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희춘이 만난사람] 지역구 불출마 선언 유선호의원

▲ 유선호 국회의원
지난 19일 호남지역 불출마를 선언한 유선호 국회의원은 20일 지역구에 내려와 지지자들을 만났다. 주민들에게 자신이 떠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느라 빡빡한 시간을 보냈다. 때문에 피곤한 모습이 역역했다. 한편으로 짐을 내려놓은 안도의 표정도 보였다. 그러나 고향 정치를 접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는 분위기였다. 유의원은 지난 21일 오후 사실상 고향에서 마지막 인터뷰를 <강진일보>와 가졌다. 유의원은 굉장히 침착했다.       


-한명숙 대표와 면담뒤 호남지역 불출마를 결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한명숙 대표와 무슨 대화를 나누었나.
“18일 저녁 최종 결심을 굳힌 후 19일 아침에 한명숙 대표와 박지원 최고위원을 비롯한 당 지도부들에게 저의 결심을 말씀드렸다.  최초의 결심은 당의 공천혁명을 위해 19대 총선 자체에 불출마하고 당 총선 선대위에서 총선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해 매진하겠다는 것이였다. 그러나 당 지도부가 총선불출마보다는 호남 불출마 선언을 통해 호남 공천혁명의 디딤돌이 되어달라고 하셨다. 아울러 19대 총선에서 우리당이 승리하는데 저의 경험과 열정이 쓰여질 수 있기를 마라는 마음이셨다. 그래서 당 지도부의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제가 당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당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그 결정을 존중하고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한명숙 대표는 강진 장흥 영암지역 공천과 관련해 어떤 복안을 가지고 있었나.
“한대표는 누차에 걸쳐 호남에서의 인위적인 물갈이는 공천혁명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몇%라고 정해놓고 물갈이 하지는 않겠다고 하셨다. 또 당 지도부 경선과정에서 보여준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공천과정에서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아직 공천심사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았고 우리당의 공천기준이 확실하게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한 대표께서 지금까지 밝히신 말씀이 존중되리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이번 공천이 돈 안쓰는 정치, 군림하지 않고 민주적인 토론과 대화를 통해 이뤄지는 정치, 군민과의 약속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치가 이번 공천과정에서 반드시 정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후보가 민주통합당 후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무엇보다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가치를 지향하는 정치인이 국회의원이 되어야 한다. 검찰개혁, 재벌개혁등 확실한 개혁적 노선을 표방하고 그 원칙대로 활동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수 있는 정치인이 우리지역의 국회의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국민과의 약속을 철저히 지킬수 있는 정치인이 필요하다. 군림하는 정치, 일방적인 정치가 아닌 소통과 화합을 통해 민주적인 정치를 실현할 수 있는 민주적 리더십을 갖고 있는 정치인이 그 어느때 보다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갑작스런 호남지역 불출마 선언을 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명박 정권 4년 동안 민주주의가 크게 후퇴했다. 서민 중산층이 몰락했다. 정권교체를 위해 총선 승리가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 됐다. 이를 위해서는 통합과 혁신이 필요하다. 그동안 야권통합을 위해 통합을 성사시켰다. 새로운 지도부가 공천혁명을 1차적인 과제로 삼고 있다. 기득권을 내놓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려운 작업이다. 그래서 제가 조그만 기득권이라도 먼저 내놓기로 한 것이다. 공천혁명에 디딤돌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호남은 전국의 총선분위기를 좌우하는 것이기 때문에 필수적인 것이다. 중진인 제가 먼저 희생하고 결단한 것이다.

-중진들이 출마를 포기하는게 공천혁명인가.
“어쨌거나 호남에서 현역의원의 기득권은 견고한 것이고 이를 새로운 질서로 이으려면 새바람 새수혈이 필수적이라고 봐야 한다. 그동안 민주통합당이 새 피를 수혈하는데 있어서 무능했다. 과거에 김대중 대통령은 여러가지 혁명적인 정치연합을 통해 수혈을 했었다. 그러나 민주당은 집단지도체계가 형성되면서 새 피를 수혈할 기회가 사려졌다. 그러다보니까 서울시장선거에서도 후보를 내지 못할 정도가 된 것이다. 이번 기회에 호남지역 중진들이 먼저 희생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새 피를 과감하게 수혈해야 한다고 본다.”

-섭섭해 하는 당원들과 지지자들이 많을텐데...
“8년전 홀홀단신으로 고향에 돌아온 저를 넉넉한 품으로 안아주신 강진, 장흥, 영암 군민여러분들께 송구한 마음 금할 길 없다. 특히 깨끗한 정치를 호남에서도 뿌리 내리기 위해 노력하고자 했던 저 때문에 어려운 조건에 있었던 당원 동지 여러분들과 지지자 여러분들께는 너무나도 죄송할 따름이다. 그러나 당원동지 여러분들과 지지자 여러분들의 아무 사심없는 지원과 격려가 그래도 우리지역 정치를 한 단계 업그레드 시켰다고 자부한다. 어려운 결정 이후에도 변함없이 따뜻한 마음을 전해주시는 당원동지 여러분들의 속깊은 사랑에 무한한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그동안 운영한 조직은 다른 후보에게 인계하는 것인가. 다른 후보를 공개지지할 생각은?
“지역위원회는 제가 지역위원장으로서 관리책을 맡고 있기 때문에 공천자가 결정될 때까지 현재의 상태를 유지할 것이다. 공천자가 결정되면 공식적으로 공천자에게 지역위원회를 인계할 것이다. 그런 부분도 당원들과 적절하게 협의해서 진행할 것이다. 저는 지금까지 독단적으로 지역위원회를 운영하지 않고 모든 구성원들의 민주적인 토론과 대화를 통해 운영해 왔다. 다른 후보에게 조직을 인계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저를 지지해 주셨던 모든 분들은 그분들의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활동하게 될 것이다”

