락과 꼬막의 종패를 캤다.

타지역 주민들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가면 칠량면 주민들이 가족들과 타지에서 생활하고 있는 친인척까지 모두 동원해 종패를 캐기도 했다. 이렇게 캐낸 종패는 모두 마을인근의 갯벌에 마련된 양식장에 뿌려졌고 1년이상 키워 시장에 내다 팔아 마을주민들의 주된 소득원이 됐다.

이곳 뿐만아니라 장계천이 강진만과 만나는 장계리 일대에도 바지락과 꼬막이 넘쳐흘렀다. 패류의 종패를 많은 사람들이 채취해가도 몇일 지나면 다시 가득차 있을 정도로 어획량도 풍부했다.

이처럼 주변지역에서도 강진만에서 생산된 어패류를 최고로 손꼽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이기때문이었다. 이런 지형적 특성 때문에 강진만 꼬막과 바지락, 낙지 등은 부드럽고 단백한 맛이 일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1997년부터 장흥군 부산면일대 탐진강에서 댐 공사가 시작돼 2006년 장흥댐이 완공됐다. 장흥댐이 생겨날 당시만 하더라도 누구도 강진만의 갯벌과 환경이 바뀔 것 이라고는 짐작조차 하지못했다. 하지만 댐이 생겨난 후 강진만 환경은 예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강진만은 주변의 간척지 개발과 장흥댐 건설이후 퇴적물이 쌓여 바다로서 기능을 잃어 버렸다. 칠량 구로마을에서부터 강진읍 남포 앞바다까지는 퇴적물의 높이가 주변 논보다 높아 배가 다닐수 없게 되버렸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갯벌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칠량과 대구면 일대의 갯벌들이 썩어버리거나 사라지면서 자연스럽게 꼬막과 바지락, 맛조개 등은 사라졌다. 꼬막과 바지락외에 맛조개도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제철인 11월이면 강진읍시장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품목이었지만 최근에는 강진읍시장에서 거의 보이지 않게 되버렸다.

칠량 봉황과 구로마을 주민들에게 막대한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줬던 꼬막과 바지락도 거의 잡히지 않게 되버렸다. 최근에 제철을 맞은 꼬막도 이제 자연산을 거의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댐건설과 간척사업 등 환경변화가 강진만의 갯벌에 악영향을 미친 것이다.

특히 어민들은 꼬막과 맛조개와 같은 패류가 전멸한 것은 장흥댐의 영향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패류들은 주로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에서 주로 서식한다. 하지만 장흥댐이 막아지면서 강진만으로 유입되는 물이 줄어들었고 이로 인해 갯벌이 줄어들게 됐다.

또 민물의 유입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바다의 염도가 높아져 서식환경이 달라진 것이다. 이러한 변화 때문에 패류들이 서식할 수 없는 환경이 만들어져버린 것이다. 꼬막의 종패가 있더라도 갯벌이 줄어든 데다가 바다환경이 변해 양식장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버려 어민들도 이제는 갯벌에서 꼬막이나 맛조개를 채취하지 않게 됐다.

이처럼 강진만이 시간이 지날수록 황폐화되고 있지만 뚜렷한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어민들이 수년 전부터 대책마련과 함께 보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워낙 광범위한 피해에 강진군도 대책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장흥댐 건설의 주체인 한국수자원공사에서도 명확한 원인이 밝혀져야 보상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어민들의 피해만 더욱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마량 수인마을, 신전 논정과 사초리 일대 일부 꼬막과 바지락이 잡히고 있긴 하지만 갈수록 황폐화되면서 이마저도 사라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현재 강진만 황폐화의 원인으로 크게 3가지 정도가 꼽히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가 만든 장흥댐과 목포해운항만청이 실시한 해역복원사업, 강진군이 실시한 간척사업 등이다. 최근 용역이 진행 중이지만 용역을 실시하기까지도 수차례 회의와 논의를 거치는 등 많은 진통을 겪기도 했다.

강진만의 환경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어패류 보상문제보다는 근본적으로 강진만의 생태계를 되살릴 방안이 논의되고 적극적으로 나서 추진되어야 한다는 게어민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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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강진수협 박범석 조합장

“어민들을 위한 대책마련 시급”

수협 박범석 조합장이 꼬막, 바지락, 맛조개 등이 풍족했던 어장을 지도에서 가리키며 정확한 위치를 설명하고 있다.
강진만 어패류 피해보상 문제가 어민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강진수협 박범석(67) 조합장을 만났다.

박 조합장은 “내가 어렸을 때만 하더라도 강진만은 각종 어패류가 많았고 맛도 좋아 인기도 높았다”며 “특히 꼬막과 바지락같은 패류의 경우에는 칠량면에서 엄청난 양이 생산돼 봉황마을에서 거래가 형성될 정도였다”고 말했다.

또 박 조합장은 “종패를 채취해 양식장에 뿌려 키워서 칠량 봉황마을에서 당시 마을 어촌계장에서 일정 수수료를 지급하고 거래가 이뤄지기도 했다”며 “당시에 봉황마을은 강진만 바다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았던 마을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박 조합장은 “강진만이 황폐화된 데는 환경오염, 간척사업 등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어민들은 장흥댐 건설이 가장 큰 원인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장흥댐 건설로 인해 갈수기때 민물의 유입이 거의 되지 않아 바닷물의 환경이 변해 서식환경이 달라진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박 조합장은 “어떤 이유로 강진만이 황폐화됐던지 수산물들의 어획량도 감소하고 있고 패류의 경우에는 자연산이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상황이 급변한 만큼 하루 빨리 어민들을 위한 보상대책과 황폐화를 막기 위한 대책을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할 시점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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