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선생이 보았던 그 하늘 그림처럼 품안에

대형 조망대 설치, 강진의 지명 한눈에 들어와

잔목을 제거하니 보은산 서쪽 하늘이 열렸다. 오래전 다산선생이 바라보며 흑산도의 형님을 그리워하던 그 모습 그대로다. 왼쪽으로 멀리 해남 계곡면과 마산면 간척지가 보인다. 가운데 높은 산이 흑석산이다.
보은산 정상이 확 변했다. 잔목이 제거되고 서쪽으로 펼쳐진 전망이 확 트였다. 강진읍과 강진만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남쪽 조망지점에는 커다란 조망대가 세워졌다. 보은산 정상에 올라간 사람들은 전혀 새로운 모습을 대하며 강진의 또다른 아름다움에 취하고 있다.

보은산 정상의 가장 큰 변화는 서쪽 전망을 시원스럽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우측으로 강진을 병풍처럼 보호하고 있는 월출산 자락에서부터 월각산이 이어지고, 해남의 흑석산, 서기산, 덕룡산등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매일 아침 보은산 정상에 오른다는 정성목씨와 김선제씨는 “정상을 잘 정리해 놓으니 보은산이 완전히 다른 산처럼 변했을 정도로 전망이 좋아졌다”며 “보은산을 오르며 건강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했다.

1801년 강진으로 유배온 다산선생은 1805년 어느날 스님 한분과 보은산 등반을 한다. 아마도 고성사의 스님이 아니였을까 한다. 다산은 보은산 정상에 올라 멀리 서쪽 하늘을 바라보며 형님 약전이 있는 흑산도를 상상했다. 지금은 해남 옥천면 일대와 계곡면 일대에 간척지가 많이 들어섰지만 당시에는 그곳까지 바다였다. 흑산도가 눈에 보이지 않았겠지만 서해바다를 바라라보는 것 만으로도 감회에 젖었을 것이다.

다산은 그의 글속에 ‘보은산 정상에서 서쪽을 바라보니 바다속에 산들이 얽혀 있고 구름사이로 보일락 말락 하면서도 나주의 여러 섬들이 보였지만 어느것이 우이도인지 분간이 되질 않았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기록했다. 그러면서 한시도 남겼다.

‘<앞부분 생략>
사람 눈은 그 힘이 멀리 보지 못하여
백 보 밖의 얼굴도 분간을 못하는데
더구나 탁주 같은 안개구름 껴있으며
눈앞의 섬들도 자세히 보기 어려움에랴
<뒷부분 생략>’

그동안 보은산 정상은 서쪽 부분에 나무들이 많이 자라서 그쪽 전망이 막혀 있었다. 서쪽 지점에 몇 년전까지 ‘자연보호’란 큰 간판이 있었는데, 그것이 철거되고 나무를 심었다. 그 나무들 뒤로 잔목이 무성하면서 서쪽하늘이 완전히 가려졌었다. 북쪽도 마찬가지였다. 다선선생이 봤던 서쪽 하늘은 조용히 숨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강진군이 보은산 정상을 잘 정리하면서 다산의 역사가 되돌아 왔다. 아직 다산과 관련된 간판이 붙지 않았지만 다산에 심취한 사람들은 그 하늘을 보기 위해 보은산 정상을 찾는 사람들도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보은산 정상에서는 남쪽이 보이는 지점에 세워진 커다란 조망대도 구경거리다. 사진처럼 그림속에 곳곳의 지명 이름이 적혀 있다. 마량놀토시장과 오감통도 보인다. 가우도 출렁다리도 세세하게 묘사돼 있다.

김영기 강진군청 해양수산과장은 “강진읍 주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보은산에 많은 스토리텔링이 있다는 것은 우리 강진의 큰 자산이다”며 “앞으로 산림속에 숨어 있는 다양한 역사적 관광자원을 개발해서 주민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고 관광객 유치를 위한 기반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강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