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명 / 완도금일고등학교 교사

어떤 경계도 없이 절간으로 들어간다

일제강점기인 1934년 극락전이 국보 제13호로 지정되었고, 1974년 극락전을 보수하면서 벽면의 벽화들을 통째로 뜯어내어 벽화 보존각에 따로 모시게 되었다가 지금은 성보박물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무위사는 세상 어느 절집보다도 편안한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고, 방문객을 반기기도 했던 곳이었다.

우선 큰 도로에서 절집으로 찾아가는 길부터가 여느 한국의 시골마을들과 전혀 다름이 없는 그저 싸목싸목 길가의 온갖 것들과 이야기나 나누며 걷고 싶은 한적하고 평화로운 길인데다 절간과 마을이 이웃하고 있어 어떤 종류의 엄숙함이나 경계심이 없이 바로 절간에 닿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처님을 위한 공덕을 쌓기 위한 중창불사를 탓할 마음은 전혀 없어도 요즘은 무위사를 찾기가 조금 조심스러워진다.
 
천왕문을 들어서면 자연스러운 계단으로 조금씩 높아진 절 안 정면에 극락보전이 바로 보이던 허허로움과 여백을 새로 지어진 건물들로 인해 느낄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극락보전을 중심으로 서쪽에 선각대사 부도비(보물 제507호)가 있고, 그 뒤로 명부전, 미륵전과 산신각, 천불전, 삼층석탑이 하나, 그 아래쪽에 벽화 보존각과 건너편 요사채가 있을 뿐이어서 월출산 능선자락에 있으면서도 절집 자체가 마치 산자락의 일부인양 산에 안겨있는 듯 한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천왕문과 극락전 앞마당 사이에 세워진 종루인지 강당인지 건물부터 위압감을 주고 점점 절간의 경계를 에워싼 듯 한 새로 지은 건물들로 인해 산과 절집이 분리된 듯 한 느낌이다.

나만의 생각이기를...... 그래도 여전히 무위사는 따스한 위안을 얻을 수 있는 마음의 안식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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