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전면 사초리 사내방조제 ~ 신전면 영수마을

사내방조제가 생겨나면서 바닷물이 드나들던 강진만은 민물호수인 사내호로 바뀌었고 수문을 통해 강진만 바다와 연결되고 있다. 사내호 뒤로 멀리 신전을 대표하는 주작산이 자리하고 있다.
사람들은 사회를 만들고 살아가면서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고 담장을 쌓는 등 표시해왔다. 또 이 영역을 보다 넓게 만들기 위해 주변의 국가나 사람들과 마찰을 빚거나 전쟁을 통해 힘으로 빼앗기도 했다. 이처럼 자신의 영역과 담장은 사람들이 살아왔던 역사와 생활모습이 담겨있다. 이에 2016년 새해를 맞아 군민들의 역사와 생활모습이 담겨 있는 강진군의 경계를 따라가며 생활모습을 살펴볼 생각이다. 강진군의 최남단인 신전면 사초리에서 시작해 마랑면 상흥리까지 140㎞ 군계를 따라가며 주민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지면에 담아낼 계획이다.   /편집자 주

서쪽 군계의 시작, 신전 사초리 복섬
강진의 서쪽 끝은 강진만을 사이에 두고 마량면과 마주보고 있는 신전면 사초리이다. 사초리 방면의 군계는 사내방조제 너머에 있는 작은 섬인 복섬에서 시작된다. 복섬에서 시작된 군계는 사내방조제 수문을 통과해 사내호를 관통하게 된다. 복섬을 제외하면 실제 육로의 군계는 사내방조제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방조제 위에 올라서면 군계의 시작인 복섬과 아름다운 강진만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 곳 사내방조제가 들어선 신전면 사초리 일대에는 방조제가 생기면서 주민들의 생활모습이 크게 바뀌었다. 2000년대초 3천260m 길이의 사내방조제가 강진과 해남 사이 강진만 바다에 들어서면서 바닷물이 오가던 곳이 사내호라는 민물호수가 됐다. 호수와 바다 사이에는 방조제가 들어섰고 여기에 배수관문이 설치돼 수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사내호 주변은 대규모 간척사업이 실시되면서 주민들의 생활모습이 크게 바뀌는 계기가 됐다. 방조제가 생기면서 갯벌은 사라졌고 대신 민물호수와 논이 생겨나게 됐다. 조성된 간척지 면적은 400㏊에 달할 정도이다. 새롭게 생겨난 간척지는 사내방조제 주변의 해남군 북일면 주민들과 신전면 사초리 주민들이 사내호의 물을 이용해 농사를 짓고 있다.

신전면 사초리 차명채(89)씨는 “방조제가 생기기 전에는 바다에 나가 주낙이나 통발, 손으로 낙지를 잡아 팔아 3명의 아들을 모두 대학과 장가를 보냈다”며 “20년 넘게 해왔던 낙지잡이를 할 수 없게 돼 아쉽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차 씨처럼 신전면 사초리 주민들은 방조제 이전에는 하루만 갯벌에 나가도 당시 돈으로 10만원에서 많게는 60~70만원까지 소득을 올릴 수 있었다. 특히 신전면 사초리 낙지는 발이 길고 연해서 맛이 좋아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아 잡히는 족족 팔려나가 주민들의 주된 소득원이었다. 갯벌은 사라졌지만 요즘도 낙지와 개불은 많이 잡히고 있다. 이처럼 방조제로 인해 주민들은 바다를 잃어버렸지만 반대로 논과 풍부한 물을 얻게 됐다. 방조제 이전 사초리 주민들은 천수답이라고 할 정도로 하늘에서 내리는 빗물에만 의존해 농사를 지어야만 했다. 하지만 사내방조제로 인해 사내호라는 민물호수가 생겨나면서 농업용수 걱정은 하지 않게 됐다.

사초리 최홍채(87)씨는 “갯벌이 사라져 아쉽기는 하지만 방조제로 인해 좋은 점도 많다. 농사를 짓는 주변환경 변화에 맞춰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사내호를 관통한 군계는 물길을 따라 배다리교를 통과해 신전면 영관리 영수마을을 관통한다. 영수마을은 30여호가 거주하고 있는 작은 시골마을이다. 마을 뒤에는 신전을 대표하는 명산인 주작산이 자리하고 있어 경치가 빼어나 살기 좋은 마을이지만 군계가 관통하는 마을로 유명하다.

