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기념관 1일부터‘전시중’

8월부터 3개월 걸쳐 복잡한 단계 거쳐 복제성공

관광객들이 다산기념관에 전시된 하피첩 복제품을 관람하고 있다.
“내가 강진유배중에 병든 아내가 치마 한 폭을 보내왔는데...”
余在耽津謫中 病妻寄敝裙五幅

다산의 하피첩은 이렇게 시작된다. 알려져 있다시피, 하피첩은(霞帔帖)은 다산(茶山) 정약용이 유배시절 두 아들에게 전하고 싶은 삶의 가치를 수록한 작은 서첩이다.

1810년 유배하던 시절 부인 홍씨가 보내온 치마를 잘라 작은 서첩을 만들고 두 아들 학연(1783~1859)과 학유(1786~1855)에게 전하고픈 당부의 말을 적었다. 그리고 하피첩이라 이름 지었는데, 부인의 치마를 아름답게 표현한 것으로 부모의 정성이 담겼다.

이 뜻깊은 문화재(보물 1683-2호)가 지난 9월 경매로 나와 강진군도 이에 참여했으나 결국 7억5천만원에 국립민속박물관에 낙찰된 바 있다. 과연 하피첩은 어떻게 생겼길래 그토록 비싼 가격에 주인이 결정됐을까. 

지난 1일부터 강진의 다산기념관에서 하피첩 복제품을 만나볼 수 있다. 전문가들이 심혈을 기울여서 글자의 모양 하나하나까지 섬세하게 복제했기 때문에 진품에서 느낄수 있는 감동이 그대로 전혀져 온다. 전시회는 ‘다산의 가족사랑’이란 주제로 달았다. 주말이면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한다. 전시회는 내년 1월 31일까지 열린다.

사실 강진군은 하피첩이 경매 시장에 나오기 전부터 하피첩 복제를 진행해 왔다. 지난해부터 하피첩을 복제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여왔다. 역경많았던 다산의 인생만큼이나 하피첩 역시 고달픈 역사를 밟아 왔다.

올초에 하피첩의 주인이였던 부산저축은행 경영자를 구치소에서 만나 복제를 허용받은데 이어, 하피첩을 압류하고 있던 예금보험공사도 수차례 방문했다. 8월에는 문화재청의 최종 허가를 받아 전문기관을 통해 복제 작업을 진행했다.

다행히 하피첩의 새 주인이 된 국립민속박물관도 복제에 적극적이였다. 국립민속박물관은 복제를 진행하고 있는 강진군에 대해 하피첩이 한국민 모두가 누려야 할 공공자산이라며 강진군의 복제작업에 적극적으로 협력해 주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하피첩 뿐만아니라 하피첩과 같은 치마로 제작되고 시집가는 딸에게 준 ‘매화병제도’, 다산이 잃어버렸다고 애석해한 ‘거가사본’, 아들로서 아버지에 대한 효심이 묻어나고 형제간의 우애를 확인할 수 있는 ‘간찰’등 인간 다산을 느낄 수 있는 유물도 추가로 전시된다.

최종열 다산기념관장은 “이번 전시는 대학자로서 다산보다 아버지, 남편, 아들, 동생 등 우리와 같은 평범한 인간으로서의 다산에 초점을 맞혔다”며 “가족 해체가 진행되는 현대사회에 의미 있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전시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다산기념관 전시기획팀(☎061-430-3916)으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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