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유림회관에서 열린 원사출표회의에서 참석한 유림회원들이 명단으로 올라온 제관들의 명단을 보면서 심사를 하고 있다.
제관 결정하는 공개 심사자리
유림들 의견 수렴해 제관뽑는
민주적 절차의미 담겨 있어

원사(院祠)란 각 문중에서 훌륭한 조상들의 위패를 모시는 사당이다. 문중의 조상들중에 후손들이 꼭 본받아야 할 분들을 엄선해 제사를 모시는 곳이다. 그런 의미에서 원사는 제각과 구별된다.

제각은 문중의 모든 조상 제사를 지내는 곳이지만 원사는 그 중에서 몇 분을 뽑아서 모시는 형태다. 강진에는 현재 20개의 원사가 운영중에 있다.

원사가 제각과 구분되는게 또 한가지 있다. 제각에서는 문중 사람들만 모여 제사를 지내지만 원사는 다른 문중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 제를 올린다. 

다시말해 제각에서는 해당 문중사람들이 초헌관과 아헌관, 종헌관등 제사에 필요한 직을 가지고 제를 올린다. 그러나 원사에서는 다른 문중 사람들이 초헌관 아헌관, 종헌관등이 된다. 해당문중 사람들은 조용히 필요한 음식을 준비하는 정도의 역할을 한다.

각 원사는 1년에 한 차례씩 제향을 한다. 봄에 제사를 모시는 곳이 있고, 가을에 모시는 곳이 있다. 강진에서는 20개 원사중 춘향을 하는 곳이 7개, 추향을 하는 곳이 13개다.

각 원사들이 제를 올리기 전에 반드시 거치는 과정이 있다. 원사출표라고 해서 각 원사의 제향을 주도할 초헌관 아헌관, 종헌관등 12명의 제관을 대외적으로 공표하는 일이다.

지난 13일 오전 11시 강진읍 동성리 유림회관 강당. 각 문중에서 나온 300여명의 유림회원들이 자리를 꽉 메웠다. 이날 행사의 이름은 ‘춘계 원사 제향출표’

원사출표는 유림회원들이 모여 제관으로 뽑힌 사람들을 공개해서 참석자들이 심사하는 자리다. 그 과정은 이렇다. 우선 제사철이 오면 각 원사는 다른 성씨를 중심으로해서 12명의 제관을 선임한다. 그 명단은 유림회관으로 취합된다. 강진의 경우 장춘산, 명곡서원, 둔덕사, 강덕사등이 춘계제향을 올리는 곳이다. 각 원사에서 낸 제관이 12명이기 때문에 모두 50여명 이상의 명단이 올라오게 된다. 

제관 명단은 출표 행사 당일 날 각 유림회원들에게 배포된다. 그때부터 공개심사가 이뤄진다. 가장 먼저 체크하는 것은 각 원사의 제관이 중복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

고홍채 원사회 회장은 “원사제향은 훌륭하신 분의 뜻을 많은 사람이 함께 배우자는 것이기 때문에 제관을 중복되지 않게 하는게 큰 원칙이다”고 말했다. 만약 중복된 제관이 있으면 해당 원사들이 협의를 해서 한쪽이 교체해야 한다. 

또 연령배치가 무난해야 문제제기가 나오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초헌관, 아헌관, 종헌관은 연령이 단계적으로 차이가 있어야 심사를 통과할 수 있다. 13일 출표행사에서도 한 참석자가 “제관선임에 나이를 보다 더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의견을 내 놓았다. 이날 행사는 별다른 문제제기 없이 제관들이 무난히 심사를 통과했다.

그러나 제관을 뽑는 일이 갈수록 힘들어진다고 유림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10여년전만 해도 원사제향의 제관으로 뽑히는 일은 대단한 영광이였다. 기본적으로 유학에 능통해야 했지만 출표란 공개 심사과정을 통과해야 했기 때문에 제관으로 결정된 사람은 유림사회에서는 물론 지역사회에서 많은 부분을 인정받은 것으로 평가 받았다. 향교전교나 유림회장으로 선출되기 위해서는 제관을 몇 번했느냐가 중요한 평가기준이 됐다.

그러나 보통 2시간 정도는 무릎을 꿇고 있어야 하는 제관의 역할은 고령의 회원들에게 대단한 중노동이 되고 있다. 제향에 참석조차 하지 못하는 원로들도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제관을 사양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는 추세다.

또 인구가 줄어 들면서 제관의 자격에 맞춰 출표를 하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다. 제관을 중복되지 않게하고 연령도 순조롭게 배치해야 하는 일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유림회의 한 회원은 “현재의 회원들이 더 고령화가 되면 원사유지 자체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며 “젊은 사람들이 원사를 모시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그게 없어 걱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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