골목길을 경계로 좌측이 신전면 영수마을, 우측이 해남군 장수마을이다.
군계 관통하는 영수마을
군계가 마을을 통과하는 영수마을은 ‘해남에서 밥을 해서 강진에서 먹는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실제 영수마을은 강진군 신전면 영수마을과 해남군 북일면 장수마을이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있다. 멀리서 보면 여느 마을처럼 하나의 산과 농경지로 둘러쌓인 하나의 마을처럼 보인다. 실제 두 마을 모두 1600년대에 김해김씨가 터전을 잡은 곳으로 김해김씨 자작일촌 마을로 조선시대까지만 하더라도 백도면이라 하여 하나의 행정구역에 속해있었지만 행정구역이 개편되면서 장수마을은 해남군 북일면, 영수마을은 강진군 신전면에 소속돼 각각 다른 행정구역으로 나뉘어지게 됐다.

행정구역은 강진과 해남으로 나뉘어있지만 김해김씨 자작일촌 마을답게 주민들은 모두 가족처럼 오순도순 정답게 살아가는 작은 시골마을이다. 최근 도로명주소가 사용되면서 이 곳 마을의 도로명은 영수마을과 장수마을의 이름을 합쳐 영장수길을 사용하고 있다. 실제 마을을 돌아다니며 집주소를 살펴보면 앞집은 강진이지만 뒷집과 옆집은 해남인 경우가 많다. 또 골목길이 군계를 이루고 있는 재미있는 사실도 알 수 있다. 하지만 가장 흥미를 끄는 것은 마을내 몇몇 집들이 군계가 집을 통과한다는 사실이다.

사내호와 강진만을 연결시켜주는 사내방조제의 수문.
이 때문에 방은 강진, 부엌은 해남이라는 재미있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처럼 해남군과 강진군이 뒤섞여 있어 다소 불편할 법도 하지만 주민들은 행정구역상 나뉘어만 있을 뿐 크게 불편한 점은 없다고 한다. 한 집에 군계가 통과하는 몇몇 집들도 최근에는 인터넷과 행정구역이 일원화돼 크게 불편한 점은 못 느끼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영수마을과 장수마을 주민들은 한가족처럼 지내고 있다.

영수마을을 통과한 군계는 작은 개울을 따라 장수저수지로 향한다. 장수저수지 뒷편으로 주작산을 거쳐 덕룡산으로 향한다. 그중 주작산은 정상까지 오르기 쉬워 최근 해맞이 장소로도 활용되며 신전면민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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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계에서 만난 사람]
“부엌은 해남, 안방은 강진”- 신전면 영수마을 김영자씨

자녀들과 광주로 떠나기 위해 부지런히 짐을 싸고 있는 김영자(60)씨를 만났다.
김 씨는 이 곳 신전면 영수마을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고 있다. 현재 살고 있는 집도 친정집이다. 김 씨는 군계가 집을 통과한다. 집에 방3개 가운데 2개는 강진군쪽이고 방1개와 마루, 부엌은 해남쪽에 속해 있으며 창고도 해남군 땅에 있다.

김 씨는 “예전에 부엌에서 장작불로 불을 때서 밥을 해서 안방에서 밥을 먹으면서 해남에서 밥해서 강진에서 먹는다라는 생각에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며 “농사짓고 있는 논도 해남군에 속해있지만 직불금 등을 위해 강진군에 가더라도 모든 행정절차가 가능하기 때문에 크게 불편하다는 점은 못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또 김 씨는 “집마다 해남과 강진으로 나뉘어져 있어 우편물 같은 경우 해남군에 속해 있는 집은 해남우체국에서 배달되고 강진쪽은 강진우체국에서 배달된다”며 “이런 경우에는 행정구역이 나뉘어져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지만 그 외에는 주민들 모두 가족처럼 잘 지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김 씨는 “한가지 바램이 있다면 새해에는 농촌마을이 보다 살기 좋고 농산물도 제값을 받을 수 있는 한해가 됐으면 한다”며 “또 가족들과 마을주민들 모두 건강하게 한해를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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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거리 읽을거리 

1. 영수고분군 : 영수마을에서 해남군 북일면 방면으로 약 200m 지점의 도로 우측에 위치하고 있다. 일명 동산으로 불리는 이 고분은 형태만 남아있다. 1970년대말 예비군 훈련도중 발견돼 석촉, 동경과 옹관편이 출토돼 마한시대 유적으로 추측하고 있다.

2. 승두섬 유래비 : 신전 사초리와 해남 북일면을 연결하는 사내방조제 군계에 위치한 비석이다. 방조제 건설로 섬의 위치에 수문이 들어서면서 사라져버린 섬으로 유래를 후세에 남기기 위해 만들어졌다. 되 승자와 말 두자를 따서 곡식을 되는 그릇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3. 영수마을 관란정 : 조선시대에 마을의 교육을 위해 작은 학당을 지었는데 학당의 이름이 바로 관란정이었다. 현재는 학당이 있던 자리에 마을회관이 들어섰고 회관 바로 옆에 정자를 세워 주민 쉼터로 사용중이다.

4. 사초리 개불축제 : 지난해 3월 처음 개최된 축제로 사초리 개불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시작됐으며 개불잡기 등 각종 체험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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