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희춘이 만난사람] 윤영수 전 강진군수

군의회, 시민단체, 지역언론 모두 제역할 부족
모두가 침묵하니 독재가 있고 탄압이 있는 것


2대 민선군수를 역임했던 윤영수(77) 전 군수는 38세 때 읍농협 조합장을 시작해서 내리 7선을 했던 지역 원로다. 23년의 세월이었다. 이어 1998년 2월 민선2기 군수에 취임해 2002년 6월말 퇴임하기 까지 27년을 선출직에서 공직을 지냈다. 올해는 바야흐로 선거의 해이다.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지고 무엇보다 강진에서는 군수 보궐선거가 치러질 예정이여서 유례없는 선거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다. <강진일보>창간을 맞아 윤영수 전 군수에게 지역의 미래를 위해 어떤 지도자를 뽑아야 하는지 들어 보았다. / 편집자 주.


-38세 때 읍농협 조합장을 처음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너무 어린나이 아니었는가.
“그때가 1973년 이었다. 38세는 어린 나이라면 어린나이다. 그런데 당시만 해도 지역사회에 젊은 사람들이 조직의 수장을 하는게 그렇게 낯설을 일이 아니였다. 강진이 그런면에서 굉장히 깨어 있는 곳이였다. 후배들이 무슨 일을 해보려고 하면 선배들이 잘 밀어주고 포용해 주었다. 강진이 동순천 서강진 할 정도로 번영을 구가했던 것은 그런 깨어있는 의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 강진에서는 젊은 사람들이 나서기를 꺼려한다. 30대 농협조합장은 생각지도 못하는 분위기다. 젊은 층이 어떻게 활동해야 하나.   
“누가 적극적으로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젊은층들이 선배들 눈치만 보며 어떤 일을 하지 않으면 그냥 그렇게 되는 것이다. 선배들이 알아서 후배들을 배려해 달라고 해서는 안된다. 후배들이 스스로 자리를 찾고 활동해야 장이 서는 것이다. 젊은이들이 왜 나서지 않나. 지역에 젊은층과 노년층이 조화로운 활동이 있어야 지역사회가 건강해 진다.” 

-10년 전 강진과 지금을 비교하면
“강진군은 요즘 사분오열되어서 민심이 많이 흩어졌다. 강진은 원래 장흥보다 여러모로 앞선 지역이었다. 그런데 요즘 장흥에 다녀온 사람들 말은 하나같이 강진이 몇 년은 뒤쳐졌다는 말을 한다. 여러 가지 의미가 포함된 말이라고 생각한다. 한때 강진군정을 맡았던 사람으로서 주민들게 죄송한 마음 금할 수 없다. 강진은 그동안 지나친 대립과 갈등이 지속돼 왔다. 지역에 갈등이 없는 곳이 없겠지만 우리 강진은 그것이 지나쳤다.”

-정치선배로서 지역 군수와 국회의원을 평가해 달라
“모두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다. 그러나 나도 군정을 잘하지는 못했지만 아쉬움이 많다. 지역구 국회의원과 군수가 유대관계가 잘 되어서 해야 될 텐데 항상 대립관계였다. 상호협조해서 군정을 토의하는 모습이 없었다. 백지장도 맞들면 가벼운 것인데 그런게 없었다. 황군수가 주민들로부터 신임을 얻어서 3선을 했다. 그런데 민심이 사분오열되고 지역이 조용할 날이 없었다. 군수는 소통이 되어야 한다. 그게 많이 부족했다. 국회의원도 지역에서 할 역할이 많은데 그냥 물 흐르는데로 관망한 측면이 많다. 물이 좋은 곳으로 흐르면 그만이겠지만 나쁜 곳으로 흐르기도 한다. 그때 그것을 바로 잡아야 하는데 그것을 소홀히 했다.”

-군수님 같은 지역원로들이 후배들이 잘못하면 진작 질책을 해야 하지 않았나.
“그런 말을 들을 때 마다 굉장히 부끄러움을 느낀다. 지역의 상황에 나 또한 책임이 크다고 자책한다. 그러나 늘 부담스러웠던 것은 내가 입을 열면 후배들이 일을 하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였다. 내가 나서는 것은 후배들에 대한 배려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많은 원로들이 나와 똑같은 마음일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원로들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한다. 후배들에 대한 관여가 아니라 그들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가도록 격려하는 차원에서 하는 일이다.”

-앞으로 적극적인 발언을 한다는 뜻인가.
“적극적이지는 않겠지만 지역에 문제가 있을 때에는 서슴없이 지적하고 대안을 내볼 계획이다. 그런 뜻을 함께 하고 있는 분들과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군의원을 역임하신 분들, 군청의 공무원을 지낸 분들, 일반사회에서도 정의감을 가지고 계신분들중에서 그런 뜻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뜻을 같이할 사람이라면 같이 할 수 있다고 본다. 모임을 만들어서 공식적으로 출범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혹시 선거를 앞두고 오해살 수 있는 일 아닌가.
“특정인을 상대로 한 모임이 결코 아니다. 목표가 그렇게 작지 않다. 강진의 미래를 보고 하는 일이다. 정치적인 입장은 지극히 부분적인 대목일 뿐이다. 지역사회가 제대로 가도록 격려하고 대안을 제시할 것이다. 크게는 군민이 그리고 시민이 군정을 감시 감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강진의 미래를 위한 일이다.”

