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이 곧 당선으로 통하는 민주통합당 경선에서 황후보는 좀 더 쌘 사람들과 경선을 붙어야 했다. 그랬더라면 훨씬 비중있는 정치인 자격으로 여의도에,,,'

라디오에서 나오는 퀴즈 문제를 듣다보면 피식 웃음이 나올때가 있다. 문제가 문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방송을 듣는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퀴즈가 있다.

며칠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도 그랬다. ‘다음 보기중 이슬람권 여성들이 얼굴을 가리기 위해 쓰는 검은 두건은 무엇일까요.’ 보기는 이렇게 나왔다. ‘1번 차도르, 2 차돌박이.’ 아나운서의 친절한 설명은 계속됐다. ’차돌박이는 소고기의 한 부위죠. 자 정답을 아시는 분은 지금 전화주세요. 푸짐한 상품이 준비돼 있습니다.’ 이때쯤되면 말하는 아나운서도 겸연쩍어 피식 웃음소리를 낸다.

이런 문제는 사실 퀴즈라고 할 수 없다. 답변자들에게 판단력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정답이 '차도르‘로 너무나 분명하고, 설령 차도르를 잘 모르더라도 차돌박이는 아니라는게 너무 분명하기 때문에 하나마나식 퀴즈나 다름없다. 방송사는 단지 청취자들의 관심과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이런 문제를 낸다.

코메디 프로나 오락프로에서 이런 문제는 단골메뉴다. ‘다음중 우리나라 남쪽의 큰 섬으로 한라산이 있는 곳은 어디일까요. 1. 제주도 2. 함경도’ ‘다음중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부른 우리가요계의 최고 인기가수는 누가일까요. 1 조용필, 2. 조용팔.’ 하나같이 피식 웃음이 나오는 퀴즈문제다. 사람들은 퀴즈를 들으면서 한번 웃고 넘어가고 만다. 그런류의 문제를 내고 정답을 선택하라고 하는 것은 오락이고 코메디이기 때문이다.

이번 민주통합당의 국회의원 후보 경선을 보면서 라디오 프로그램의 오락퀴즈가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때문일까. 민주통합당은 여론조사 1위인 황주홍후보와 여론조사 꼴등(강진일보 2월 11일 조사기준)인 국령애 후보를 경선에 붙였다. 황후보는 국민경선을 철저히 준비한 후보였고, 국후보는 전략공천만 기대하며 아무런 준비가 없는 후보였다. 그런데 민주통합당 중앙당은 공천심사위원회란 절차를 통해 2위~ 4위를 쏙 빼고 1위와 5위의 싸움을 붙였다. 결과는 뻔한 답이였다.

민주통합당 최고위원들과 간부들은 강진 장흥 영암 유권자들을 차도르와 차돌박이도 구분하지 못하는 바보쯤으로 생각했던 것일까.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유권자들의 의식이 매우 높다는 것은 잘 알고 있으면서도 대단히 특이한 구도를 강진 장흥 영암쪽에 던졌다.  ‘민주당이 결정하면 그게 법이다’는 식이다. 민주통합당이 왜 이런 경선구도를 만들었는지 그 이유를 알 길이 없다. 

이런 형태, 소위 1위와 꼴찌의 싸움을 붙이는 것은 누구에게도 유쾌한 일이 아니다. 싸움에서 진 사람도 그렇지만 싸움에서 이긴 후보도 그렇게 명예로운 일이 못된다. 민주통합당이란 울타리안에 힘 없는 사람을 가두어 놓고 실컷 두들겨 팬 모양세다. 이를 지켜보는 관중들의 심정도 심난하다.

그래도 두 선수의 실력이 좀 팽팽하다 싶어야 관심도 더 가고 흥미도 있기 마련이다. 1등과 꼴등이 맞붙은 싸움을 지켜보는 것은 대단히 곤혹스런 일이었다. 관중들은 그 지루함속에서도 모바일 투표를 했고, 현장투표를 했다. 선수들은 관중들에게 정말 감사함을 느껴야 한다.

또한 이번 경선에서 승리해 민주통합당 공천자로 확정된 황주홍 후보는 여러가지 아까운 과정을 놓쳐버렸다. 공천이 곧 당선으로 통하는 민주통합당 경선에서 황후보는 좀 더 쌘 사람들과 경선을 붙어야 했다. 그랬더라면 훨씬 비중있는 정치인 자격으로 여의도에 들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게 안타깝다.

그런 의미에서 황후보는 이번 경선의 승리를 겸손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번 경선결과가 정의의 승리이니, 상식의 승리이니 하는 식의 자체평가는 자제해야 한다. 쉽게 통과한 경선인 만큼 좋은 정치인으로 거듭나 화합과 포용의 정치, 겸손의 정치를 펴겠다는 각오를 더 크게 해야 한다.
 
황후보의 경선승리 소감글 중에 ‘소승적 분열과 갈등을 대승적으로 극복해 가겠다. 지역발전이라는 큰 틀 속에서 녹여가 보겠다’는 대목이 눈에 들어온다. 황후보가 그런 마음을 가지고 제1야당 후보로 안착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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