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민의날 행사서 네차례나 입상

74년에는 임신한 상태에서도 출전
“그네타기 없어져 섭섭해요”

박정님 할머니가 1998년 군민의 날 행사에서 그네를 타고 있다. 뒷쪽으로 멀리 보은산 자락이 보인다.
요즘 군민의 날에는 그네타기가 없어졌지만 90년대 후반까지도 그네타기는 군민의 날 행사의 하이라이트였다. 운동장 한편에 마련된 그네에 여자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어 더 높이 더 멀리 몸을 올리는 시합을 벌였다.

강진에서 전설처럼 내려오는 그네타기의 달인이 있다. 성전면 오산마을 박정님(76)할머니가 그 주인공이다. 1972년 5월 10일은 금릉문화제가 처음 열렸던 날이다. 강진동초등학교에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당시 36세였던 박정님씨는 성전면 대표로 출전해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이어 2년후 열린 군민의날 행사에도 박씨는 모습을 내 보였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박씨의 그네타기를 말렸다. 임신 9개월째인 아이를 배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사고라도 나면 뱃속의 태아에게 좋지 않을 일이었다. 그러나 박씨는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출전해 2위를 했다. 당시 그네타기 세계에서는 박씨가 뱃속에 아이를 배고 있어서 2등을 했다고 평판이 자자했다. 혼자탔으면 일등을 했을 거란 의미였다. 박씨는 한달 후 건강한 여자아이를 출산했다.

이어 박씨는 1976년, 1978년, 1982년 각각 일등과 2등, 3등을 했다. 78년도에 1등을 해서 받은 상장은 성전면사무소에 걸려 박씨의 마음을 뿌듯하게 했다.

박씨는 보통 사람이 그네를 타면서 느끼는 현기증 같은 것은 조금도 없는 선수였다. 또 그네가 하향곡선을 그릴 때 적당한 지점에서 힘을 잘 주어서 그네에 가속도를 잘 붙이는 것으로 이름을 날렸다.

박정님 할머니는 “그때는 젊어서 아무것도 무서운게 없이 그네를 탔다”며 “군민의 날 행사가 어느날 갑자기 그네타기가 없어져 참 섭섭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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