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자원공사, 해운항만청, 강진군 용역조사는 합의 했는데...

장흥댐, 해역복원사업, 간척사업 3개 사업 지목
각 기관 관계 복잡 미묘
조사용역결과 나와도
돈 내놓을 기관 찾기
‘산 넘어 산’

칠량면 봉황마을 앞에 있는 죽도에 벚꽃이 활짝 피었다. 주변이 바지락 종패밭이었으나 지금은 완전히 씨가 말랐다.
지난 13일 오전 10시 수산연구소 회의실. 강진만 어업피해 보상을 위한 관계기관 실무협의회가 열두번째 열린 날이다. 참석자들은 협의가 진행중인 사안이라며 참석한 기자들의 퇴실을 요청했다.
 
이날 회의는 12시가 넘어서자 각자 점심을 먹고 다시 모여 오후 5시까지 가는 마라톤 회의를 벌였다. ‘관계기관’들에게 강진만 어업피해 보상은 그만큼 민감하고 복잡한 사안이다.

현재 관계기관 협의회에 참석하고 있는 단체는 한국수자원공사와 목포해운항만청, 강진군 3개 기관. 국민권익위원회와 어민들이 강진만의 패류가 감소하게 된 원인 제공자로 꼽은 기관들이다.

국민권익위원회 김영란 위원장은 지난해 7월 강진에 내려와 세 기관을 불러놓고 3개 기관이 용역비를 똑같이 갹출을 해서 ‘왜 강진만의 패류가 감소했는지’ 전문기관에 조사를 의뢰, 그 결과가 나오면 책임있는 기관이 보상을 하라고 했다. 

세 기관은 당시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지만, 그렇게 답을 한 순간부터 세 기관은 양보할 수 없는 기싸움을 시작했다.

◇용역조사는 일단 합의
세 기관은 지난해 7월 합의하기를 5개월 이내, 다시말해 지난해 12월까지 용역비 산정등 제반 사항을 결정하기로 했으나 벌써 4개월이나 합의기간을 넘겼다.

첫단추부터 꼬인 것이다. 세 기관은 일단 용역비는 공동부담하겠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이번에 과업지시서를 조정했기 때문에 당초 25억으로 나왔던 용역비가 내려가면 이를 분할해 나누어 부담하겠다는 것이다.

용역조사 결과 한국수자원공사의 책임이 50%, 해운항만청의 책임이 30%, 강진군 책임 20%라는 식으로 결과가 나오면 각 기관은 강진만 패류 피해액을 산정해 책임 비율로 나누어 보상금을 부담하게 된다. 물론 이는 예를 든 것이고 각 기관의 책임이 전혀 다른 비율로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용역조사 결과가 나와도 세 기관이 자신들의 책임을 통감하고 금고에서 돈을 꺼내 어민들의 통장으로 넣어주기 까지는 수 많은 산을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각 기관들이 ‘강진만 패류 감소의 원인제공자’로 지목받고 있는 이유를 들여다 보면 수 많은 산이 보인다.

◇세 기관의 입장
우선 한국수자원공사는 장흥댐이 강진만 패류를 죽이고 있다는 책임론을 받고 있다. 어민들은 2005년 장흥댐이 가동된 이후 강진만의 환경이 급변했고, 이에따라 패류가 급속도로 감소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댐이 없을 때는 여름 장마철이면 상류에서 매년 2~3차례 큰 물이 내려와 강진만을 깨끗이 청소했는데 그런 기능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이에대해 수자원공사측은 복합적인 변화요인이 작용하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수자원공사는 지금까지 댐 건설 후 하류의 피해에 대해 어떤 보상도 해준 사례가 없다는 점에서 이번에 피해보상이 이뤄질 경우 선례가 되어 전국적인 민원을 야기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하고 있는 상태다.

목포해운항만청은 지난 2007년 벌인 해역복원사업이 강진만의 지형을 변화시켜 패류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는 추궁을 받고 있다. 실제로 강진만의 바지락 종패밭이 있는 칠량 봉황마을앞 해역복원사업 과정에서 모래가 채취되면서 종패장의 중간이 끊겼다. 허리가 잘린 종패장 사이로 그후 거대한 물줄기가 형성됐고,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종패장은 갯펄로 뒤덮혀 초토화가 되어 버렸다.  

그러나 목포해운항만청은 한마디로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해역복원사업 해야겠다고 사정사정 해서 보상도하고 예산도 들여서 사업을 해 주었는데 지금와서 뭐가 잘못됐으니 추가보상을 해달라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해운항만청은 용역비 확보도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강진군은 90년대 완공된 사내간척지와 만덕간척지, 또는 각 항포구에 설치한 선착장등이 바지락과 꼬막을 죽이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처지다. 그러나 강진군 또한 당시 사업과정에서 모든 보상이 이뤄졌기 때문에 지금와서 또 다른 보상을 할 경우 2중 보상이 된다는 의견을 내 놓고 있다. 법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강진군과 해운항만청은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따라 또 다른 보상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수자원공사측은 전국적으로 그동안 수 많은 송사를 치러 오면서 댐이 하류의 바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한번도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용역 또한 불리하게 나오지 않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분야에 상당한 전문성을 쌓고 있는 한국수자원공사는 관계기관 회의가 열릴 경우 알아듣지 못하는 전문용어를 자주 사용해 다른 기관 참석자들을 난감하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전망
이처럼 세 기관은 물러설 수 없는 상황에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의 ‘권장’에 따라 도대체 무엇 때문에 강진만의 패류가 사라지고 있는지 조사하는 것에는 동의하고 일정부분 비용도 부담하겠지만 보상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용역이 시작되고 22개월 후 그 결과가 나와도 책임소재를 놓고 공방은 계속될 전망이다. 책임을 떠넘겨 받은 기관이 법적 소송을 할 가능성이 크고, 대법원 판결까지 가면 수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또 다행히 법의 판결에 따라 어민들이 보상을 받을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애매한 판결이 나오면 용역비만 날리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이 과정에서 강진만은 갈수록 황폐화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용역비가 산정되면 세 기관이 돈을 모아 어민들에게 그 비용으로 보상을 해주고 문제를 매듭하면 어떻겠느냐는 말이 나오기도 하지만 어민들의 입장에서는 그 또한 기가막힌 제안일 뿐이여서 강진만 패류 감소 보상문제는 이래 저래 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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