-그동안 너무 무르다는 평가가 있었다. 돈도 쓰지 않은 것 같았다. 조직운영도 허술한 점이 많다고들 했다. 왜 그랬나.
“무르다는 평가에 동의하기 어렵다. 저는 누구보다 제가 가진 원칙과 소신에 입각해서 정치를 해왔고 그점에서는 가장 강력했다고 생각한다. 돈쓰는 정치, 줄세우기 정치, 나를 따르라는 정치를 해왔고 독선적인 정치는 반드시 부정과 비리등 부패로 연결되는 것이다. 저는 이것을 척결하기 위해 어떤 유혹에도 굴복하지 않고 강단있게 정치를 해왔다. 지역위원장으로서 지방선거에서 공천권을 행사할 수도 있었지만 가장 민주적인 방법으로 공천을 했다. 군정에 개입 인사권을 남발하거나 지역 이권사업에 단 한번도 개입한 적이 없다. 지난 8년 동안 지역구 지방선거에서 그리고 군정운영에서 단 한 번도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은 것은 제가 그만큼 강력하게 지역위원회를 운영했기 때문이다. 돈과 이권으로 하는 정치는 겉으로 보기에는 강력해 보일지 몰라도 그 속은 가장 약한 조직이다. 반드시 척결되어야 할 구시대의 잔재이다. 그런 면에서 저의 원칙과 소신에 묵묵히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신 당원 동지여러분들이 감사할 따름이다.”

-결국 리더십의 부재로 보인 부분이 있다.
“저는 리더십 형태가 시대변화와 함께 많이 바뀌었다고 본다. 제가 생각하는 리더십은 나를 따르라하는 정치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토론을 통해서 참여정치를 정착시키 것이다. 그런면에서 참여정치의 발전은 시간이 걸린다. 눈에 금방 보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금방 느껴지지는 않지만 지난 8년 동안 많은 발전을 했다고 본다. 민주적인 지방정치가 착근하기 시작했다. 뒷돈을 대고 그것을 마련하기 위해 인사권에 개입하는 그런 정치만큼은 어느정도 사라져가고 있는 것 아닌가. 저는 감히 성공적인 정치였다고 생각한다. 나를 따르라는 정치가 겉으로는 강력하게 보일지 몰라도 가장 약한 조직이라고 생각한다. 소통하고 함께하며 소외되지 않는 군민을 만드는 것이야 말로 21세기에 바라는 진정한 정치의 모습이다.

-지역에서 정치를 하려면 돈을 써야 한다는 주변의 권장이 없었나.
“물론 있었다. 많이 들었다. 지역정치가 아직도 부족한 면이 분명히 있다고 본다. 정치는 무엇이 되겠다는게 아니라 대화와 타협이다. 돈과 이권, 명예를 추구하는게 정치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앞으로 강진군의 정치가 정말 원칙과 정의를 추구하는 젊은 지도자를 키우는데 소홀해서는 안된다. 돈이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시대는 정말 끝내야 한다.”

-강진과 영암 두지역 군수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저는 지방자치가 분명한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 본다. 군수의 역할이 있고 국회의원의 역할이 분명히 구분돼 있다. 우리 헌법과 관련법이 정한데로 국회의원은 자신의 역할을, 군수는 또 자신의 역할을 분명히 할 때 지방정치도 살고 중앙정치도 사는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지방자치제도를 도입한 후에 정권교체가 이뤄졌던 것을 볼 때 지방자치가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말 큰 기능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올바른 원칙이 흐트러 질 때 저는 소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저는 바른 직언을 했고, 그런 과정에서 갈등이 있었다고 본다.”

-지난해 황전군수가 감사원 감사와 경찰조사를 받은 것에 대해 유의원측이 뒤에서 압력을 넣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왜 그때 강력하게 대응하지 않았나.  
“저는 지역언론을 통해 제가 그런일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분명히 밝혔다. 다만 고소를 안했을 뿐이다. 국회의원이 군수를 고소하면 지역사회의 불행이 되기 때문에 자제를 했을 뿐이다. 황전군수의 언행은 정말 잘못된 것이였다. 지금도 분명히 밝힌다. 자기가 잘못해서 물에 빠져 놓고 남에게 밀었다고 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황후보가 지금이라도 나에게 사과를 해야 한다고 본다.”

-주민들에게 당부의 말씀이 있으면 해달라.
“한없이 감사하고 송구스러울 따름이다. 그리고 지난 8년간 너무도 행복했다. 16년 정치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저는 이미 영원한 장흥 강진 영암 국회의원이다. 어디에 있든 여러분의 국회의원이라는 심정으로 지역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유선호가 되겠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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