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가 밭으로 나왔다, 터널고추의 일생이 시작됐다

밭을 갈아서 거름을 뿌리고
비닐로 피복을 한 다음
그곳에 고추묘를 심고, 굵은 철사로
골조를 만들어 비닐하우스를 씌운다

김기주 어르신이 심은 고추모종이 비닐하우스 안에서 잘 자라고 있다. 이것을 터널고추라고 하는데 수확도 많고 병충해에도 강하다고 한다.
강진읍 장동마을 최광수 이장님으로부터 고추모를 구입한 칠량 영계마을 김기주(77) 어르신은 지난 23일 고추모를 심었다. 고추모를 배달받은게 4월 12일이니까, 11일 만에 본밭에 옮겨심기를 한 것이다.
 
김어르신은 본밭에 옮겨심기 전 11일 동안 집 마당 한쪽에 마련한 작은 창고에서 고추모를 더 길렀다. 비닐하우스 안에만 있던 고추묘가 이 기간 동안 외풍을 맞으며 적응훈련을 한 셈이다. 그렇게 하면 모가 튼튼해 진다는게 김기주 어르신의 설명이다.

23일 모든 식구가 총 출동했다. 밭은 영계마을에서 멀었다. 동쪽으로 한참을 가서 산 모퉁이를 돌아갔다. 단월리 목암마을 뒤편이었다. 김기주 어르신은 이 밭을 처갓집에서 물려받았다.

땅이 귀한 시절 처갓집에서 물려준 밭뙈기는 그동안의 삶에 많은 도움이 됐다. 아주 오래전 농로가 좋지 않을 때는 한나절 걸어서 다닌 길이지만 지금은 작은 오토바이를 타면 금방이다.

이날 고추모 심는날에는 김기주 최계님(75) 농부부부와 아들 영석(47)씨 부부가 자리를 함께 했다. 일은 아침 7시부터 시작됐다.

김기주 어르신 부부는 고추를 심은 후 매일 밭에 나와 고추의 생육상태를 점검한다. 요즘에는 돌풍이 많이 불어 비닐하우스가 찢어질까봐 걱정이 많다.
칠 전 땅 바닥을 골라 피복을 해서 고추 심을 준비를 해 두었다. 이날은 피복비닐 구멍에 고추모를 심고 그 위에 두꺼운 철사를 설치해서 비닐을 씌우면 됐다. 이른바 터널고추였다.

터널고추란 비닐로 터널을 만들어서 그 안에 고추를 심는 것은 말한다. 고추가 비닐하우스 안에서 자라기 때문에 빨리 크고 병치레도 없는 편이고 수확도 많다. 심는 시기가 노지재배 고추보다 일주일 정도 빠르기 때문에 이식준비를 미리 해야하는 특징이 있다.

2천200주를 심는데 짱짱한 하루가 걸렸다. 점심은 칠량면소재지에 있는 청자식당에서 6천원짜리 백반을 배달시켜 먹었다. 들일을 하면서 집에서 밥을 가지고 나와 먹던 시대는 옛 이야기다.

덜 바쁘면 온 식구가 트럭으로 집으로 가서 밥을 먹고 나오거나, 아니면 이날 처럼 바쁜날은 시켜먹는다. 전화한통하면 아무리 ‘깔그막진’ 밭에도 배달 차량이 온다. 그게 훨씬 편하고 저렴하다.

지난 26일 오후, 김기주 최계님 노 농부부부는 고추밭에 있었다. 3일전 고추를 심어 놓은 후 매일같이 고추밭을 둘러보고 있다.

고추가 잘 자라고 있는지, 잎사귀는 색깔이 잘 나오고 있는지, 바람 때문에 혹시 비닐하우스가 찢어지지는 않았는지 신경쓰이는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이제 심어 놓은 어린 고추묘이기 때문에 비닐하우스라도 찢기어 찬바람이라도 맞으면 생육에 큰 지장이 있다.

요즘에는 돌풍이 자주 일어 걱정이 많다. 예전에는 봄바람이 순한 편이였는데 요즘에는 거의 태풍에 버금갈 때가 많다. 봄비도 마찬가지다.

고추묘를 옮겨 심은 후 지난 24일과 25일 내린 비는 거의 장마수준이었다. 엄청난 비가 내려 논들이 침수됐다. 이 때문에 논에 고추를 심으려고 준비했던 사람들은 큰 낭패를 봤다. 도랑을 깊게 파놓지 않은 곳은 피복지점까지 물이 차 올랐다.

