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일손 목사 / 지석교회

"추임새는 노래의 분위기를 풍성하게 해주는 기법인데 ‘얼씨구’, ‘잘한다’, ‘암만‘ 등이 있다. 우리도 서로를 응원하는 삶이면 더욱 풍성한 삶을 연주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의 모든 장단(리듬)은 두 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한 박자가 둘로 쪼개어진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 박자가 셋으로 쪼개어진 것이다. 우리나라의 장단은 한 박자가 셋으로 쪼개어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셋이라는 수를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하나 둘 셋, 삼세판, 더도 덜도 없이 꼭 세 판 이라는 말 들이 있다. 이름을 부를 때도 3음절로 불러야 자연스럽고, 박자도 3의 배수인 3박 6박 9박 12박 등이 발달되어 있으며 중모리 12박의 경우 3박씩 세 번째 3박인 9번 박이 최고로 강박을 이룬다.

한 박이 둘로 쪼개지는 장단은 서양음악이 그렇고, 한 박이 셋으로 쪼개지는 장단은 우리음악이 그렇다. 그렇다면 장단은 어떻게 정해지는가! 서양의 장단(리듬)은 맥박수로 결정된다. 즉, 1분 동안 맥박수 70회 정도를 보통빠르기(모데라토)로 치는 것이다.

우리 장단은 호흡의 흐름(숨)으로 결정된다. 그래서 호흡의 흐름에 따라 중모리장단이 빨라지면 굿거리, 굿거리가 빨라지면 자즌모리, 자즌모리가 빨라지면 휘모리가 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 고유의 ‘숨’ 원리가 드러나는 데, 기 경 결 해라 하겠다. ‘기 경 결 해’라 함은 ‘치고 달고 맺고 푼다’는 뜻이다. 이 독특한 숨의 원리는 어디서 생겨났을까? 이 ‘숨’의 원리는 흙 속에서 ‘일’하는 가운데 의사소통의 ‘말’법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이다.

이와 연관하여 서양음악에서는 수직적인 조직인 화성이 발달한 것에 비해, 우리음악에서는 수평적인 선이 발달하였다. 이 선은 곡선이다. 입고 먹고 사는 것을 표현하는 것을 보아도 곡선이다.

우리 삶에서 무슨 일을 시작하는 숨쉬기는 ‘기(치고)’이다. 전통적으로 ‘기'는 약하게 시작하는 법이 없다. 서양음악에는 ’못갖춘마디‘가 발달했으나, 우리 음악에는 못갖춘마디란 없고 모두 강박으로 시작한다.

우리 삶에서 시작하는 일은 힘차게 해야 한다. 어떤 노인이 80세가 되어 아주 어려운 외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친구 노인이 하는 말; “아니, 그 나이에 그 어려운 말을 배워서 뭐하려구?” 하자, “응, 오늘이 내게 남은 날 중에서 가장 젊은 날이라 시작 했어”.

우리 삶에서 점점 달아오르는 일로 숨쉬기는 ‘경(달고)’이다. 달구기 시작하되 급하지 않게 서서히 달구어내 절정을 강하게 부각시킬 줄 아는 이를 ‘저 사람 버슴새가 좋다’고 말한다.

이는 갑자기 일을 빨리해서 신바람을 날려버리는 것을 경계하고, 팔팔 끓고서 금방 식어버리는 것을 멀리하는 것이다. ‘버슴새’란 아주 서서히 연주 속도와 신명을 달구어 가는 연주법을 말한다. 우리 음악의 연주법은 버슴새 이외에도 ‘시김새’, ‘너름새’, ‘추임새’가 있다.

시김새는 악보의 음표에 매이지 않고 주체적이고 창조적으로 꾸밈음을 넣어서 노래하는 기법이다. 너름새는 몸 동작과 얼굴 표정으로 깊은 맛을 드러내는 것이며, 추임새는 노래의 분위기를 풍성하게 해주는 기법인데 ‘얼씨구’, ‘잘한다’, ‘암만‘ 등이 있다. 우리도 서로를 응원하는 삶이면 더욱 풍성한 삶을 연주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삶에서 일을 맺어야 할 숨쉬기는 ‘결(맺고)’이다. 짧고 강하게 맺을수록 좋다. 짧은 시간동안 강한 느낌을 나눌 수 있도록 철저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

우리 삶에서 일을 맺고 풀어야 할 숨쉬기는 ‘해(풀고)’이다. 우리는 일의 말미를 뚜렷하게 끝맺는 것이 아니라 다시 시작하듯이 여지를 두고 부드럽게 마무리한다. 이처럼 바로 앞의 강박(결)에서 가빠진 숨을 다스리며 다음을 준비하기 위해 숨을 고르는 부분인 셈이다.

숨 좀 쉬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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