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암의 A(여. 62)모씨가 마을에 이사를 온 것은 10여년 쯤 됐다. 자녀들이 있었으나 모두 나가 살았고, 남편과는 사별 후 혼자서 살았다. 재산은 논이 조금 있었다.

혼자 살면서 마을사람들과 교류가 거의 없다시피했으나 돈을 부지런히 모으는 모습이 역력했다. 하루도 빠짐없을 정도로 막노동을 하러 다녔지만 주변에서 돈을 쓰는 것을 본 사람이 거의 없었다.

옷차림도 허름했다. 먹고 입고 자는게 모두 그랬다. 겨울에도 연탄불을 피우지 않았고, 그 흔한 전기장판도 사용하지 않았다. 마을사람들에게는 겨울에 가장 따뜻하게 잠자는 방법으로 ‘볏짚을 깔고 그 위에 이불을 펴면 연탄불을 지피지 않아도 춥지가 않다’고 추천할 정도였다.

그런 A씨가 2월 중순경 방안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이웃마을에 사는 친정아버지(91)가 딸이 며칠째 전화를 받지 않는 것을 이상히 여기고 동네 주민 몇사람과 대문을 넘어 들어가 방문을 열자 싸늘한 주검으로 변해 있었다. 친정아버지는 “방안에 들어갔을 때 한기가 가득하고 냉기가 돌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 사건을 단순 변사사건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친정아버지가 딸이 돈을 모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창고에서 통장이 발견됐다. 창고 빈박스 밑에서 발견된 통장은 모두 6개였다. 본인의 통장에는 8천만원이 입금돼 있었고, 자녀들의 이름으로 각각 3천만원씩 5개가 정기예금 형식으로 관리되고 있었다. 3천만원이 넘으면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재태크를 했던 것이다. 모두 2억6천여만원에 이르는 저축액이 나왔다.

이 돈은 장례를 전후해서 직계가족들이 모두 찾아갔다. 자녀명의 통장에 든 돈은 해당 자녀들이 각각 찾아갔고, 숨진 A씨 명의로 된 8천만원 역시 법적 가족임을 확인한 후에 모 금융기관에서 가족들이 찾아갔다.

지난 6일 찾아간 도암 A씨의 집은 초라했다. 그동안 집을 전혀 손보지 않은 듯 곳곳이 무너져 내릴 기세였다. 마을의 한 주민은 “그렇게 허망하게 갈 일이였으면 있는 돈이라도 좀 쓰면서 따뜻하게 살지”라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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