김기주 어르신은 “고추농사는 물빠짐이 가장 중요한데 논에 고추를 심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고랑도 제대로 만들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고 질책했다.

다행히 어르신이 처갓집에서 물려받은 밭은 언덕같은 곳이여서 별다른 비 피해를 입지 않았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런 고추밭은 바람에 취약한 부분이 있어서 이래저래 걱정없는 농민이 없는 처지다.

김기주 어르신은 2천200여주의 고추를 심으면서 15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갔다. 고추묘를 사는데 44만원이 들어갔고, 비닐과 대나무, 거름, 인건비등으로 100만원이 더 들어갔다.

앞으로 일주일 후에는 2천200주의 고추에 모두 말둑을 박아준다. 나중에 고추가 자라면 묶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다시 일주일 후면 고추묘에서 꽃이 핀다. 꽃이 피는 곳에서는 고추가 열린다.

서리가 내릴 때까지 한 그루에서 보통 2근을 수확하게 돼 한근에 1만5천원정도를 유지해 주면 한그루에서 3만원의 수확이 나오게 된다.  

고추밭을 자랑스럽게 둘러보던 김기주 어르신이 밭 한쪽으로 기자를 안내했다. 그곳에는 10여가지의 약초가 자라고 있었다.  

김기주 어르신은 4년전부터 아들 영석씨와 한집에서 살고 있다. 경남 창원에서 회사를 다니던 아들을 고향으로 불러 들였다. 태국 출신 며느리도 맞았다.

밭농사외에 논농사를 임대논까지 하면 70마지기 정도를 짓기 때문에 아들 내외가 열심히 일을 하면 사는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아들은 농사일에 적응을 해가는 중이다.

영계마을 김 어르신의 집은 유난히 좁아 보인다. 집 자체가 크지 않지만 집안 구석구석에 ‘없는게 없을 정도’로 워낙 많은 것을 채워놓았기 때문에 마당에 두 사람이 비켜다닐 공간이 부족할 정도다.
 
소 두어마리도 안방 마루에서 엎드리면 코닿을 곳에서 키우고 있다. 아들 내외가 집을 좀 더 크고 좋게 짓자고 하지 않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돈이 어디 있어서 집을 새로 짓느냐”는 답변이 돌아왔다.

고추농사도 하고 논농사도 그정도면 괜찮지 않느냐고 했더니 “고추농사고 논농사고 농사지어서 번 돈은 그때그때 어디로 들어간지 모르게 사라지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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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 고추관리는 이렇게

 <아주심기 직전의 육묘상 관리요령>
○ 정식시기 : 지역별로 마지막 서리가 내린 후에 하도록 함
○ 모굳히기
 아주심기 7~10일전부터 온상문을 열어 모 굳히기를 하되 외부 기온이 15℃이상일 때 실시. 개별포트에 모를 기를 때는 아주심기 전 10일경부터 포트 간격을 5~10㎝정도 띄워주어 햇빛을 잘 받도록 함. 모 굳히는 기간에는 가급적 물을 주지 않아 아주심은 후에 건조에 견디는 힘을 길러주고 아주심기 2~3시간 전에 충분하게 물주기를 하여 모가 수분을 잘 흡수토록 하고 모판흙이 부서지지 않게 함. 아주심기 7~10일전에 모 사이의 중간 모판흙을 삽이나 칼로 잘라 긴 뿌리가 잘라지게 함(긴 뿌리가 잘라지면 새로운 잔뿌리 발생이 촉진되어 아주 심은 후에 뿌리내림이 빨라짐)

 < 정식이후 저온피해 발생 시 대처요령 >
  ○ 정식 이후 갑작스런 저온으로 고추 모가 피해를 받았을 때는 요소 0.3%액(60g/20l)을 엽면시비해 주거나 제4종 복비를 잎에 뿌려주어 생육도모.
  ○ 저온 피해가 심하여 회복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바로 보식을 하도록 함.

 < 고추 역병 예방을 위한 관리요령 >
  ○ 아주심기 하루 전날 역병 약제에 침지하여 약액이 충분히 상토에 흡착되도록 함
  ○ 아주심기 후 1~2회 역병약제 관주 처리도 예방에 효과적임
  ○ 고추 정식 후 입제 형태의 역병 약을 고추 포기위에 올려놓아 주면 비가 올 때 약액이 땅속으로 스며 내려가 초기 역병균 밀도 저하에 효과가 있음.
  ○ 장마기 이전 고추 포장 내 역병균 밀도를 최소화하는 것이 그 해 역병발생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초기 역병균의 수를 줄이도록 해야 함. <자료: 강진농업기술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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