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명 중화상… 1명 끝내 숨져

1975년 5월 24일. 그날은 토요일이였다. 강진동초등학교 운동장에서는 관내 학생들이 모두 모여 강진군소년체전이란 큰 행사를 열고 있었다. 원래 이때는 제3회 금릉문화제와 군민의날 행사가 열려야 했지만 두 행사는 5월 10일에 실내행사로 치러지고 대신 야외행사는 강진군청소년체전이 열렸다.

봄날 상큼한 날씨와 함께 오전 10시 개막식이 시작됐다. 학생들이 각 학교별로 차례로 입장을 했다. 식전행사가 끝나고 마지막 성화대에 불을 점화하는 순서가 왔다. 시간은 10시 30분이 됐다. 한 학생이 큰 박수를 받으며 운동장 한쪽에 마련된 성화대에 불을 붙였다.

성화는 성공적으로 타올랐다. 그런데 10분정도가 지날 무렵, 성화가 꽝 소리를 내며 폭발했다. 순간 행사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불꽃이 성화대 아래에 있던 학생들에게 순식간에 옮겨 붙었다.

성요셉여중에 다니던 2학년 4반 조(15)모 학생등 5명이 중화상을 입고, 같은반 최(15)모양등 40여명이 경화상을 입은 큰 사고였다. 피해자들은 강진도립병원으로 즉시 옮겨져 응급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상황은 좋지 않았다.

중화상 학생들은 목포 ‘코롬방병원(현 목포카톨릭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다음날 배모(15)양이 숨지고 말았다. 당시 강진주민들은 사건 피해자들이 대부분 학생들이였다는 점에서 오랜세월 동안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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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사람] 그네타기의 달인 박정님 할머니

군민의날 행사서 네차례나 입상
74년에는 임신한 상태에서도 출전
“그네타기 없어져 섭섭해요”

박정님 할머니가 1998년 군민의 날 행사에서 그네를 타고 있다. 뒷쪽으로 멀리 보은산 자락이 보인다.
요즘 군민의 날에는 그네타기가 없어졌지만 90년대 후반까지도 그네타기는 군민의 날 행사의 하이라이트였다. 운동장 한편에 마련된 그네에 여자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어 더 높이 더 멀리 몸을 올리는 시합을 벌였다.

강진에서 전설처럼 내려오는 그네타기의 달인이 있다. 성전면 오산마을 박정님(79)할머니가 그 주인공이다. 1972년 5월 10일은 금릉문화제가 처음 열렸던 날이다. 강진동초등학교에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당시 36세였던 박정님할머니는 성전면 대표로 출전해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이어 2년후 열린 군민의날 행사에도 박씨는 모습을 내 보였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박할머니의 그네타기를 말렸다. 임신 9개월째인 아이를 배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사고라도 나면 뱃속의 태아에게 좋지 않을 일이었다. 그러나 박할머니는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출전해 2위를 했다. 당시 그네타기 세계에서는 박할머니가 뱃속에 아이를 배고 있어서 2등을 했다고 평판이 자자했다.

혼자탔으면 일등을 했을 거란 의미였다. 박할머니는 한달 후 건강한 여자아이를 출산했다. 이어 박할머니는 1976년, 1978년, 1982년 각각 일등과 2등, 3등을 했다. 78년도에 1등을 해서 받은 상장은 성전면사무소에 걸려 박씨의 마음을 뿌듯하게 했다.

박할머니는 보통 사람이 그네를 타면서 느끼는 현기증 같은 것은 조금도 없는 선수였다. 또 그네가 하향곡선을 그릴 때 적당한 지점에서 힘을 잘 주어서 그네에 가속도를 잘 붙이는 것으로 이름을 날렸다. 박정님 할머니는 “그때는 젊어서 아무것도 무서운게 없이 그네를 탔다”며 “군민의 날 행사가 어느날 갑자기 그네타기가 없어져 참 섭섭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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