-그만큼 지역상황에 아쉬움이 많다는 것인데...  
“군민이 바로서서 바른 말을 해야 한다고 본다. 비슷한 이야기지만 인근 군을 가서 보면 화가 난다. 그렇게 발전을 하고 난리인데 우리는 대립과 갈등으로 세월을 보냈다. 군의원들의 역할, 시민단체의 역할, 언론의 역할이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군민들도 잠자고 있다. 합법적으로 저항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은데 그것을 포기하고 있는 형국이다. 군의원들도 팔짱 끼고 구경만하고 있고, 시민단체도 있지만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있다. 언론인은 언론의 사명감이나 역사의식을 가지고 기사를 써야 할 텐데 요즘 일부 강진 지방지를 보면 특정인의 홍보지라고 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독자로서 낯이 뜨거워서 도저히 볼 수 없는 신문이 많다. 강진일보는 정론 정필을 펼쳐주길 바란다.”

-요즘 인터넷에는 황주홍 전 군수의 저술내용을 가지고 논란이 있다. 자신이 취임하니 해당과장이 찾아와 전직 군수들도 그렇게 했다며 오후 2~3시면 퇴근을 하라고 권장했다는 것이다. 해당 과장이 즉각 반발했고, 황군수는 그런 말을 직접 들었다고 대응했다.
“나도 책 내용을 찾아서 읽어봤다. 내용인 즉은 전직 군수들이 오후 2~3시면 퇴근하는게 관례화가 됐다고 하는데 과거 군정이 얼마나 엉망이었느냐는 식이었다. 그러나 생각을 해보라. 오후 2~3시에 퇴근하는 공무원이 어디 있겠나. 내가 군수 재임때 기억을 되살리면, 아침에 출근하면 회의하고, 통상적인 업무가 직원들 결제부터 하는 것이다. 그리고 중요 업무 지시하면 현장도 돌아보고 각종 행사 참석등을 위해 청사를 나갈 때가 많다. 주로 외부 활동이 많다. 밖에서는 주민들과 만나서 건의 받고, 협조도 구하면 밤에도 청사에 들어오곤 한다. 나는 퇴근한 사실이 없다. 모든 시장 군수가 그럴 것이다. 군수의 업무는 24시간 계속되는 것이다. 일상 업무가 그랬다. 다른 사람들을 폄하하지 않아도 자신의 성과를 강조하는 방법은 많다. 이런 방법은 올바르지 않은 일이다.” 

 

지금은 난세...젊은 사람들 왜 나서지 않나
지역발전 대안 제시할 합리적 단체 준비중

-4월에 국회의원과 군수 보궐선거가 함께 치러진다. 어떤 사람을 뽑아야 하나.
“능력 있는 국회의원을 뽑아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의정활동도 잘해야 하지만 반면에 주민들과 대화도 잘하는 사람이여야 한다. 군민들의 의견을 들어서 국정에 반영하고 지역의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그런 역할을 잘하는 참신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군수는 군민들과 소통을 잘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똑같은 이야기이지만 군민의 여론을 잘 들어서 군정에 잘 반영시켜야 한다. 제일 중요한게 결국 소통이다. 강진에는 지금까지 소통이 잘 되지 않았다.”

-차기 군수가 내부적으로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것은...
“팀제는 단조로운 업무를 하는 은행이나 회사에서 필요하다. 그러나 군정은 종합행정이다. 계장 과장이 있어서 신중하게 일을 처리해야 한다. 다행히 뒤늦게 예산을 확보했다고 하지만 아트홀을 지으면서 정부로부터 지원받아야 할 큰돈이 누락된 것도 팀제의 문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팀제의 장단점을 잘 파악해서 개선할 것은 해야 할 것이다. 또 우선적으로 주민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직원들과 먼저 소통이 되어야 한다. 군수가 공무원들을 너무 장악하려 하면 안 된다. 그러면 직원들이 무슨 말을 하겠는가. 공포분위기만 서는 것이다. 군수가 직원들과 소통해야만 주민들과도 자연스럽게 소통이 되는 것이다.”

-강진군의 발전방향은...
“두말할 것 없이 이번 보궐선거에 유능한 군수를 뽑아내야 한다. 유능하더라도 독선 하는 군수는 안 된다. 군민들과 군의원들과 협의해서 군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사람의 능력은 한계가 있는 것이다. 힘을 합치면 배가 되는 것이다. 강진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큰 힘을 만드는 지혜로운 능력을 겸비한 군수가 당선되어야 한다.”<대담= 주희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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